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책정?…사장님이 '중국산 제품' 눈치보는 사정

입력 2020-09-20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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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산 저가 수주에 밀려 국내 산업 생태계 붕괴…고부가가치 제품으로 방향성 전환해야

“요즘 '드론' 가격 보셨어요? 수백만 원 하던 촬영용 드론이 온라인 몰에서 5만 원쯤 합니다. 중국산이 시장을 90%쯤 장악하고 있어요. 국내 업체는 가격 낮추다가 이제는 손을 놓았고, 사업 자체를 포기하는 거죠.”

우리나라가 만드는 소비재가 세계 시장에서 중국의 저가 전략에 위축되는 사례가 확산하고 있다. 저가 제품에 몰렸던 이런 현상이 이제 고가의 소비재까지 확산하고 있어 문제다.

신기술 선점으로 방향성을 전환하는 한편, 중국과의 기술격차를 더 확대하고 고부가가치 제품에 집중해야 한다는 대안도 속속 나온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고부가가치 제품인 QLED와 OLED 기술을 키우고 있다. LCD TV 시장은 중국산 저가제품의 공세 탓에 손을 뗀지 오래다.  (사진제공=삼성전자)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고부가가치 제품인 QLED와 OLED 기술을 키우고 있다. LCD TV 시장은 중국산 저가제품의 공세 탓에 손을 뗀지 오래다. (사진제공=삼성전자)

◇국내 스쿠터 시장 붕괴…"중국산 OEM 수입이 더 이득"==20일 산업계에 따르면 중국의 저가 전략이 국내 소비재의 수출가격에 미치는 악영향이 여러 분야로 확산 중이다.

저가형 단순부품에서 중고가 소비재까지 이런 영향력이 커지는 양상이다.

드론처럼 중국산 저가 제품이 확산하면서 국내 업체는 이제 사업 자체를 속속 포기하고 있다.

신기술을 앞세워 시장에 뛰어들어도 중국의 빠른 기술 추격이 이어지면서 사업의 영속성이 위축되고 있는 양상이다.

예컨대 국내 모터사이클, 특히 소형 스쿠터 시장을 양분했던 효성과 대림은 이제 국내 생산을 사실상 포기했다. 중국에 ‘주문자 상표부착(OEM)’ 방식을 통해 물건을 주문하고 완제품을 들여오는 게 오히려 이익이기 때문이다.

중국산 저가 스쿠터가 국내에 확산하자 가격경쟁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다 사업을 포기한 경우다.

TV 시장도 마찬가지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중국산 LCD TV의 확산에 밀려 이 시장에서 손을 뗐다.

대형마트 또는 유통업체가 중국산 LCD TV를 OEM 방식으로 공급받고, 여기에 자체 상표로 TV를 내놓는 자체 브랜드 상품(PB)이 확산한 탓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LCD TV에서 손을 떼고 각각 QLED와 OLED TV를 내놓으며 고화질에 승부를 거는 것도 가격경쟁을 피하는 동시에 고부가가치 제품에 집중하기 위해서다.

비슷한 양상은 조선업계에서도 이어진다.

중국 정부의 지원을 바탕으로 세계 시장에서 저가 수주에 나선 중국 조선업체 탓에 글로벌 선박 가격이 십수 년째 내림세를 이어오고 있다.

▲지난해 글로벌 선가지수는 2007년 대비 29.7% 하락했다. 2008 리먼쇼크를 기점으로 중국의 저가 수주경쟁이 본격화된 탓이다.  (자료=클락슨리서치)
▲지난해 글로벌 선가지수는 2007년 대비 29.7% 하락했다. 2008 리먼쇼크를 기점으로 중국의 저가 수주경쟁이 본격화된 탓이다. (자료=클락슨리서치)

◇지난해 선가지수 2008년 대비 29% 하락해=글로벌 조선ㆍ해운업 분석기관인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세계 조선시장의 ‘선가지수’는 2008년 리먼 사태를 정점으로 점진적으로 하락 중이다.

선가지수는 선박의 가격을 지수화(化)한 것으로, 이 수치가 상승하면 선박 가격이 올랐다는 뜻이고, 반대로 내리면 선박 가격이 하락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2000년 108.96 수준이었던 글로벌 선가지수는 2007년 184.83까지 쉼 없이 상승했다.

그러나 이듬해인 2008년 미국발 리먼 사태가 터지면서 세계 경기 위축이 본격화됐고 선가지수도 하락했다. 이때부터 선주사들의 발주량이 급감했다. 그나마 시장에 나온 발주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글로벌 조선사의 저가수주 경쟁도 이때 본격화했다.

이 무렵, 정부 지원을 받은 중국의 저가 조선사들이 잇따라 세계 시장에서 수주에 성공하면서 전반적인 선박 가격이 하락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2007년 정점(184.83)을 찍었던 선가지수는 지난해 29.7% 하락한 129.77 수준까지 떨어졌다. 올해 9월까지 선가지수는 지난해 수준에도 못 미치는 126.87에 머물고 있다.

▲현대차의 중국 현지전략형 준중형 스포츠 세단 '라페스타'가 EV 버전으로 영역을 확대한다. 중국 정부의 보조금을 받기 위해 현지업체인 CATL 배터리를 사용하게 된다.  (사진제공=현대차)
▲현대차의 중국 현지전략형 준중형 스포츠 세단 '라페스타'가 EV 버전으로 영역을 확대한다. 중국 정부의 보조금을 받기 위해 현지업체인 CATL 배터리를 사용하게 된다. (사진제공=현대차)

◇中 저가 전기차에는 '주행거리 연장형' 기술로 대응=전기차 배터리 역시 마찬가지다.

글로벌 톱5 수준에 올라서 있는 LG화학 SK이노베이션 등이 현재는 기술력을 앞세워 시장을 선점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의 빠른 추격과 국가 차원의 자국산업 보호 전략이 이어지면서 경쟁이 심화하고 있다.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으로 급부상한 중국은 자국산 전기차 배터리를 장착한 전기차에만 '정부 보조금'을 지원하는 등 자국산업 보호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낮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보급형 저가시장, 이른바 ‘로(Low) 레인지 마켓’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확산하자 우리 수출품목의 글로벌 가격경쟁력이 약화할 것이라는 우려도 매우 증가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 기업이 본격적인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방향을 전환하고 기술경쟁력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더욱 설득력을 얻고 있다.

조선업계가 중국산 저가수주 경쟁을 피하고 시장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고부가가치 선박인 △해양 플랜트 건설 △LNG 운반선 △친환경 LNG 추진선 등으로 방향을 전환한 게 대표적이다.

이미 오래전 시작한 전략이지만 이를 보다 세분화하고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자동차 산업이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제품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이른바 ‘주행거리 연장형’ 전기차에 집중하고 있는 것도 이런 대안이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 관계자는 “같은 시장에서 중국산 제품과 경쟁하는 것 자체가 기업에는 하나의 리스크가 된다”라며 “국산차가 이제 중국에서 고급차 시장을 노리는 것도 현지 토종메이커와 가격 경쟁을 피하고 고부가가치 제품 전략에 집중하기 위한 포석”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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