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증기관서 그린 워싱” ESG 채권의 함정

입력 2021-02-21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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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가기관 늘어나며 인증 경쟁ㆍ객관적 기준 없어 신뢰도 추락

매년 ESG(환경ㆍ사회ㆍ지배구조) 채권 시장이 커지고 있다. 일반 기업들은 물론 증권업계도 ESG 채권을 발행하기 시작했고, ESG 채권 평가 기관도 늘어나고 있다. ESG 채권 시장이 커지는 만큼 발행부터 사후관리까지 명확한 제도적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ESG 채권은 2020년 64조 원이 발행되면서 2018년 1조3000억 원 대비 큰 폭으로 성장했다. 올해 들어서는 ESG 회사채 발행이 5조 원 이상 이뤄졌다. 공공기관 뿐만 아니라 일반기업에서도 ESG 채권 발행을 크게 늘리고 있는 추세다.

실제로 지난 15일 LG화학은 국내에서 ESG 채권 8200억 원을 포함해 1조2000억 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하겠다고 밝혔다. 조달한 자금은 친환경 연료 사용 생산 공정 건설 등 친환경 부문에 사용될 예정이다. 지난달 15일 SK하이닉스 역시 10억 달러(1조1022억 원) 규모의 환경부문 ESG 채권인 그린본드(Green Bond)를 발행한다고 밝힌 바 있다.

ESG 채권 공급과 수요가 확대되면서 신용평가사도 시장에 뛰어들었다. 현재 ESG 채권을 발행하기 위해서는 외부기관의 검토를 받아야 한다. 환경부가 제시한 검토 유형은 △검토의견 △검증 △인증 △등급부여 등 4가지다. 이 중 어느 방식을 선택해도 상관이 없다.

지난해 말까지 발행된 ESG채권은 주로 회계법인의 ‘검증’ 형태로 검토를 받아왔지만, 연말부터 국내 신용평가사 3사(나신평, 한기평, 한신평)는 각자의 ESG 인증 평가방법론을 발표하고 ‘인증’ 사업에 뛰어들었다.

이에 따라 한신평은 한국중부발전 지속가능채권 인증을 시작으로 6건의 ESG채권 등급 평가를 진행했고, 나신평은 현대오일뱅크가 발행한 녹색채권의 인증 평가를 실시했다.

다만, 외부평가기관이 늘어나고, 방식도 다변화되면서 평가방식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ESG채권은 최소 2곳 이상에서 신용등급 평가를 받아야하는 회사채와 달리 1개 기관에서만 인증 또는 검증을 받으면 된다. 발행사 입장에서는 비용은 들 수 있지만 인증등급 선택이 가능한 상황이다. 또 인증 시장에 진입한 신평 3사와 기존 검증기관인 회계법인 간의 밥그릇 싸움도 치열할 전망이다.

윤원태 SK증권 연구원은 “발행사가 검증기관의 경쟁을 악용할 경우 인증의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면서 “ESG 투자에서 가장 객관성을 띄어야 하는 인증기관에서 그린워싱(GreenWashing·위장환경주의)이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또 ESG 채권 발행 후 사후 보고 체계도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았다. 국제자본시장협회는 채권의 존속기간 내에 정기적인 영향 보고를 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ESG 채권이 목적에 맞게 사용됐는지 확인하기 위한 과정이다.

김은기 삼성증권 수석연구위원은 “최근 ESG 채권 발행의 급증에 따라 향후 사후 보고가 발행사의 주요 현안이 될 수 있다”면서 “관리 체계 수립부터 자금의 사용 내역과 성과보고까지 일관성 있는 기준과 지표로 ESG 채권을 설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른바 ESG 채권에 붙는 프리미엄도 경계해야 한다. SK증권에 따르면 ESG 채권은 일반채권 수요예측 결과 대비 -5bp(1bp=0.01%) 낮은 수준으로 금리가 결정됐다. 녹색채권이라는 이유로 일반채권보다 낮은 발행 금리가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그린(green)과 프리미엄(premium)의 합성어인 그리니엄(greenium)이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다.

윤원태 연구원은 “올 1월 신평사의 ESG채권 인증등급을 받고 발행한 7건의 ESG채권 모두 최고등급(1등급)을 받았다. 최고등급을 받고 발행된 ESG채권 보유자에게 ‘ESG채권 인증등급’ 변수는 상방은 막힌 채, 하방 리스크만 존재한다”면서 “ESG채권 투자에 있어서 인증등급이 하향될 경우 치명적인 가격 하락 사유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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