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레깅스 입은 여성 몰래 찍어도 성범죄"

입력 2021-01-06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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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적 대상화 되지 않을 자유 확대 첫 판시

신체 굴곡이 드러나는 레깅스를 입은 여성을 몰래 촬영하는 것은 성범죄라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촬영) 혐의로 기소된 A 씨의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유죄 취지로 깨고 사건을 의정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6일 밝혔다.

A 씨는 2018년 하차하기 위해 버스 출입문 앞에 서 있는 B 씨의 하반신을 8초 동안 몰래 동영상 촬영한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피해자는 다소 헐렁한 운동복 상의를 입고 발목까지 내려오는 검은색 레깅스 하의에 운동화를 신었다.

외부로 직접 노출된 신체 부위는 목 윗부분과 손, 레깅스 끝단과 운동화 사이의 발목 부분이었다. 그러나 레깅스 특성상 하체의 굴곡과 신체적 특징이 드러났다.

하급심 판단 엇갈려…1심 유죄 → 2심 무죄

1심은 A 씨의 범행을 유죄로 판단하고 벌금 70만 원을 선고했다.

반면 2심은 A 씨가 촬영한 피해자의 신체 부위가 법률상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신체’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2심은 피해자의 노출 부위가 제한적이고 A 씨가 특정 신체 부위를 확대하거나 부각시켜 촬영하지는 않은 점, 피해자가 처벌불원의사를 표시한 점 등을 판단 근거로 삼았다.

또 “레깅스는 운동복을 넘어 일상복으로 활용되고 있고 피해자 역시 같은 옷차림으로 대중교통에 탑승해 이동했다”며 “레깅스를 입은 젊은 여성이라는 이유로 성적 욕망의 대상이라고 할 수 없다”고 봤다.

피해자가 경찰에서 “기분 더럽고, 어떻게 저런 사람이 있나, 왜 사나 하는 생각을 했다”고 한 진술은 불쾌감, 불안감을 넘어 성적 수치심을 나타낸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대법 "몰래 찍으면 범죄"

그러나 대법원은 “의복이 몸에 밀착해 신체의 굴곡이 드러나는 경우에도 성적 욕망이나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어 “같은 신체 부분이라도 장소, 상황, 촬영 방식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레깅스가 일상복으로 활용된다거나 피해자가 레깅스를 입고 대중교통을 이용했다는 사정은 피해자가 타인의 성적 욕망의 대상이 될 수 없는 타당한 이유가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피해자가 자신의 개성을 표현하기 위해 공개된 장소에서 스스로 드러낸 신체 부분이더라도 이를 의사에 반해 함부로 촬영하면 성적 수치심이 유발될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다.

피해자의 경찰 진술도 분노와 수치심의 표현으로서 성적 수치심이 유발됐다는 의미로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카메라 등 이용 촬영죄의 보호법익으로서 ‘성적 자유’를 구체화해 소극적으로 자기 의사에 반해 성적 대상화가 되지 않을 자유를 의미한다는 최초의 판시"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 사건은 항소심 판결 당시 재판부가 판결문에 검찰이 증거로 제출한 관련 사진을 첨부하면서 2차 가해 논란이 일었다. 현재는 피해자 측 변호인의 신청으로 판결서 등의 열람·복사가 제한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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