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형의 오토 인사이드] ‘돈 안 되는 車’ 모두 버려라

입력 2020-01-05 16:00 수정 2020-01-06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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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바겐 '딱정벌레 차' 판매 부진에 단종…아우디 라인업 가운데 30%는 역사 속으로

▲폭스바겐의 상징적 모델인 뉴 비틀이 지난해 단종됐다. 클래식 비틀의 디자인을 고스란히 지켜온 모델이지만 판매 하락에 발목이 잡혔다. 글로벌 완성차 메이커들이 제품의 효율화를 위해 판매 부진 모델의 과감한 생산 중단에 나섰다. 
 (출처=VW AG 미디어)
▲폭스바겐의 상징적 모델인 뉴 비틀이 지난해 단종됐다. 클래식 비틀의 디자인을 고스란히 지켜온 모델이지만 판매 하락에 발목이 잡혔다. 글로벌 완성차 메이커들이 제품의 효율화를 위해 판매 부진 모델의 과감한 생산 중단에 나섰다. (출처=VW AG 미디어)

지난해 독일 폭스바겐은 그들의 역사와도 같았던, 이른바 ‘딱정벌레 차’로 불리던 뉴 비틀을 단종했다. 극심한 판매 부진을 더 이상 견딜 수 없었기 때문이다.

글로벌 자동차 시장이 본격적인 저성장 시대에 접어들면서 주요 모델이 ‘단종’ 수순에 접어들었다.

더는 중국과 인도 등 신흥시장이 자동차 산업의 성장을 담보할 수 없는 데다, 안 팔리는 차를 고집스럽게 쥐고 있을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나아가 미래차 시대가 도래하면서 ‘차량 공유’도 확산 중이다. 신차를 구입하는 대신 “필요할 때 빌려 타겠다”는 개념이다.

2025년이면 전 세계 카셰어링 이용 회원수가 3600만 명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렇게 되면 카셰어링 자동차만 약 43만 대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카셰어링 자동차 1대가 개인 소유 자동차 약 12대를 대체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그때가 되면 연간 약 534만 대의 개인용 자동차 판매가 사라질 수 있다는 뜻이다.

한 해 9000만 대의 자동차가 팔리는 것을 고려하면 약 5% 수준이다. 현대차의 2020년 글로벌 판매목표가 460만 대다. 2025년에 글로벌 차 시장에서 현대차의 1년 판매 규모가 사라질 수 있다는 뜻이다.

결국, 완성차 메이커들은 살아남기 위해 ‘효율화’ 추구에 나섰다. 대표적인 긴축정책이 감원이다. 뒤이어 제품 가짓수를 줄이겠다는 차 회사의 전략이 속속 나오고 있다.

▲필요할 때 차를 빌려타거나 신차 구입 대신 '구독형' 프로그램이 확산하면서 개인용 신차 판매는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제공=현대차)
▲필요할 때 차를 빌려타거나 신차 구입 대신 '구독형' 프로그램이 확산하면서 개인용 신차 판매는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제공=현대차)

◇선택하고 집중해야 효율성 향상=결국 살아남기 위해 돈 되는 차만 남기고 나머지를 퇴출한다는 계획이다.

물론 2010년대 초까지는 팔 수 있는 차가 많을수록 이득이었다.

한때 현대ㆍ기아자동차는 1000cc 미만 경차(기아차 모닝)부터 V8 5000cc급 고급 대형세단(현대차 에쿠스)까지 모두 팔았던 유일한 자동차 회사였다.

일본 토요타가 비슷한 제품군을 갖췄지만, V8 대형 세단 ‘센추리’는 일본 내수판매에 국한했다. 반면 현대차는 이례적으로 에쿠스를 북미에도 팔았다.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꽤 이례적인 일이다. 일본 토요타의 고급차 브랜드 렉서스는 경차를 팔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경차 전문 브랜드 ‘다이하쓰’에는 고급 세단이 없다. 제네시스가 출범하기 전까지, 현대ㆍ기아차는 기형적인 제품군을 내놓는 메이커였다.

물론 이런 제품전략은 현대ㆍ기아차가 짧은 시간 동안 급성장할 수 있는 밑거름이었다. 팔 수 있는 자동차가 많다면 그만큼 매출이 오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동차 시장에 새로운 패러다임이 닥쳐오면서 현대ㆍ기아차가 자랑했던 ‘다양한 제품군’은 ‘비효율적인 전략’으로 추락했다.

