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10주년] 허물지 않고 고쳐쓴 도시재생 5년…“잘 고쳤다”vs“다 죽어가”

입력 2020-10-05 06:00 수정 2020-10-05 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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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위동 ‘가꿈주택’ 사업 성공적…창신·숭인동, 정비에도 슬럼화

서울형 도시재생 사업이 첫 삽을 뜬 지 약 5년이 지났다. 2014년 종로구 창신동, 숭인동을 시작으로 이듬해 성수동, 장위동, 신촌동, 상도4동, 암사동, 해방촌, 가리봉 등 7개 지역이 추가 선정됐다. 현재 이들 지역은 ‘3+5 선도ㆍ시범사업지’로 묶여 연내 사업이 마무리된다. 허물지 않고 ‘고쳐 쓰는’ 서울형 도시재생 사업은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주민들의 이해가 얽혀 갈등을 겪는 곳도 있다. 서울형 도시재생 1단계 사업의 명암을 들여다봤다.

▲서울 성북구 장위동 가꿈주택 단지. 지역 특성을 살린 도시재생의 성공 모델로 평가받는다. (홍인석 기자 mystic@)
▲서울 성북구 장위동 가꿈주택 단지. 지역 특성을 살린 도시재생의 성공 모델로 평가받는다. (홍인석 기자 mystic@)

“상권이 많이 살아났죠. 이젠 ‘핫플’(인기 장소)이라니까요.” (해방촌 신흥시장)

“죽어가는 사람 뜸 뜨고 있는 것과 다름없어요.” (종로구 창신동)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서울형 도시재생 1단계 사업에 대한 주민들의 평가는 엇갈린다. 주거환경과 상권이 되살아난 지역은 “전보다 생기가 넘친다”며 반색했지만 답보 상태인 곳은 “서울시가 재개발만 막고 있다”는 불만이 나온다.

‘3+5 선도ㆍ시범사업지’에는 191개 사업이 진행된다. 현재 160개가 완료됐고 31개는 연내 마무리된다. 서울시는 5년간 총 3026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주거지와 일터, 공동체를 재생하기 위해 힘썼다. 낡은 지역을 철거해 새로 짓는 대신 기존의 틀을 유지하면서 변화를 줘 주민 삶의 질을 높이는 게 최종 목표다.

성공 모델 ‘장위동 가꿈주택ㆍ해방촌 신흥시장’

‘3+5 선도ㆍ시범사업지’에서 장위동과 해방촌은 성공 모델로 평가받는다. 특히 장위동 234-34는 골목길을 정비하면서 서울시 ‘가꿈주택’ 사업으로 지역만의 이색적인 마을을 형성했다.

서울시가 공사비를 최대 1000만 원까지 지원해 노후주택을 수리했고 담장 높이를 낮추면서 30cm가량 후퇴했다. 연주황색 대문으로 통일감을 갖췄고, 아이들은 학교나 학원 친구가 아닌 ‘동네 친구’와 함께 시간을 보낸다.

도시재생 이후 주거 환경이 개선 외에도 이웃을 덤으로 얻었다. 이곳에 사는 이현두 씨는 “담장이 낮아지니 이웃 간 소통이 더 잘된다”며 밝게 웃었다. 그는 “옛날에는 담장이 높아 볼 수 없었던 얼굴을 더 자주 보게 돼 새 이웃이 생겼다”며 “집 근처도 깨끗해져 참 좋다”고 덧붙였다.

해방촌 신흥시장도 젊은층이 찾는 ‘핫플’로 떠올랐다. 낡은 시장의 90% 가까운 방문자가 20·30대 젊은층이다. 시장 전체 크기가 작아 각각 가게도 좁지만 모두 나름대로의 개성을 갖췄다. 이곳에서 터를 오래 잡은 가게도 젊은층의 기호에 맞게 주문 배달 시스템을 도입하면서 충성 고객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서울시는 도로를 정비하는 동시에 지붕을 올려 이곳을 지역 명소로 만들 계획이다.

상인들은 지금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방문객이 줄었지만 상권 자체가 활기를 띤다고 입을 모았다.

신흥시장에 위치한 카페에서 일하는 러시아인 니키타는 “드라마도 찍고 유명 프로그램에 나오면서 더 유명해졌다”며 “신흥시장이 이태원과 가까워 외국인은 물론 내국인도 많이 찾아 시간을 보내는 장소가 됐다”고 했다.

▲창신·숭인 지역은 지금도 허름한 골목이 많다.  (연합뉴스)
▲창신·숭인 지역은 지금도 허름한 골목이 많다. (연합뉴스)

창신ㆍ숭인 “허울뿐인 도시재생, 이제 그만해야”

서울 종로구 창신ㆍ숭인 지역은 도시재생이라는 단어를 꺼내기도 어려울 만큼 주민들의 반발이 크다.

서울시는 이곳에 채석전망대와 봉제역사관 등 지역 문화를 보존할 수 있는 시설을 만들고 골목길을 재정비했다. 그러나 여전히 낡은 집이 많아 슬럼화가 진행 중이다. 변화를 체감하기엔 역부족이란 뜻이다. 특히 이 지역은 뉴타운 사업구역으로 지정됐다가 해제된 전례가 있어 일부 주민은 재개발을 원하고 있다.

이곳에서 만난 한 주민은 “뉴타운을 한다고 지역을 내버려 두다 뒤늦게 도시재생이란 이름으로 뭔가를 하는 것”이라며 냉소적인 반응을 나타냈다. 그는 “아파트가 들어서서 차도 주차할 수 있게 하고 세련되게 동네를 바꿔야지 조금 뭘 만든다고 달라질 게 있느냐”면서 “지금이라도 완전히 새롭게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창신ㆍ숭인은 뉴타운 지정에 따른 갈등이 재현될 조짐도 보인다. 정부는 수도권 주택 공급을 늘리기 위해 공공재개발 사업 카드를 꺼내들었다. 그러나 공공재개발 사업을 하려면 도시재생을 포기해야 한다.

이 지역 주민들은 도시재생을 선호하는 쪽과 공공재개발을 추진하려는 쪽으로 나뉘어 의견이 상충하고 있다.

서울시 “주민 욕구 충족시키기 위해 최선 다할 것”

서울시는 이제 1단계인 도시재생 사업의 성공 여부를 평가하기엔 이르다는 입장이다. 변화를 시도한 지 5년밖에 안된 데다 단순히 성공과 실패를 가르기엔 들여야 봐야 하는 요소가 많다는 이유에서다.

서울시 관계자는 “주민공동체 형성, 일자리 창출, 진행 과정에서의 투명성 등 따져봐야 할 게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불만이 많은 지역이 어딘지 잘 파악하고 있다”며 “지역마다 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해결책도 다르다. 주민들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도록 다양한 연계사업을 진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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