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돈과 권력을 이어준 사모펀드

입력 2020-10-13 05:00 수정 2020-10-13 0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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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우 금융부장

금융경제범죄에서 ‘그들만 아는 정보’는 권력이자 돈이다. 김대중 정부에서의 이용호 게이트, 이명박 정부에서의 저축은행 사태, 박근혜 정부에서의 동양그룹 사태 등 다수의 피해자가 속출한 금융경제범죄는 권력형 비리로 점철된다. 작금의 옵티머스자산운용과 라임자산운용의 사모펀드 사태는 어떠한가. 국정감사와 맞물리면서 청와대와 여당 정치인들의 연루 가능성을 시사하는 진술과 정황들이 잇따르고 있다. 아직 정·관계 로비 의혹은 실체가 불분명하다. 하지만 불법은 못 잡고 뒷북만 치는 금융감독원과 늦장 수사로 은폐 축소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는 검찰로 인해 어떤 결과를 내놓아도 신뢰받기 힘들게 됐다.

사모펀드는 일반인들에게는 낯선 금융상품이다. 사모펀드가 언론의 메인 뉴스를 일제히 장식한 것은 지난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논란에서 이른바 ‘조국 펀드’였을 것이다. 당시 핵심 쟁점 중 하나였던 조국 펀드의 실제 주인이 누구냐 하는 것은 뒤로한다. 다만 사모펀드 용어 자체만으로 관심줄 놓기 십상이었던 대중에게 돈과 권력을 잇는 수단으로 인식된 듯싶다.

이후 낯선 명칭의 사모펀드들이 줄줄이 사고를 쳤다. 터졌다 하면 수백억 원에서 수천억 원, 급기야 1조 원대 금융경제범죄로 이어졌다. 지난해 해외 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의 투자금은 7000억 원. 올해 라임과 옵티머스 펀드는 각각 1조6000억 원, 5000억 원의 투자금에 문제가 발생했다. ‘환매중단’이라는 결과는 비슷하다. 그러나 과정은 명백한 차이가 있다. DLF 사태는 은행의 불완전판매가 핵심이다. 라임 사태는 사기에 가까운 행태를 보였다. 그리고 옵티머스는 완전한 사기로 귀결된다.

DLF사태는 은행이 불완전판매를 해 피해 보상이 진행됐다. 반면, 라임사태는 라임이 임의대로 투자 대상 자산을 변경하고 환매를 중단하는 등 운용사의 잘못이라며 반박한 게 이를 뒷받침한다.

‘완전한 사기’라고 하는 옵티머스 펀드는 상황이 다르다. 옵티머스자산운용은 공공기관 매출 채권에 투자해 연 3%대 수익을 자신했다. 매출 채권은 상품, 용역의 대가를 나중에 주기로 하고 발행한 일종의 어음이다. 공공기관이 망하지 않는 한 돈을 떼일 가능성이 없다고 했다. 하지만 사기였다. 비상장 기업의 회사채를 비롯해 대부업체에 투자해 놓고 각종 서류를 위조했다. 사기 행각은 옵티머스 측이 만기가 돌아온 펀드를 환매할 수 없다고 신고할 때까지 3년이나 계속됐다.

여기에 무능한 금융당국까지 일을 거들었다. 금융상품으로 등록시켜 줬고, 금감원의 사후 심사도 서류에서 통과됐다. 이후 전혀 사후관리가 진행되지 않았다. 옵티머스자산운용의 자금줄 역할을 담당한 ‘트러스트올’이 올해 초 회계법인으로부터 ‘감사의견 거절’을 통보받은 사실조차 그냥 넘겼다. 기업의 경영상태를 나타내는 재무제표조차 작성되지 않을 정도로 트러스트올은 사실상 유령회사였던 셈이다.

막차를 탄 NH투자증권이 약 4500억 원 규모의 펀드를 판매한 것은 올 5월이다. 금감원이 더 세심하게 들여다봤다면 상황이 어땠을까. 현재 해외 도피 중인 펀드 설립자는 19대 총선의 민주당 후보였다. 2012년 문재인 대선후보 캠프에서는 특보였다. 그의 정치적 이력이 금감원에 부담으로 작용했을까.

시장이 판단하는 사모펀드의 올바른 수익 구조는 ‘견제와 균형’이다. 운용사(옵티머스)는 사모펀드 상품을 기획한다. 은행과 증권사 등 판매사(NH투자증권)는 사모펀드를 자사 고객에게 팔아 투자금을 확보한다. 수탁사(하나은행)는 판매사로 들어온 자금을 보관하면서 운용사의 지침에 따라 투자를 집행한다. 사무관리회사(예탁결제원)는 사모펀드 가치를 산정할 수 있는 일종의 회계장부 시스템을 제공한다. 이들 회사 간 균형과 견제가 제대로 작동하면 소비자는 높은 수익을 보장받을 수 있다.

한 가지 더 금감원의 관리·감독이란 제 기능까지 기대한다. 하지만 ‘그들만 아는 정보’로 악용되면서 시장은 혼탁해졌다. 시장이 회복되길 기대한다면 작금의 여권 인사 연루설, 진위부터 엄정히 밝혀야 할 때다. ac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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