▲독일 아우디는 주요 핵심모델을 제외하고 판매가 부진한 가지치기 모델을 단종할 계획이다. 사진은 아우디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들.  (출처=아우디프레스)
▲독일 아우디는 주요 핵심모델을 제외하고 판매가 부진한 가지치기 모델을 단종할 계획이다. 사진은 아우디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들. (출처=아우디프레스)

◇아우디의 결단 “모델 가짓수 축소한다”=결국 감원 이외에 대안은 ‘모델 가짓수 축소’로 모아진다.

폭스바겐은 앞서 언급한 대로 상징적 모델이었던 ‘뉴 비틀’을 과감하게 버렸다. BMW 산하 미니(MINI)의 공세에 밀려 더는 버틸 수 없었기 때문이다. 다시금 전기차로 등장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지만 당장은 수익을 내지 못하니 단종을 결정했다.

배기가스 규제가 강화되면서 폭스바겐 골프의 고성능 버전 GTI도 생산을 중단했다. BMW의 고성능 세단을 대표했던 M3도 같은 이유 탓에 퇴출당했다.

나아가 3시리즈의 가지치기 모델이었던, 3시리즈 ‘그랑 투리스모’도 후속 모델 없이 단종을 결정했다.

아우디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 지난해 11월 ‘브람 쇼트’ 아우디 CEO는 “2029년까지 전 직원의 약 10% 수준인 9000명을 감원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우리 돈 약 7조8000억 원을 절감할 수 있다는 청사진도 내놨다.

동시에 “현재 판매 중인 완성차 제품군도 최대 30%를 단종한다”고 밝혔다.

2000년대 초까지 아우디의 제품군은 A4와 A6, A8 등 3가지가 중심이었다. 그러나 현재 아우디는 A1을 시작으로 A3~A8까지 전체 라인업을 갖췄다. 등급별로 SUV도 두루 존재한다.

라이벌과 경쟁을 위해 힘겹게 모델 가짓수를 늘렸으나 이제 가짓수를 줄여야 할 형국이 됐다. 아우디는 이제 핵심 모델만 남기고 나머지를 점진적으로 퇴출시킬 계획이다.

BMW 역시 이미 비슷한 전략을 시작했고, 메르세데스-벤츠도 수익성 개편을 검토하고 나섰다.

미국 GM과 포드가 미련 없이 승용차를 버리고 픽업과 SUV에 집중하는 것도 비슷한 이유다.

▲현대차의 7세대 쏘나타는 엔진 종류가 무려 7가지에 달했다. 최근 등장한 8세대 모델은 이를 3가지로 줄였다.  (사진제공=현대차)
▲현대차의 7세대 쏘나타는 엔진 종류가 무려 7가지에 달했다. 최근 등장한 8세대 모델은 이를 3가지로 줄였다. (사진제공=현대차)

◇엔진 가짓수 축소→틈새 모델 단종→크로스오버 증가=모델 축소 전략은 총 3단계로 이어진다.

먼저 1단계는 엔진 가짓수 축소다. 하나의 모델에 여러 종류의 엔진을 장착했던 예전과 달리, 점차 엔진 종류가 단순해지고 있다.

예컨대 현대차의 7세대 LF쏘나타는 디젤과 가솔린, 가솔린 하이브리드, 가솔린 터보, LPG 엔진 등 엔진 종류만 7가지였다. 반면 최근 등장한 8세대 쏘나타는 가솔린과 가솔린 터보, LPG 등 3가지로 단순해졌다.

2단계는 본격적인 생산 중단이다. 인기가 없는 일부 모델은 차종 자체를 과감하게 들어내고 소리 없이 단종한다.

3단계는 크로스오버의 확대다. 단종되는 차가 늘어나면 나머지 모델이 힘겨운 싸움을 벌여야 한다.

결국, 3단계에 접어들면 여러 경쟁자와 대결하기 위해 하나의 자동차에 다양한 기능을 포함하게 된다. 이른바 ‘크로스오버’ 모델의 확대다.

예컨대 많은 자동차 회사들이 4도어 세단을 바탕으로 2도어 쿠페를 개발해왔다. 그러나 2도어 쿠페가 안 팔리자 이들을 미련 없이 퇴출시키고 있다.

결국, 사라진 2도어 쿠페를 대신하기 위해, 4도어 세단은 점차 ‘쿠페 스타일’로 거듭나고 있다.

자동차 회사의 제품 종류가 줄어들수록 미래지향적인 ‘크로스오버’ 모델이 증가할 것으로 점쳐진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자동차 회사의 처연한 전략은 지금 이 순간에도 진행형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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