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호 칼럼] 코로나19에 숨겨진 몇 가지 과학

입력 2020-12-10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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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학저술인협회장

2020년 세계 어느 누구도 상상하지 못할 일이 일어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세계적 유행)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코로나19를 감염병의 최고 위험단계인 팬데믹으로 선언했다.

팬데믹은 특정 질병이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는 것으로, 이를 충족시키려면 감염병이 특정 권역 창궐을 넘어 2개 대륙 이상으로 확산되어야 한다. 인류 역사상 팬데믹에 속한 질병은 14세기 중세 유럽 인구 3분의 1의 생명을 앗아간 ‘흑사병(페스트)’, 1918년 전 세계에서 2000만~5000만 명의 사망자를 낸 ‘스페인독감’, 1957년 ‘아시아독감’(사망자 약 100만 명 추정), 1968년 80만 명이 사망한 ‘홍콩독감’ 등이다.

여기에서 스페인독감은 일반 독감과 여러 면에서 다르다. 우선 치사율이 일반 독감은 0.1%에 불과한데, 스페인독감의 치사율을 20%로 무려 200배였다. 또한 일반 독감은 5세 미만 또는 65세 이상 면역력이 약한 사람들 사망률이 높지만, 스페인독감은 청년기인 25~35세 젊은이들의 사망률이 높았다.

세계를 팬데믹으로 몰아간 코로나19는 그동안 인간에게 매우 친숙한 포유류와 조류 사이에 발견되는 코로나바이러스의 한 종류이다. 코로나바이러스는 기본적으로 야생동물 사이에서만 감염되는데 바이러스가 유전자 변이를 일으키면 사람에게도 전파될 수 있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사스와 메르스, 그리고 코로나19이다.

그런데 가장 놀라운 것은 취약성이 높은 신생아는 물론 엄마의 뱃속에 있는 태아들은 코로나19에 걸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태아와 모체의 자궁벽을 연결해 영양을 공급하고, 노폐물을 배출하는 등 중요한 기능을 담당하는 기관이 태반이다. 태반은 태아의 생존과 성장에 있어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기관인데, 맥스웰 핀란드 전염병연구소의 엘리사 와치만 교수는 산모를 대상으로 태반 세포조직을 분석한 결과 분석 대상인 태반 모두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침투해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그러나 모든 태아로부터 태아감염 증상이 나타나지 않았다. 임산부에게 코로나19가 침투한 것이 확인되었지만 태반 내 세포조직들이 바이러스 침투를 강력히 방어하므로 태아감염의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 다른 산모와 신생아에 대한 희소식은 모유 수유로 코로나19에 감염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탈리아의 엔리코 베르티노 교수는 코로나19에 감염된 산모가 개인방역 지침을 철저히 준수한다면 모유를 수유해도 신생아에게 바이러스가 전파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물론 산모가 지켜야 할 개인방역은 마스크 착용, 손 씻기, 모든 사용 물품의 소독 등이다.

코로나19의 가장 두드러진 현상은 나이가 많을수록 뚜렷하게 사망률이 증가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일부 젊은층은 코로나19에 걸리더라도 죽지 않으므로 굳이 골머리 아픈 방역에 고생할 필요가 없다고 말하기까지 한다. 과거에도 일반 독감이 유행했는데, 독감에 걸린 사람이 수없이 많지만 만약 잘못되어 죽더라도 사망하는 사람 당사자의 문제라는 것이다. 이런 생각은 전적으로 잘못된 것이다. 자신은 젊어서 죽지 않을 개연성이 많더라도 확진자로 타인에게 전파할 경우 타인이 사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일단 확진자로 감염되면 사망하지 않더라도 여러 가지 후유증이 부수적으로 따라온다.

코로나19의 또 다른 특성은 여성보다 남성의 사망률이 더 높다는 점이다. 조사 결과 남성은 여성에 비해 코로나19로 사망할 위험이 2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미혼, 사별자, 이혼자 등을 포함한 비혼 상태의 사람들은 결혼 상태에 있는 사람들보다 사망 위험이 1.5~2배 높았다.

