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한 토막] 피난과 피란

입력 2020-06-22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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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미라 편집부 교열팀 차장

6월 25일. 한국전쟁이 발발한 지 올해로 70년이 됐다. 집에서 거리도 가깝고, 아이들도 좋아해 종종 즐겨 찾던 전쟁기념관. 코로나19 영향으로 임시 휴관일이 길어져 방문하지 못하는 아쉬움에 오랜만에 홈페이지를 훑어봤다. 기념관 자료에 의하면,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1945년부터 2005년까지 50년간 지구상에 전쟁이 없었던 날은 총 3120주(週) 중 단 3주뿐이었다. 지난 역사 속에서 전 세계 곳곳에서 수많은 전쟁이 벌어졌고, 현재도 시리아, 리비아 등 여러 나라에서 내전이 계속되고 있다.

전쟁이 발발하면 예나 지금이나 수많은 사람들이 강제이주를 당하거나 안전한 곳을 찾아 옮겨 간다. 이들을 ‘피란민’ 또는 ‘피난민’이라고 부른다. 어떤 게 맞을까.

피란(避亂)은 ‘전쟁(戰爭)이나 병란(兵亂)과 같은 난리를 피해 옮겨 감’을 말한다. “시리아 정부군의 공격으로 북서부 반군 지역에서 수십만 명의 피란민이 발생했다”처럼 표현할 수 있다.

피난(避難)은 ‘뜻밖에 일어난 재앙이나 고난과 같은 재난을 피해 옮겨 감’을 의미한다. “지진이 일어나자 사람들은 서둘러 피난을 떠났다”와 같이 쓸 수 있다.

한국전쟁이나 시리아·리비아 내전은 사람들이 난리를 피해 이주한다는 점에서 ‘피란민’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맞다. 그런데 전쟁은 급작스럽게 일어난 재앙이므로 ‘피난민’이라고 해도 된다. 이렇듯 ‘피난’과 ‘피란’은 서로 밀접한 상관관계에 있어 실제 언어생활에서 의미상 비슷한 말로 쓰인다. 피난처와 피란처, 피난살이와 피란살이 모두 사전에 등재돼 있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다만 자연재해의 경우 ‘피난’만 쓸 수 있다. 즉 피난항(풍랑 등의 재난을 피해 배가 임시로 들어가는 항구), 피난소(산 등에서 비바람을 피해 피신하는 곳) 등은 자연현상으로 인해 일어나는 재난을 피하는 상황이므로 적합한 표현이지만, 풍랑이나 비바람이 전쟁과 같은 난리의 상황은 아니므로 이를 ‘피란항’ ‘피란소’라고 나타낼 수 없다.

피난과 피란이 헷갈린다면 피난은 지진이나 홍수 등의 자연 재난을 피하는 것인 반면, 피란은 전쟁이나 병란 등의 인적 재난(난리)을 피하는 것이라고 이해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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