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9억 아파트, 10년 뒤 보유세 1000만원 더 낸다

입력 2020-11-03 17:50 수정 2020-11-04 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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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억짜리 아파트 재산세 118만 원 감면에도…보유세는 288만원 늘어

가격대ㆍ지역 안 가리고 부동산 보유세 부담 증가 불가피
"임의로 과세 표준 설정, 조세 법률주의 위반 지적"

서울 노원구 중계동 중계무지개아파트 전용면적 59㎡형에 사는 A씨는 올해 아파트 보유세로 38만 원을 냈다. 그런데 국토교통부가 3일 발표한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대로면 매년 집값이 2%씩만 올라도 2030년 A씨가 내야 할 보유세는 98만 원까지 늘어난다. 현재 A씨 아파트는 시세 6억 원에 공시가격 2억6800만 원인데 2030년엔 공시가격이 6억4800만 원(시세 7억1700만 원)까지 늘기 때문이다.

정부가 부동산 공시가격을 시세의 90% 수준까지 끌어올리는 방안을 확정하면서 대부분 부동산에서 가격이 안 올라도 보유세는 늘어나게 됐다. 정부는 1주택자에겐 재산세를 감면해주기로 했지만 늘어난 세금 부담을 덜어 주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많다.

'래대팰' 전용 84㎡형, 아파트값 안 올라도 2030년 보유세 3000만 원

정부 계획대로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율(시세 반영률)이 높아지면 보유세 부담 증가는 불가피하다. 공시가격은 재산세, 종합부동산세 등 부동산 관련 세금이나 사회보험료 등을 부과하는 지표로 쓰이기 때문이다. 부동산 가격이 오르지 않고 공시가격만 높아져도 세금 부담은 무거워진다.

문재인 정부는 공시가격 신뢰도와 조세 형평성을 높인다는 명목으로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지속해서 높여왔다. 그간엔 서울 강남권 등 고가 아파트가 공시가격 상향 주요 타깃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토지 2028년 △공동주택 2030년 △단독주택 2035년 등 시한을 설정해놓고 90%까지 현실화율을 높인다는 점에서 가계에 미치는 파장이 전과 다르다. 일률적인 공시가격 현실화 작업이 시작되면 그동안 현실화율이 낮았던 비(非)수도권이나 중ㆍ저가 부동산에서 공시가격 상승 폭이 커질 수밖에 없다.

현재 시세가 6억5000만 원인 대구 수성구 수성동 '수성 태영데시앙' 전용 84㎡형의 경우 올해 공시가격이 4억2400만 원이지만 2030년엔 7억5290만 원(시세 연 2% 상승 기준)으로 높아진다. 연간 보유세 부담은 75만 원에서 204만 원까지 늘어난다.

그간 공시가격 상향으로 보유세가 급등했던 고가 주택에선 그 무게가 더 가중된다. 올해 보유세가 1757만 원인 서울 강남구 대치동 '래미안 대치팰리스' 전용 84㎡형은 현실화율을 90%까지 올리면 현재 집값이 전혀 오르지 않아도 2030년 보유세가 3371만 원까지 오른다. 연봉이 1억 원인 고소득자도 소득 30% 이상을 주택 보유세로 내야 한다는 뜻이다.

▲서울 강남 한강변 일대 아파트 단지 전경. 신태현 기자 holjjak@
▲서울 강남 한강변 일대 아파트 단지 전경. 신태현 기자 holjjak@

10년간 재산세 118만 원 깎아줘도 보유세 288만 원 순증

정부가 중ㆍ저가 주택에 대해선 3년간 현실화율 상승 폭을 1%포인트(P)대로 낮게 유지하고 공시가격 6억 원 이하 1주택자 보유자에겐 재산세를 깎아주기로 한 것도 이 같은 증세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서다. 국토부는 재산세 세율 인하로 1030만 가구에서 1년에 총 4785억 원씩 세금 부담이 경감될 것으로 추산했다.

다만 공시가격 상향으로 인한 보유세 인상폭에 비하면 재산세 감면 효과는 제한적이다. A씨가 가진 중계무지개아파트만 해도 재산세 감면이 10년까지 연장된다고 해도 감면 총액은 118만 원이다. 반면 공시가격 상향으로 늘어나는 보유세 부담 총액은 288만 원에 이른다. 여기에 공시가격이 지속해서 오르는 상황에서 재산세 감면 기준이 공시가격 6억 원으로 고정돼 있으면 그 수혜 대상은 해마다 줄어들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공시가격 상향이 '편법 증세'라고 꼬집는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과 교수는 "정부가 공시가격을 임의로 정해 과세표준을 설정하는 것은 법률이 위임한 범위를 벗어났다"며 "조세 법률주의(세율과 세목은 법률로 정한다는 원칙)를 간과했다는 지적을 받을 소지가 많다"고 말했다. 야당인 국민의힘 의원들도 이 같은 맥락에서 국토부 장관이 공시가격 조정 계획을 수립할 때 중앙부동산가격공시위원회 심의를 거쳐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는 부동산 가격 공시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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