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호 칼럼] ‘우주 허니문’ 사랑도 가능할까요

입력 2020-07-30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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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학저술인협회장

미국 정부가 우주왕복선 프로그램을 중단한 지 거의 10년 만인 올해 5월 30일, 일론 머스크가 세운 민간 기업 스페이스X가 플로리다주 케이프커내버럴의 케네디우주센터에서 유인 우주선 ‘크루 드래건’을 발사하여 우주비행사를 궤도에 진입시키며 새로운 우주여행 시대를 열었다.

지금까지 유인 우주선을 띄운 국가는 미국·중국·러시아 등 3개국에 불과한데, 정부가 아니라 민간기업이 처음으로 유인 우주선을 발사한 것이다.

‘크루 드래건’은 기존 우주선과 조작 형태부터 다르다. 일반적인 버튼 대신 터치스크린으로 제어하는 차세대 우주선으로 최대 수용 인원은 7명이다. 스페이스X의 발사 성공은 냉전 시대 이후 지속된 정부 주도의 ‘우주 전쟁’, 즉 우주개발 주도권이 정부에서 민간으로 넘어가고 있다는 걸 알려준다. 과거엔 군사 목적이나 국력 과시를 위해서였지만, 이번엔 상업적인 목적을 위한 우주여행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블루오리진 등 미국의 민간 우주기업들은 냉전시대 정부 주도 탐사를 ‘올드 스페이스(old space·낡은 우주)’라고 부르면서 스스로를 ‘뉴 스페이스’로 차별화하고 있다.

스페이스X의 발사 성공이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킨 것은 전문 우주인이 아닌 일반인도 우주여행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민간인들에게도 우주여행이 현실화될 때 가장 먼저 제기되는 문제 중 하나가 우주에서도 섹스가 가능하냐는 것이다. 현재 우주여행 프로그램으로 가장 매력적인 것이 ‘우주 허니문’이다. 일부 회사에서는 우주선에 허니문 특실을 별도로 설치하여 신혼부부를 유혹하고 있다. 실제로 ‘무중력 상태에서 섹스를 즐기세요’란 슬로건을 내걸고 부부 관광객 유치에 열을 올리는 여행사들도 있다. 우주 왕복선 자체는 비좁아 남녀 우주인이 성관계를 갖기 불편하지만 우주정거장은 공간이 문제가 없다.

우주에서의 섹스 문제는 우주여행 초기부터 제기되었다. 옛소련은 1982년 우주정거장 살류트 7호에 남자인 베레조보이와 여자인 레베데프를 보내 211일간 체류토록 했으며, 미국에서도 1992년 부부가 함께 탑승한 예가 있다. 많은 학자들이 이들을 보낼 때 우주에서 섹스가 가능한지를 실험하기 위해서라고 이야기했지만 이들이 실제로 성관계를 맺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무중력 공간에서의 섹스가 간단한 것은 아니다. 우선 조그마한 접촉으로도 튀어나갈 수 있다는 현실적인 문제가 제기된다. 그러므로 침대와 이불을 챙기기 전에 끈이나 끈끈이를 통해 파트너부터 고정시켜야 한다. 묶인 파트너는 꼼짝할 수 없으므로 모든 동작은 오로지 상대방의 능력에 따라 달라진다. 대체로 여성을 고정시키고 남자는 체조경기에서의 고정 물체를 이용하는 것이 추천된다. 실전에 들어가서도 분위기가 뜨겁다고 땀을 흘린다면 이도 골칫거리가 된다. 땀이 방울이 되어 떠다닌다면 땀방울을 수거하려고 이러저리 뛰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또 장시간 섹스에 자신 있는 사람은 주종목을 바꾸는 것이 좋다. 우주에서 장시간 섹스는 빈혈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혈압이 낮아지고 심장 박동이 지구에서보다 느려지며 적혈구도 감소한다. 따라서 체력 저하나 가벼운 빈혈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우주선 내를 지구와 같은 중력 상태로 만든다면 여러 가지 문제가 사라지지만 이도 쉬운 일이 아니다. 우주선의 규모를 지름 500㎞로 만든다면 인공중력이 생기므로 지구에서처럼 마음대로 활보할 수 있다. 섹스도 문제 되지 않는다. SF영화 ‘스타트랙’에 등장하는 우주선 엔터프라이즈가 바로 그런 크기이다. 그러나 이 정도 크기의 우주선을 만든다는 것이 간단한 일은 아니다. 그래서 우주 공간에서 무중력 상태를 제거하기 위한 또 다른 방법이 고안된다. 우주정거장을 도넛형으로 만들어 원심력을 이용하는 것으로, 로켓 과학자이자 러시아 우주계획의 선구자인 콘스탄틴 치올콥스키(Konstantin Tsiolkovsky, 1857~1935)가 제시하였다. 우주정거장을 링 형태로 제작하여 중심을 축으로 일정한 각속도로 회전시키면 우주정거장 내부의 사람은 바깥 방향으로 관성력인 원심력을 받게 된다. 이때 우주인이 딛는 바닥을 우주정거장의 바깥쪽이 되도록 하고, 적절한 회전반경과 각속도로 회전시키면 우주인은 이 원심력으로 인해 마치 중력이 있는 것처럼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과학적 사실에 충실한 상당수의 SF 영화들, ‘인터스텔라’‘마션’ 등이 바로 이런 과학적 기술을 차용했다.

결론적으로 우주선에서 섹스 자체는 문제가 없다. 정자의 무게는 거의 0이며 사정될 때 정액의 속도는 18km/h나 된다. 이는 무중력 상태에서도 정자 이동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독일의 기도 무트게 박사는 우주선 내에서 임신이 가능하다고 보았는데 이에 대한 증거도 제시되었다. ‘나데즈다(희망)’라는 이름의 바퀴벌레가 우주에서 임신에 성공한 것이다. 나데즈다는 2007년 러시아의 생명과학 실험을 위한 무인 캡슐 ‘포톤 M’에 실려 우주공간에서 12일을 보냈는데 임신을 했고 새끼를 낳았다. 물론 나데즈다와 함께 우주로 갔던 바퀴벌레 중 절반가량이 죽었지만 나데즈다가 임신에 성공했다는 것이 많은 지구인들에게 큰 희망을 주었음은 물론이다.

참고문헌 :

「우주에서의 사랑 아직 불가능」, 대중과학, 2006년 9월호

「최초로 우주에서 임신, 바퀴벌레 ‘출산’ 성공」, 김화영, 팝뉴스, 2007.10.29.

「붕붕 뜨는 우주 섹스가 궁금해」, 강수인, M25, 2007. No.20(11.1-11.7)

「히어로 슈트 입고, 캡슐형 우주선 타고… 폼나게 우주로 간다」, 김민수, 동아일보, 2020.05.29

「아이언맨 18년 집념 ‘우주여행의 꿈’ 쏘아올리다」, 이영완, 동아일보, 2020.06.01.

「모두 “미쳤다”던 괴짜 기업인은 기어이 우주선을 쐈다」, 안정락, 한국경제, 2020.0601

「민간 유인우주시장 활짝… ‘우주 택시’ 타고 달나라 가는 날 성큼」, 조승한, 동아일보, 2020.06.01.

https://blog.naver.com/hwc9860/30107388082

https://terms.naver.com/entry.nhn?docId=5810537&cid=60217&categoryId=60217

https://ko.wikipedia.org/wiki/%EC%9D%B8%EA%B3%B5%EC%A4%91%EB%A0%A5

https://namu.wiki/w/%EC%9A%B0%EC%A3%BC%20%EB%B9%84%ED%96%89%EC%82%A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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