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로 보는 세상] 사무라이도 먹고 살아야.. 영화 ‘황혼의 사무라이’

입력 2021-01-28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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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영 크로스컬처 대표

넷플릭스에서 뭘 볼까 여기저기 기웃대다가 뭔가 있어 보이는 제목에 끌려 ‘황혼의 사무라이’를 선택했다. 그러나 이게 웬걸? 화려한 검술과 번뜩이는 무예로 무기력한 일상을 단숨에 업 시켜 주길 기대했는데 그저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살 걱정을 하는 사무라이라니….

때는 일본 막부 시대의 막바지, 18세기 말엽이다. 세이베이(사나다 히로유키)는 ‘생계형’ 사무라이다. 아내를 병으로 잃고 어린 두 딸과 병든 노모를 건사하며 조그만 마을의 창고지기로 근근이 살아가고 있다. 해가 지면 동료들이 술 한잔하자고 꼬드기지만 곧장 집으로 향한다고 해서 ‘황혼의 사무라이’라 불린다나. 그런데 이 애잔한 사무라이에겐 말 못 할 비밀이 숨겨져 있는 듯하다. 영화 중반쯤 가면 이야기는 정통 무협지의 기본적인 흐름과 결을 같이한다.

세이베이에겐 오랜 시절 마음에 담아둔 여인이 있다. 절친의 여동생 토모에다. 그녀는 남편의 학대를 견디다 못해 이혼을 하고 친정에 와 있던 터였다. 토모에의 전 남편과 시비가 붙게 되고 상대는 검날을 세워 달려들지만 세이베이는 목검으로 간단히 제압해 버린다. 이제 세상이 그의 실체를 안 이상 가만히 두지 않는다.

고수의 솜씨를 숨기고 은둔하며 살아가는 검객이 사랑하는 여자를 위해 어쩔 수 없이 다시 칼을 들고 화끈한 싸움이 벌어지겠구나 싶지만 사무라이는 여전히 망설인다. 그저 폼 나게 검을 휘두르기에는 치매 걸린 노모와 아직 돌봐야 할 여식이 둘이나 남아 있다. 카메라는 다다미방 안의 식사 장면을 빈번하게 보여준다. 사무라이의 밥그릇은 멀건 죽만 있을 뿐이다. 이 비루한 삶이 사무라이의 앞길을, 검객의 화려함을 답답할 정도로 계속 막아낸다. 그래서 더 짠하다.

김훈의 에세이 ‘밥벌이의 지겨움’을 보면 “전기밥통 속에서 밥이 익어가는 그 평화롭고 비린 향기에 나는 한평생 목이 메었다. 밥에는 대책이 없다. 한두 끼를 먹어서 되는 일이 아니라 죽는 날까지 때가 되면 반드시 먹어야 한다. 이것이 밥이다”라고 적었다. 일본 막부시대 ‘폼생폼사’였을 것 같은 사무라이도 ‘먹고사니즘’의 숭고함은 피할 길이 없었나 보다.

박준영 크로스컬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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