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바닥론의 정체를 파헤치다

입력 2008-12-15 14:33 수정 2008-12-15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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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

2006년 5월 인터넷 청와대브리핑 사이트에서의 한 신조어가 나왔다. 이른바 ‘버블세븐’이란 단어가 그것이다. 잡아도 잡아도 잡히지 않는 집값에 대한 짜증섞인 이 한마디가 있은 후 집값은 말그대로 바닥을 모르고 떨어지고 있다. 실물경기의 한 축인 집값의 끝없는 하락은 마침내 국내 내수시장의 최대축인 건설시장을 불안케 하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이 속에서 집값 바닥론도 솔솔 피어나오고 있다. 추가 하락 없이 강남권 집값이 오랫 동안 보합세를 지키고 있는 게 이 같은 논리의 가장 큰 원인이다. 그러나 아직도 속단하기엔 이르다. 집값이 바닥을 찍었다고 보기엔 아직 넘어야할 장애물이 적잖이 있기 때문이다.

#본문

집값 바닥론의 근거는 크게 두 가지로 압축해볼 수 있다. 우선 주택시장의 분위기가 사뭇다르다는 것이다. 강남권이든 강북이든 수도권이든 이젠 집보유자가 매물을 거둬 들이고, 개인 사정에 따른 급매물 밖에 없다는 것이 그 첫번째 근거다.

두번째는 정부의 주택시장 활성화대책이 하나 둘 발효되기 시작하게 되면 경기가 지금보다는 다소라도 풀릴 내년 봄 이사 시즌부터는 본격적인 상승세를 나타나게 될 것이란 기대감이다.

실제로 낙관론자들의 생각은 정부의 부동산 대책이 어느 정도 효과를 보일 것이라는데 일치하고 있다. 정부의 재건축 활성화 정책은 강남 집값을 반등시킬 충분한 요소가 되며, 국내 주택시장의 랜드마크 격인 강남시장이 되살아나면 강북 등 수도권 집값도 함께 강세로 회귀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집값 바닥론의 근거는 경기+집값 쌍끌이 상승

한 시장전문가는 “집 매매가에는 거품이라고 볼 수 있는 개발기대심리라는 게 있다”며 “경기가 극히 안좋은 상황이지만 수출을 중심으로 경기가 조금이라도 회복되면 새정부의 잇딴 개발재료는 집값 상승에 좋은 기폭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의 집값바닥론 주장에는 국내 경기 회복이 ‘패키지’로 포함돼 있다. 경기회복을 긍정적으로 보는 이유는 한미통화스왑 조약에 따른 외환시장 안정 오바마 행정부 수립에 따른 미국의 경기회복 기대감 증시불안에 따른 투자자금의 부동산시장 이동 등이 있다.

시장 상황도 바닥론에 가깝다. 바닥 시장이란 실제 거래는 활발하지 않지만 조금씩 일어나고, 또 하한가를 경신하는 빈도도 눈에 띠게 줄어든다.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지난 10월 한달간 주택거래 건수는 7개월 만에 상승했다.

물론 서울 수도권지역은 5790건으로 정부가 실거래가 신고를 실시한 이래 최저 건수를 기록했지만 이 같은 거래의 빈곤은 매물도 함께 사라지는 상태에 기인한다는 점에서 전형적인 '바닥정서'라고 볼 수 있다.

계절적인 요인도 무시할 순 없다. 부동산시장은 11월은 통상 비수기에 속하며, 12월과 1월 등 겨울은 안정기. 그리고 설연휴 이후 상승세를 타기 시작해 봄철인 3월 경 성수기를 맞이하는 속성을 갖고 있는 만큼 내년 봄철 성수기를 기대하는 심리도 바닥론에 포함돼 있는 것이다.

한마디로 우리 경제의 ‘펜터멘탈’을 믿고, 그에 따른 시장경기 회복과 함께 부동산시장의 활성화도 이루어질 것이란 이야기다.

실제로 국내 경기가 다소라도 회복된다면 이는 부동산시장 회복에는 적지 않은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건설사들이 분양가를 내려 미분양을 해소하는 것도 시장 활성화에 적지 않은 기여를 할 것으로 보인다.

한 부동산 시장 전문가는 "부동산시장이 내년 봄이라고 해서 당장 2000년대와 같은 활황세는 있을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하지만 그 속에서도 서서히 실수요 아파트를 중심으로 강세가 다시 나타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부동산시장을 이끌 지역은 역시 강남지역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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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관론 팽배 "집값 좀더 곤두박질 칠 것"

반면 비관론은 좀더 상황을 더 좋지 않게 본다. 우선 이들은 집값 상승의 중요변수 중 하나인 경기 회복에 대해 더욱 비관적인 생각을 품고 있다.

이는 국제 경제사정이 과거 IMF보다 더 좋지 않은데 그 원인이 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즉 경기 회복이 더디게 되면 국내 건설시장의 해빙기도 길어질 수 밖에 없다는 것. 물론 IMF때와는 달리 국내 외환위기가 거세지지 않을 것인 만큼 이에 따른 국가 차원의 어려움은 적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렇더라도 억대의 아파트를 추가로 매입할 만한 여유는 없으며 이에 따른 집값 약세는 좀더 이어질 것이라고 보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IMF에 접어들었던 시기인 97년말은 91년 5대신도시 첫 입주를 시작으로 약 5년 간 집값이 안정세를 보인 뒤 벌어졌다. 이 때문에 주택공급도 활발하지 않았으며, IMF를 예상치 못했던 97년 중반만 하더라도 집값이 98년 이후 강세를 보일 것이란 전망까지 나올 정도였다. 즉 전체적인 국가 경제 위기는 집이 부족한 상태에서도 가격을 곤두박질 치케 만든 셈이다.

