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무소불위 선출 권력

입력 2021-02-22 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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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호 부국장 겸 산업부장

국가든 개인이든 모든 일의 성패(成敗)를 가르는 건 ‘선택’이다. 우리가 택할 수 없는 부모, 그리고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물려받는 유전자, 죽음을 제외하면 모든 인생사가 선택에 좌우된다. 선택은 좋든 나쁘든 반드시 결과를 낳는다.

대한민국 유권자는 지난해 4월 총선에서 여당에 180석을 몰아주는 선택을 했다. 아무도 그렇게까지 많은 수의 여당 국회의원을 예상하지 못했겠지만, 선택의 총합은 180석이었다. 더불어민주당이 의원 수가 너무 많아 의원 총회를 열 장소가 마땅치 않을 정도였다.

총선 후 1년 가까이 돼 가는 시점에서 어쨌든 국민의 정치적 선택에 따른 경제적 결과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공정과 정의의 이름으로 기업규제3법, 탈원전 고수, 협력이익공유제, 임대차3법, 재난지원금 확대 등 수많은 논란과 편 가르기를 유발한 정책과 입법들이 줄을 이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에 따른 기업들의 경영애로는 고려대상이 아니었다.

이 모든 법과 정책을 관통하는 한마디가 최근 여당 정치인들이 입에 달고 사는 ‘선출된 권력’이다.

국가재정 건전성을 염려하는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선출되지 않은 권력’이기에 홍백기, 홍두사미라는 조롱을 들으며 여당과 청와대에 치인다.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월성 1호기 경제성 조작 감사를 한 감사원장을 두고 “집을 잘 지키라고 했더니 아예 안방을 차지하려 들고, 주인의식을 가지고 일하라 했더니 주인 행세를 한다”고 비판했다. 주인은 선출된 권력, 대통령을 의미하는 것일 터이고, 임명직을 경비견 정도로 생각했는데 사람 행세하는 꼴이 눈에 거슬렸다는 뜻으로 읽힌다.

김두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윤석열 검찰총장 직무복귀 결정을 놓고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의 통치 행위가 검찰과 법관에 의해 난도질당하는 일을 막겠다”고 경고했다. 등골이 오싹할 지경이다. 이 정도면 기업들은 입 닥치고 고개 숙이고 두 손 모으고 있는 게 상책이다.

여당 정치인들의 ‘세 치 혀’가 위아래 가리지 않고 골육난비(骨肉亂飛)의 신공을 부리게 된 배경은 결국 유권자의 ‘선택’이었다.

무소불위 선출 권력에 기업들도 ‘선택’의 기로에 섰다.

우리나라 기업 10곳 중 8곳이 지난해 국회를 통과한 ‘기업규제 3법’(공정경제 3법)에 대응해 고용·투자를 줄이거나, 사업장을 해외로 이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벤처기업협회·한국중견기업연합회와 함께 총 230개사를 대상으로 ‘최근 기업규제 강화에 대한 기업인 인식조사’를 설문한 결과다.

특히 미래 한국 경제 기둥이 돼야 할 중견기업과 벤처기업 중 4곳 중 1곳 정도는 국내사업장의 해외이전을 고려하고 있었다. 지금 기업들은 고용축소와 해외이전 여부를 놓고 기연미연할 수 있다. 하지만 정부 정책 기조를 보면 결국 불가피한 선택을 해야 할 시점이 다가오고 있는 듯하다. 기업들은 하지 않아도 될 스트레스로 가득 찬 선택을 강요받고 있는 셈이다.

야스차 뭉크 미국 존스홉킨스대 교수는 자신의 저서 ‘위험한 민주주의’에서 민주주의 위기 현상의 대표적 징후 중 하나로 선출 권력의 횡포를 꼽았다. 이들은 종종 ‘국민의 뜻’을 만능으로 내세우며 독립 기구들의 독립성을 침해하고 야당에 재갈을 물리려 하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짝패들과 함께 법원의 중립성을 훼손하고 언론을 장악하려 한다”고 지적했다.

4월 7일(재보궐 선거)은 애초 불필요했던 세금 수백억 원을 투입해 선택권을 행사해야 하는 날이다. 그리고 어김없이 새로운 선출 권력은 등장할 것이다. 투표는 티백과 같다. 뜨거운 물에 담가보기 전에는 색깔과 맛을 가늠하기 쉽지 않다. 경제에 활력을 줄 수 있는 선택이 되길 기대할 뿐이다. vicman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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