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코로나19 통제력 상실…외국인 노동자가 최대 피해자

입력 2020-04-22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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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환자 70%가 기숙사 밀집 거주 외국인 노동자…“한 기숙사 단지에 수백 명 환자 발생 사례 속출”

▲싱가포르의 한 외국인 노동자 기숙사 전경. 싱가포르는 사람들이 밀집해 거주하고 있던 이런 기숙사를 중심으로 최근 코로나19 환자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싱가포르/AP뉴시스
▲싱가포르의 한 외국인 노동자 기숙사 전경. 싱가포르는 사람들이 밀집해 거주하고 있던 이런 기숙사를 중심으로 최근 코로나19 환자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싱가포르/AP뉴시스
한때 모범 방역국으로 칭송받던 싱가포르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통제력을 완전히 상실했다. 열악한 환경에서 싱가포르에 살고 있는 이주노동자가 이런 실패의 최대 피해자가 됐다고 21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가 보도했다.

싱가포르 보건부에 따르면 이날 정오 기준으로 최근 24시간 동안 총 1111명의 신규 코로나 환자가 확인돼 누적 확진자가 총 9125명에 달했다. 20명만 싱가포르 주민이나 영주권자였고 나머지는 전부 취업허가증을 받아 기숙사에 밀집해 거주하고 있던 노동자였다. 현재 싱가포르 전체 환자의 70%가 외국인 노동자다.

외국인 노동자들은 현재 방치된 상태이며 출입이 금지된 가운데 진통제 한 알조차 얻기 힘들다고 WP는 꼬집었다. 한 현지 근로자는 WP와의 인터뷰에서 “우리 기숙사 단지는 무려 2만5000명이 거주하고 있다. 그중 수백 명이 감염됐다”며 “그들 중 가장 증상이 심각한 사람만 입원할 수 있다. 나처럼 무증상자는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다”고 한탄했다.

싱가포르 노동자의 3분의 1을 외국인이 차지하고 있지만 방역 대상에서는 거의 제외되다시피 해 이런 최악의 일이 일어난 것이다. 한 방에서 10명 넘게 거주하는 인구밀도, 열악한 영양 상태, 마스크 등 개인보호장비 부족, 보건시스템에 대한 접근 제한 속에서 감염 위험은 더욱 커지고 있다.

외국인 노동자가 많은 중동 국가들도 이런 기숙사가 핫스팟이 되고 있다. 코로나19 진원지인 중국에서는 오히려 아프리카 근로자들이 병을 옮긴다며 식당 출입이 금지되거나 살던 집에서 쫓겨나는 등 차별의 대상이 되고 있다.

싱가포르 최대 중국어 신문인 롄허자오바오에는 최근 “외국인 노동자의 더러운 생활습관이 코로나 감염 확산의 원인”이라며 “그들은 정부를 비난하기보다 먼저 개인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는 원색적인 비난이 담긴 독자 논평이 실리기도 했다.

그러나 WP는 싱가포르가 가장 억압받는 사람들의 발병 가능성에는 전혀 대비하지 못한 채 초기 자신들의 성공을 당연시하면서 오만함을 보였다고 비판했다. 싱가포르 당국은 마스크와 손 소독제 등을 주민에게만 배포한다. 미국과 영국에서 돌아온 싱가포르 주민은 정부가 숙박비를 책임지는 4성급과 5성급 호텔에서 격리 기간 머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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