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과 카드가 없는 중국. 알리페이 같은 모바일 페이 확산이 이미 전 지역으로 퍼져있다. 온라인 현금 결제 시스템이 잘 구축된 혁신국가로 통한다. 특히 금융의 중심지로 불리는 상해는 사실상 모든 결제가 페이로 이뤄진다고 해도 무방하다. 중국의 모바일결제는 우리나라 보다 5년 이상 앞서 있는 걸로 알려져 있다. 취재팀은 대표적인 페이업체 알리페이가 중국 상해와 항주에서 어떻게 효과적으로 운영되고 있는지 살펴본다. 후발 주자인 우리나라 모바일 결제 시장 상황도 함께 짚어본다.
황푸강은 중국 경제의 심장 상하이를 종단한다. 황푸강 동쪽에 자리 잡은 푸둥 경제특구는 1990년 경제특구 발표 전까지 농부가 돼지우리와 채소를 기르는 습지였다. 오늘날 동방명주탑과 현대식 초고층 빌딩으로 가득 찬 모습은 ‘상전벽해’인 셈이다. 반면 중국의 과거는 황푸강 서쪽에 아로새겨져 있다. 1927년 영국이 지어 올린 상하이세관 건물을 비롯해 당시 영국이 지은 건물 앞에는 영국의 상징인 사자 석상이 줄지어 서 있다. 지금도 사자 석상은 황푸강 동쪽을 바라보고 있다. 중국이 상하이 옛 도심의 반대편에 푸둥 경제특구를 보란 듯이 지어 올린 이유는 과거 짓밟힌 중국의 자존심을 다시 세워 올린 모습을 영원히 보게 하려는 의도가 담겼을지 모를 일이다. 이투데이는 중국의 자존심인 상하이 푸둥 경제특구를 방문해 한국 지급결제의 미래를 전망했다.
▲중국 상하이 한 쇼핑몰 입구에 유니온페이 간편결제 연계 행사를 알리는 입간판이 설치돼있다.
◇간편결제 시장 ‘천하 삼분지계’를 꾀하는 유니온페이 = 중국은 넓은 영토와 한 박자 늦은 경제성장으로 플라스틱 카드 결제 체제가 굳기 전, 곧장 모바일 기기를 이용한 간편결제 시대로 향했다. 취재진은 지난달 중국 상하이를 방문해 카드결제 사업자 유니온페이의 간편결제 시장 대응 전략을 살폈다. 중국 내 간편결제 시장을 알리페이와 위챗페이가 양분한 가운데 결제시장 ‘천하 삼분지계’를 펼치는 유니온페이의 전략은 간편결제 전쟁이 막 시작된 한국의 카드사가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유니온페이 본사는 상하이 푸둥 신구에 있으며 동방명주탑을 기준으로는 차로 15분 거리다. 상하이 지하철 9호선 양가오 미들 로드역 근처에 있는 본사는 전 세계 최대 결제사의 규모에 걸맞은 웅장한 유리 외벽 건물을 자랑했다. 유니온페이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전 세계에 약 80억 장의 카드를 발급했으며 177개 나라와 지역에서 이용됐다. 하지만, 자국 내 간편결제 시장에서는 큰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글로벌 조사업체 입소스에 따르면, 2018년 말 기준으로 유니온페이 결제시장 점유율은 18%로 조사됐다. 위챗페이(86.4%)와 알리페이(70.9%)가 양분한 시장을 유니온페이가 비집고 들어가야 하는 형국이다.
▲상해 푸둥 지구 내 시장에서도 유니온페이 간편결제를 사용할 수 있었다. 대부분의 상인들은 카드 리더기를 갖추지 않아 실물 카드 결제는 불가능했지만, 간편결제는 모두 가능했다.
취재진은 유니온페이와 함께 인근 쇼핑몰에서 다양한 차세대 간편결제를 경험했다. 먼저, 결제 시연을 위해 유니온페이 본사에서 도보로 10분 거리에 있는 ‘라야 플라자(Laya Plaza)’를 방문했다. 이곳은 한국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종합 쇼핑몰 형태로 지하 식당가부터 카페와 키즈카페, 의류매장, 아동 용품매장, 각종 기념품 매장 등으로 구성돼 있었다. 근처에 호텔과 엑스포 전시관 등이 위치해 유동인구도 많은 편이었다. 유니온페이는 새 결제 방식을 시험할 때 이곳과 협업한다고 한다. 유니온페이가 QR 결제를 처음 시험한 곳도 이 쇼핑몰이라고 한다.