우선 고령자가 젊은층보다 사망자가 많은 이유로 학자들은 이를 오케스트라에서 악기들이 조화를 이루지 못하면 불협화음이 발생한다는 것으로 설명한다. 즉 65세 이상 고령자들에게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침투할 경우 면역체계가 혼란에 빠져 정상적인 대응을 하지 못하여 치명타를 받는다는 것이다. 바이러스가 침투하면 인체 안에서 바이러스 침투를 감시하고 있던 ‘선천적(innate)’ 방어 세포들이 즉각적인 반응에 들어간다. 이들 세포들은 사이토카인(cytokines)이라 불리는 화학신호 전달물질을 분비해 다른 세포들에게 긴급 상황을 알린다. 코로나19의 경우에는 이를 유발하는 신종 바이러스를 대상으로 세 가지 면역 무기를 만든다.

첫째는 항체다. 침입한 바이러스에 밀착해 감염 능력을 소실케 한다. 둘째는 킬러 T세포를 활용한다. 전투 과정에서 항체가 소멸하면 킬러 T세포가 죽은 항체를 대신해 전투를 벌인다. 셋째는 헬퍼 T세포로 B세포 등과 협력해 더 많은 항체를 생성한다. 그런데 여기에 사이토카인 폭풍(storm of cytokines)이 관건으로 등장한다. 사이토카인 폭풍이란 인체에 바이러스가 침투하였을 때 긴급 상황을 전달하는 사이토카인이 과다하게 분비돼 면역 기능이 오히려 정상 세포를 공격하는 현상을 말한다.

미국 예일대의 이와사키 아키코 교수는 코로나19 확진자 중 고위험군으로 분류된 고령자 여성은 T세포를 더 많이 활성화하지만, 남성의 경우 T세포 면역 반응이 여성에 비하여 약하며 또한 남성 환자들이 사이토카인을 더 많이 생성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남성의 경우 치명적인 ‘사이토카인 폭풍’ 증상을 유발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뜻으로 왜 노령층에서 남자가 여자보다 취약한가를 알려준다.

다소 껄끄러운 연구 내용은 비만이 코로나19 증세를 악화시킨다는 것이다. 특히 고도 비만이 아닌 단순한 과체중인 경우에도 코로나19 증세를 악화시킬 수 있다고 알려진다. 버몬드 대학의 앤 딕슨 교수는 비만인 사람이 코로나19로 인해 병원에 입원할 확률이 정상인과 비교해 13%, 중환자실에 입원할 확률은 74%, 사망 확률은 48% 더 높았다고 발표했다. 한마디로 코로나19에 대처하기 위해서라도 비만에 신경 써야 한다는 것이다.

참고문헌

「생물 속에서만 생명 얻는 불완전한 생물」, 노현모, 과학동아 1994년 2월 :

「과학언론도 ‘한국 칭찬’에 합류」, 이성규, 사이언스타임즈, 2020.03.12.

「여과지도 통과하는 기이한 미생물」, 이성규, 사이언스타임즈, 2020.03.16

「코로나19 환자 ‘네 가지’ 유형이 있다」, 이강봉, 사이언스타임즈, 2020.03.23.

「코로나19 빠른 확산 원인은 돌연변이」, 이강봉, 사이언스타임즈, 2020.04.01.

「영화를 통해 바라본 ‘코로나19」, 김은영, 사이언스타임즈, 2020.04.09.

「코로나19, 노인 남성이 가장 위험하다」, 심창섭, 사이언스타임즈, 2020.08.31

「신생아가 코로나19에 걸리지 않는 이유는?」, 이강봉, 사이언스타임즈, 2020.09.03.

「비만이 코로나19 증세를 악화시킨다」, 이강봉, 사이언스타임즈, 2020.09.11

「고령자가 코로나19에 약한 이유」, 이강봉, 사이언스타임즈, 2020.09.17.

「코로나바이러스가 퍼트린 무서운 전염병들」, 윤상석, 사이언스타임즈, 2020.09.25

「이탈리아 연구진 “모유 수유로는 코로나19 전파 안 돼”」, 연합뉴스, 2020.09.29.

「코로나19를 가장 조심해야 할 사람은?」, 이강봉, 사이언스타임즈, 2020.10.12

https://blog.naver.com/bom_hair/222079183378

『오류와 우연의 역사』, 페터 크뢰닝, 이마고, 2005

『하리하라의 청소년을 위한 의학이야기』, 이은희, 살림, 2014

『위대하고 위험한 약 이야기』, 정진호, 푸른숲,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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