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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총 공시로 본 기업]②터무니없는 ‘이사 보수 한도’, 실제 지급률은?

입력 2021-03-06 08:00

▲자료=에프앤가이드
▲자료=에프앤가이드
상장사에서 설정한 이사 보수 한도와 실제 지급된 보수 간 괴리가 커지고 있다. 기업들이 경영을 편하게 하고자 보수 한도를 과도하게 높인 후 주주총회 승인을 받고 있어서다. 이사 보수에 대한 정당한 감독이 불가능해지면서 주주권을 무기력하게 만든다는 지적이 나온다.

1일 이투데이가 2020년 공정자산 기준 국내 10대 그룹에 속한 상장사 87개사를 분석한 결과, 총 44개사가 이날까지 주주총회 소집을 공고하고 ‘이사의 보수 한도 승인’ 안건을 상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사 보수는 회사가 사내·외이사에게 지급하는 월급, 상여급, 퇴직금 등을 의미한다. 보수 한도는 회사가 사·내외이사에게 지급 가능한 보수 총액의 상한선이다. 국내 기업들은 상법에 따라 이사에게 지급되는 보수는 주주총회 거쳐 승인받도록 하고 있다.

◇터무니없는 보수 한도 설정...경영 편의성 앞서 주주권 침해 = ‘이사의 보수 한도 승인’ 안건을 올린 회사 중 16개사는 이사 보수 한도 대비 실제 보수 지급률이 50%에도 미치지 못한 것으로 집계됐다.

통상 국내에서는 이사 보수 한도에 대해서만 주주들이 승인하는 ‘총액승인제도’로 운영된다. 개별 이사가 받는 보수 지급액은 이사회, 권한을 위임받은 위원회에서 결정하는 방식이다. 실제 이사가 받는 돈은 이사회에서 논의하다 보니, 주주총회에서는 보수 한도를 과도하게 높여 통과시키는 관행이 자리 잡은 셈이다.

지난해 이사 보수 한도 대비 실제 지급보수가 가장 낮은 기업은 현대중공업지주였다. 최고한도액은 26억 원이었지만, 지급된 보수 총액은 8억3000만 원으로 16%에 지나지 않았다. 이들은 올해도 이사 보수총액을 26억 원으로 설정한 의안을 올렸다. 같은 그룹 계열사인 현대건설기계도 26억 원으로 통과시켰지만, 실제 8억3000만 원을 지급했다. 지급률로 따지면 32% 수준이다.

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은 올해 보수 한도를 34억 원에서 40억 원으로 높이는 의안을 올렸다. 지난해 이사에게 지급된 보수는 17억8400만 원으로, 보수 한도 대비 절반 가량을 지급했다. 조선업 호황에 힘입어 올해 최고 보수 한도를 높여 보수 총액을 늘리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이어 현대차증권은 40억 원을 결의했지만, 실제 지급은 11억5000만 원에 지나지 않았다. 이밖에 SK하이닉스는 120억 원을 설정하고, 41억2200만 원을, SK이노베이션도 120억 원에서 41억2600만 원을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는 왜 이사보수 한도를 낮췄을까? = 삼성전자는 올해 정기주주총회에 이사 보수 한도를 낮추는 안건을 상정했다. 지난해 이사 보수 한도 550억 원(일반보수 300억 원ㆍ장기성과보수 250억 원)에서 올해 410억 원(일반보수 330억 원ㆍ장기성과보수 80억 원)으로 내린다는 내용이다. 회사 측은 3년에 나눠 지급하는 회사의 장기성과급 제도 특성에 따라 줄였다고 설명했다.

이와 비슷하게 삼성그룹 계열사 중 삼성전기(110억 원→70억 원), 삼성물산(260억 원→200억 원) 등이 올해 이사 보수 한도를 높인 안건을 올린 상태다. 반면 호텔신라(150억 원→160억 원), 삼성바이오로직스(110억 원→150억 원) 등은 이사 보수 한도를 높이고자 주주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주주권 무색한 이사 보수 한도 관행, 바뀔까?= 이사 보수 한도를 주주총회에서 결의하는 이유는 경영진이 주주를 위해 일하도록 만들고, 주인과 대리인 문제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서다. 경영진의 과도한 보수 책정을 막고, 주주들이 보수 결정 과정에 참여하는 데 의의를 둔다. 경영진의 적정한 보수는 주주 이익과 결부되기에 감시가 필요하다.

문제는 주주들이 주주총회에서 보수 한도 총액만 승인하면서 실질적인 견제·감독 기능을 갖지 못한다는 점이다. 지난해 1월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이 개최한 책임투자 포럼에서도 기업의 과도한 보수 한도 설정 의제가 논의되기도 했다. 당시 국민연금은 이러한 관행이 주주권을 무력화한다며 이사 보수 한도는 실제 지급액의 2배를 넘지 않는 게 좋다는 견해를 내놓기도 했다.

당시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측은 “현재 국내에서 운영되는 보수 총액승인제도는 본래 취지에 부합한다고 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사의 보수에 대한 진정한 의미의 주주권 행사로 보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정보 비대칭성 해소, 실질적인 주주 권한 확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조언한다. 미국에 도입된 이사 보수에 대한 주주 발언권(Say-on-Pay), 영국에서 쓰이는 보수보고서 승인 제도 등 여러 방법을 활용하면 주주도 이사 보수 한도의 적절성을 판단할 수 있다는 배경에서다.

이수원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 스튜어드십코드센터 선임연구원은 “기업은 주주가 이사 보수 한도의 적절성을 판단할 수 있는 추가적인 정보를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제도적인 변화와 더불어 이사의 보수와 세부 내역, 성과 측정 방식 등 이사 보수 체계에 대한 구체적 내역을 자세히 공시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방향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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