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석] 박효진 작가 '밤의 정원'서 '인간 욕망' 꽃피우다

입력 2020-02-1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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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 신상·동양 청화백자…3월 7일까지 전시

▲박효진 작가가 서울 성동구 서울숲2길 아뜰리에아키에서 개인전 '밤의 정원'을 열었다. 박 작가가 이투데이와 인터뷰에 앞서 '비너스-찬란'(Venus-Floridity·2020) 사진 앞에 서 있다.  (김소희 기자 ksh@)
▲박효진 작가가 서울 성동구 서울숲2길 아뜰리에아키에서 개인전 '밤의 정원'을 열었다. 박 작가가 이투데이와 인터뷰에 앞서 '비너스-찬란'(Venus-Floridity·2020) 사진 앞에 서 있다. (김소희 기자 ksh@)
다비드, 비너스가 머리 위에 화려한 꽃다발을 짊어지고 있다. 푸른 빛이 감도는 청화백자 위엔 붉고 푸른 꽃들이 흐드러지게 폈다. 단, 꽃들은 모두 조화다. 꽃에 형형색색 뿌려진 물감은 떨어지다 만 채 굳었다.

가장 이상적인 인간의 모습을 담은 다비드와 가장 고도의 문화의 완성으로 대변되는 도자기는 왜 거대한 꽃을 품은 채 우뚝 서 있을까. 박효진 작가가 13년 만에 한국에서 개인전을 연다.

최근 서울 성동구 서울숲2길 아뜰리에아키에서 박 작가를 만났다.

박 작가는 세계적인 슈퍼 컬렉터이자 코리안아이 대표 세레넬라 시클리티라가 주목한 작가다. 지난해 런던 사치갤러리에서 열린 '코리안아이 2020'의 특별전에 초청받기도 했다.

박 작가가 이번 전시에 '밤의 정원'을 주제로 조각 4점과 사진 10점을 선보였다. 박 작가는 작품 속에 인간의 욕망을 투영했다.

"보수적인 환경에서 자랐어요. 남편도 부산 사람이에요. 하지만 저는 여성으로서 진취적인 교육을 받았거든요. 그런 점들이 평생 충돌해요. 하지만 사회적이고 문화적인 여러 관계에서 느껴지는 딜레마가 밤엔 모두 잊히죠. 가장 원초적인 시간이자 색깔이라고 생각했어요. 저만 느끼는 묘한 감정이 나오는 시간이란 의미에서 '밤'을 택했죠."

▲박효진의 사진작품 '환희'(Rejoicing·2020) 조각과 사진.  (김소희 기자·아뜰리에아키)
▲박효진의 사진작품 '환희'(Rejoicing·2020) 조각과 사진. (김소희 기자·아뜰리에아키)

박 작가는 밤의 시간을 충분히 작업한 이후 흑자줏빛과 흑보라를 활용한 석양으로 이동할 것이란 계획도 내놨다.

작품을 보면 바닥을 딛고 있는 조각상과 도자는 현실에서의 이상적인 모습을 유지하면서 화려한 꽃으로 높은 욕망을 드러낸다. 지지 않는 꽃은 꺼지지 않는 욕망의 분출이다. 이러한 오브제의 조합은 현실적인 삶과 이상을 동시에 보여준다.

다만 박 작가만의 작업 특징이 있다. 실물 조각을 만들고 높은 화질의 카메라로 사진을 찍는다. 실물 1개에 사진 에디션 5개를 남기는 형식인데, 실물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과감하게 처분한다. 사진만 남겨두기도 하고 실물만 남겨두기도 하는 식이다.

"다비드나 비너스 신상은 서구 문화의 이미지를 대표하고, 청화백자는 동양문화의 이미지를 대변합니다. 하지만 그저 차용일 뿐이에요. 값나가는 도자기를 쓰지 않습니다. 근본 모르는 도자기들의 이미지와 형식만 빌렸어요. 비싼 이미지를 가져왔지만 사실은 비싸지 않은 오브제의 차용이죠. 못난이들 남겨둬서 뭐해요."(웃음)

박 작가는 굉장히 화려한 색채를 사용했지만, 그 안에 슬픔이 있다고 했다. 꽃은 조화다. 피어나지 못하는 욕망을 표현하기 위해서냐고 묻자 "지지도 못해서 더 서글픈 것"이라고 말했다. 꽃잎에 맺힌 물방울은 눈물과 조절을 상징한다. 이 역시 피어오르고 싶지만, 중력 때문에 아래로 떨어진다.

▲전시작 중 유일하게 모노톤인 '잃어버린 낙원-잿빛'(Paradise Lost-Ashy·2020).  (김소희 기자 ksh@)
▲전시작 중 유일하게 모노톤인 '잃어버린 낙원-잿빛'(Paradise Lost-Ashy·2020). (김소희 기자 ksh@)

갤러리를 한 바퀴 돌면, 한 작품이 눈에 들어온다. 모노톤의 '잃어버린 낙원-잿빛’(Paradise Lost-Ashy·2020·왼쪽)'이다. 박 작가에게 이 작품은 자신이다. 밤도 낮도 아닌, 그저 조각으로써 존재하는 것.

"이 작품은 꽃도 다 제가 만들었어요. 리캐스트 방식으로 만들었죠. 조각가이다 보니 손으로 만드는 거에 대한 DNA가 있나 봐요. 사진으로도 남기지 않았어요. 그저 무게, 질감, 기술로서만 존재해야 하는 거죠. 묵직한 사명감을 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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