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실거래자료 공개에 앞서 제대로 된 검증부터

입력 2020-06-23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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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규 한국부동산연구원 연구위원

▲한국부동산연구원 박성규 연구위원
▲한국부동산연구원 박성규 연구위원

부동산 매매계약이 이뤄지면 법에 따라 지방자치단체에 신고해야 한다. 신고는 공인중개사 또는 직거래 시 매매 당사자가 한다. 이를 ‘실거래 신고자료’라 하는데 소재지, 토지·주택 등 물건 유형, 계약금액 등이 거래신고시스템에 기록된다.

국토교통부 거래신고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290만 필지의 토지가 거래됐다. 전국 3353만 필지 토지의 8.7%에 이른다. 우리나라 토지 100필지 중 약 9필지가 매년 거래된다는 의미다. 토지 거래가 굉장히 활발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과연 이를 믿을 수 있을까. 거래신고통계시스템에선 순수 토지 거래만 따로 공표한다. 2019년 290만 건의 토지 거래 중 순수 토지 거래는 102만 건에 불과했다. 부풀려진 토지 거래라는 의미다.

국민 누구나 내가 살아가는 주변 토지가 얼마에 거래되었는지 궁금해한다. 이에 국토부는 거래된 토지의 가격 정보를 실거래공개시스템을 통해 국민에게 제공한다. 흥미로운 점은 2019년 1년간 실거래공개시스템에 공개된 토지 거래는 약 59만 건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43만 건의 토지 거래 자료가 설명도 없이 사라진 것이다.

심지어 외부에 공개하는 59만 건 자료조차 국민에게 혼란을 준다. 59만 건 중 약 30%인 18만 건은 지분으로 거래된 것이다. 어떤 형태와 규모로 지분 거래가 일어났는지 제대로 된 설명 없이 공개된다. 이러한 지분 거래에는 거래 당사자 사이의 특수한 사정이 개입될 수 있어 주변 토지보다 월등히 높은 가격 혹은 낮은 가격에 거래될 수 있다. 왜 높게 거래되었는지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공개 자료는 혼란만 준다.

지분 거래가 아닌 41만 건 토지 중에는 3㎡, 5㎡ 등 소규모 면적 거래도 많다. 무려 6만 건이 100㎡ 미만 거래다. 소규모 토지는 단독으로 개발하거나 이용할 수 없어 주변 토지와의 관계에 따라 특수한 사정이 포함된다. 이 역시 공개된 자료에서는 알 길이 없다.

결론적으로 연간 290만 건이라는 엄청난 토지 거래가 발생한다는 정부 발표에도 불구하고, 특수한 사정이 개입되지 않았으리라 추정하는 토지는 35만 필지에 불과하다. 공시지가 조사 대상 3353만 필지 중 1% 수준이다.

공개되는 실거래 자료의 문제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실거래 자료 문제점으로 가장 많이 지적되는 것이 거래 편중과 가격 적정성이다. 이는 공개된 자료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그 예로 서울시를 보면 35만 건 중 25개 구에 6056건이 있다. 동작구가 471개로 가장 많고, 도봉구는 435개, 구로구 299개였다. 반면 중구는 1개, 금천구 69개, 양천구 77개에 불과했다. 지역별 편중 현상은 전국으로 확대하면 더욱 심각하다.

가장 큰 문제는 국민에게 공개된 자료 가운데 엉터리 가격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일례로 서울 관악구 신림동 임야는 용도지역이 ‘제1종 일반주거지역’임에도 불구하고 거래가격이 ㎡당 373원에 불과하다.

서초구 서초동 대지 역시 용도지역은 ‘제1종 일반주거지역’인데, 거래가격은 ㎡당 6883원이었다. 용산구 동부이촌동에서 거래된 약 28건은 같은 필지가 지분으로 거래되었는데, 거래 단가는 ㎡당 1513원보다 2배 높은 ㎡당 3026원 두 종류가 있다. 저가 신고만이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성북구 길음동의 한 토지는 지목이 ‘대’이고 제2종 일반주거지역인데 거래 단가는 ㎡당 무려 2억2000만 원이다. 성동구 도선동의 일반상업지역의 토지는 ㎡당 1억7000만 원이다. 길음동과 도선동 토지의 거래면적은 각각 3.3㎡와 1.7㎡였다. 송파구 거여동의 제3종 일반주거지역의 토지 역시 ㎡당 9000만 원에 거래됐다.

비상식적인 가격이 정부 실거래공개시스템을 통해 국민에게 제공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오류가 얼마나 되는지조차 파악이 안 된다는 점이다. 기본적인 확인 절차조차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정부는 실거래 자료 공개를 통한 거래지표 제공을 얘기하고 있고, 학계와 산업계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실거래 자료를 이용한 자동가치평가모형 도입을 주장한다. 부실 왜곡된 실거래 자료를 공개해 부동산 가격이 안정되기를 바라는 것은 타당한가? 아주 기초적인 검증조차 안 된 실거래 자료를 이용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까? 지금은 무엇보다 실거래 자료 공개에 앞서 감정평가사를 비롯한 전문가에 의한 제대로 된 검증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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