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박범계의 용인술

입력 2021-02-1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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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효진 사회경제부장

이변은 없었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첫 번째 검찰 인사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명확히 드러냈다.

박 장관은 인사 전 윤 총장을 두 번이나 만났다. 결론적으로 추 전 장관의 ‘검찰총장 패싱’ 논란을 의식한 쇼가 됐지만 두 번째 만남에선 이례적으로 인사 협의 사진을 언론에 공개하기도 했다.

휴일 기습적인 발표에 따른 논란은 있을지언정 ‘친정권 인사 기조’는 예견했던 대로 흘러간 게 아니냐는 게 검찰 내 대체적인 반응이다. 여권 인사가 바통을 이어받은 만큼 대척점에 있는 윤석열 검찰총장의 의견 반영을 기대하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는 자조적인 말도 함께 나온다.

추미애 전임 장관으로 시작된 법무부와 검찰 간 갈등으로 쌓인 피로감을 고려하면 이번 인사가 주는 무게감은 크다.

이해를 돕기 위해선 주요 인물 몇 명을 짚어봐야 한다.

먼저 유임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다. 이 지검장은 문무일 검찰총장 시절인 2017~2019년 대검찰청 형사부장, 반부패강력부장을 지냈다. 2019년 7월 윤 총장 부임 후 법무부 검찰국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 지검장은 지난해 1월 추 장관의 취임 후 첫 인사 때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이동했다. 이후 이 지검장은 윤 총장과 부딪히기 시작했다.

결국 두 사람의 갈등은 윤 총장 측근인 한동훈 검사장이 연루된 검언유착 의혹 사건 수사에서 정점을 찍었다.

현재 윤 총장은 매주 수요일 서울중앙지검장으로부터 중요 사건 보고를 받던 주례 대면보고도 없앴다.

윤 총장은 박 장관과의 인사 협의에서 이 지검장에 대한 문책성 인사를 요구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갈등의 골이 깊다.

다음은 서울남부지검장으로 이동하는 심재철 법무부 검찰국장이다.

심 국장은 윤 총장 취임 후 서울남부지검 제1차장검사를 지내다 추 장관이 온 후엔 약 8개월간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을 맡아 전국의 특수 사건을 지휘했다. 이때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한 검찰 수사와 기소로 매우 시끄러웠던 시기다.

지난해 8월 법무부로 이동한 심 국장은 윤 총장 징계에 앞장섰다. 윤 총장 징계 처분에 결정적인 이유였던 ‘판사 사찰 의혹 문건’을 제보한 당사자이기도 하다.

심 국장 자리로 가는 이정수 서울남부지검장도 문재인 정부 들어 잇따라 요직을 지낸 검찰 내 대표적인 친정부 인사로 꼽힌다.

이 지검장은 이성윤 지검장, 김관정 서울동부지검장과 함께 지난해 11월 추 전 장관의 윤 총장에 대한 징계청구 및 직무배제 결정에 반발하는 전국 검사장 성명에 동참하지 않은 3명 중 1명이다.

반면 윤 총장 측근인 한 검사장의 복귀는 불발됐다. 다만 월성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 수사를 이끄는 이두봉 대전지검장은 자리를 지켰다.

박 장관은 윤 총장의 의견을 배제하지 않았다는 뜻으로 “최대한 애를 썼다”며 적극적으로 해명했다. 최종 인사안에 관해 사전 통보를 하지 않았지만, 윤 총장을 직접 만났을 때 명확하게 말했다고 밝혔다.

윤 총장이 원한대로 대검 기획조정부장에 조종태 춘천지검장을 전보했고, 이 대전지검장을 유임시켰다는 점도 빼놓지 않고 말했다.

무엇보다 이번 인사는 추 장관이 만든 ‘판’을 유지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윤 총장은 법원의 직무배재 정지 신청인용으로 복귀했지만 문재인 대통령의 재가를 받은 ‘징계 검찰총장’이라는 고립의 프레임에 쌓여있다.

윤 총장의 임기는 5개월 정도 남았다. 이번 인사로 검찰 조직과 어울리지 않는 ‘레임덕’을 볼 수도 있겠다.

박 장관의 용인술이 5개월간의 침묵을 원한 것이라면 일단은 성공한 것 같다. 더욱이 박 장관은 윤 총장이 임기만료로 물러난 7월 이후 대대적인 검찰 인사를 예고하며 쐐기를 박았다.

그러나 이래선 화합을 기대할 수 없다. 첫 단추가 전임 장관의 전철을 밟은 것이라면 갈등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박 장관은 윤 총장 직무배제로 평검사부터 고검장까지 전국의 검사들이 반발했었던 사실을 잊으면 안 된다. 국민을 위한 검찰 개혁 완수를 원한다면 찍어 누르기보다 대화와 타협을 통한 동의를 이끌어 내야 한다.

일방통행식 소통의 폐단은 이미 전임 장관 때 충분히 확인했다. 국민을 둘로 갈라서게 하는 일은 이제 그만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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