경기 등 시장 외부요인 외에 부동산시장 내부에도 적지 않은 장애물이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주택 공급량이다. 정부는 참여정부 당시부터 매년 전국적으로 50만호 이상의 임대주택을 건설하겠다는 뜻을 밝혔고, 새정부도 보금자리주택이란 개념을 적용, 10년간 300만호를 수도권에 풀어놓는 등 500만호를 공급할 방침을 세운 바 있다.

이 때문에 이제 집 자체가 과거와 만큼 필요가치가 떨어졌다는데 그 이유가 있다. 집의 시장가치를 알 수 있는 것은 수요-공급 원칙에 충실한 임대시장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서울 강남과 강북, 그리고 수도권과 인천을 가리지 않고 전국적인 전세가 약세가 나타나고 있는 것도 집값에는 악재다.

그만큼 집의 시장가치가 떨어져 나간다는 것은 향후 매매가에도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같은 전세시장 침체는 지난 2004년 나타난 바 있다. 기존 전세가 보다 전세가를 내려야하는 이른바 '역전세 현상'이라 불리던 현상이 나타났던 당시는 일시적 공급 과다에 기인한 바가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이야기다.

하지만 지금 나타나고 있는 전세가 약세현상은 경기 불안에 따른 소비 축소와 함께 장기적인 시야에서의 주택 공급 안정성 때문이라고 시장 전문가들은 주장하고 있다.

한 부동산 정보업체 관계자는 "집이 이제 충분한 만큼 더이상 집이 없어 집값이 오르는 일은 없으며, 오직 다가구, 다세대에서 아파트로 주거지를 이전하려는 수요만 남았다"며 "이러한 수요들이 경기 침체를 이유로 움직이지 않고 있는 것이 지금 나타나는 전세가 약세의 이유"라고 말했다.

통상 전세가가 떨어진다고 해서 매매가가 동반해서 떨어지는 현상은 많지 않다. 하지만 집의 실질가치인 임대가치의 하락은 장기화되면 결국 집 매매가에도 영향을 줄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전세가의 하락세가 부동산시장에 주는 여파는 '개발재료' 이상으로 거대할 수 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98년 초 국민의정부가 잇따라 꺼낸 부동산대책도 2년이 지난 2000년부터 약효가 먹혔음에 주목하고 있다.

당시는 주택공급이 많지도 않았던 시기였던 만큼 주택 공급이 충분한 지금과 비교하면, 주택시장 회복기는 2년 안에 오지 않을 것으로 보는 전문가도 있는 상태다.

이밖에 외환위기 수준은 아니더라도 금융위기가 와 정부 차원의 예산절감 등 시중 통화량이 줄어는 것도 부동산 시장엔 좋지 않은 재료가 될 전망이다. 통상 통화량이 적으면 아파트 거래도 부진을 면치 못하는 상관관계가 나타나고 있다.

한 경제연구원 관계자는 "집으로 돈 버는 시대는 이제 오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하며 "3년 후에나 주택시장 정상화가 돌아올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더욱이 고분양가로 인해 집 매입비용이 여전히 작지 않은 것도주택시장 단기 활성화에 어두움을 던지는 요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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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수요자 겨울 지나면 움직여보라

이에 따라 수요자들의 행동요령에 대해서도 이견이 분분하다. 하지만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실수요적 접근은 내년 봄 이후, 그리고 투자적 접근은 당분간 유보할 것을 권하고 있다.

우선 실수요 주택은 올겨울이 관건이 될 것이란 전문가들의 이야기다. 이번 겨울은 특히 주택시장과 관계가 가장 깊은 건설사들의 시련기가 될 것이며, 이번 겨울을 그나마 무사히 넘긴 업체들은 생존이 가능할 것으로 예측된다.

건설사들의 건실, 부실 여부에 따라 주택시장도 색깔이 달라질 것"이라며 "따라서 실수요자는 이번 겨울을 지내며 부동산 시장과 국내 경기 동향을 살펴보면 행동해야 유리할 것으로 보인다.

한 부동산 정보업체 관계자는 "현재는 규제가 집값 상승세를 쥐고 있던 2005년과는 다르다"며 "안정세가 일단 이어질 것으로 보는 만큼 겨울을 지나 봄이 오기 전 집 매입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투자목적의 수요는 당분간 매입 자체를 유보할 것을 조언하고 있다. 저소득층의 경우 보금자리 주택으로 주거문제를 해결했으며, 강남 재건축을 제외한 일반아파트는 아직오름세가 나타날 정도의 활황은 보이지 않고 있다는 게 이들 주장의 근거다.

한 경제연구원 관계자는 "아파트로 돈을 벌기는 아제 다소 어려운 게 사실"이라며 "투자목적이라면 정부가 1가구 이상으로 완화한 임대사업자 기준을 잘활용해 볼만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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