▲중국은 NFC 카드 리더기 보급율이 매우 높았다. 플라스틱 카드에도 NFC칩이 내장돼 ‘긁는’ 방식의 결제가 아닌 갖다 대는 방식의 결제가 이뤄졌다. 한 가게에 설치된 NFC 카드 리더기 모습.
쇼핑몰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유니온페이와 라야 플라자가 함께 결제 판촉을 진행한다는 안내판이 가장 먼저 눈에 띄었다. 상대적으로 사용도가 높은 알리페이와 위챗페이 사용자가 유니온페이 결제를 사용하게 하기 위한 유인책인 셈이다. 또 공통 마케팅이 아닌 특정 지점을 대상으로 ‘타깃 마케팅’을 벌여 효과를 극대화하려는 시도였다. 아울러 유니온페이는 기존 카드결제의 이점을 활용한 간편결제 방식 보급에도 앞장섰다. 바로 NFC(근거리 무선통신·Near Field Communication) 방식 결제다. 중국은 현재 QR 결제 방식이 대중적인 방식으로 자리잡았지만 대부분 한국 카드사는 NFC 결제 방식을 차세대 결제법으로 보급 및 확산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중국 내 카드결제에서 특이한 점은 NFC 칩이 내장된 플라스틱 카드 보급이 완료돼 긁거나 IC칩을 꽂는 방식의 결제가 아닌 카드를 ‘갖다 대는’ 방식으로 결제하는 점이었다. 취재진이 차(茶) 판매점에서 차를 구입한 뒤 한국에서 발급받은 BC유니온페이 카드를 건네자 카드 리더기에 곧장 갖다 대 결제하려 했다. NFC 결제기능이 없다는 점을 점원에게 설명하고 나서야 꽂는 방식으로 결제를 진행했다.
현재 한국에서 발급 중인 카드는 대부분 NFC 기능이 빠져있다. 한국은 2014년 카드사 통합 NFC 결제를 도입하려 했지만 NFC 단말기 보급 문제로 무산됐다. 이후 카드사가 개별적으로 차세대 결제 방식 도입을 추진하면서 통합 결제방식 도입은 어려운 상황이다. 반면 중국은 NFC 카드 단말기 보급이 이뤄져 NFC 결제가 표준으로 자리잡고 있었다.
▲BC페이북앱에서 QR결제 화면을 띄운 모습. BC카드는 유니온페이와 연계해 페이북앱에서 중국 현지 QR결제가 가능하도록 서비스하고 있다.
◇계좌이체부터 주차료까지 ‘퀵패스’ 앱 하나로 = 유니온페이의 또 다른 전략은 사실상 모든 결제를 ‘퀵패스’ 하나로 할 수 있도록 하는 플랫폼 깔기다. 2015년 12월 유니온페이가 선보인 퀵패스는 중국 중앙은행 주도로 중국 내 은행 계좌를 연동해 퀵패스 앱 하나로 모든 온라인 결제가 가능하도록 한 서비스다. 이는 지난달 18일 한국에서 정식 시행된 ‘오픈뱅킹’ 서비스보다 한 단계 더 나아간 서비스로도 읽혔다.
유니온페이 본사 직원은 취재진에게 직접 본인 퀵패스 앱을 구동해 다양한 서비스를 시연했다. 연락처만 알면 계좌이체를 할 수 있었고, 주차료와 전기요금 등 공과금 납부도 가능했다. 또 모든 쇼핑몰에서 퀵패스 결제가 연동돼 간편하게 결제가 이뤄졌다. 심지어 영화 예매도 퀵패스 앱에서 가능했다. 유니온페이 관계자는 “단순 결제 앱을 떠나서 국내와 해외에서 사용할 수 있는 플랫폼 앱을 추구한다”고 설명했다.
유니온페이의 간편결제 대응 전략은 한국 카드사에도 시사하는 점이 많다. 카카오페이의 확산과 한국 정부의 제로페이 장려 등 영향으로 카드사는 결제사업자로서의 독점적 지위를 위협받고 있다. 이에 카드사가 기존의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마케팅 전략보다는 특정 업종이나 쇼핑몰과 제휴해 자사의 간편결제 방식을 사용하도록 유도하는 방법이나 간편결제 앱의 통합 결제 플랫폼화를 시도하는 전략을 고려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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