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바논 도주’ 카를로스 곤, 입 열었다

입력 2020-01-03 10:40 수정 2020-01-03 15:23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카를로스 곤 전 닛산자동차 회장이 2019년 4월 3일 일본 도쿄에 있는 자신의 법률 대리인 사무소에서 부인 캐럴과 나오는 모습. 도쿄/AFP연합뉴스
▲카를로스 곤 전 닛산자동차 회장이 2019년 4월 3일 일본 도쿄에 있는 자신의 법률 대리인 사무소에서 부인 캐럴과 나오는 모습. 도쿄/AFP연합뉴스
희대의 도주극으로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카를로스 곤 전 닛산자동차 회장이 도주 후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곤 전 회장은 2일(현지시간) 자신의 프랑스 대리인인 프랑수아 지머레이를 통해 일본에서의 도주 이유 등을 언급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하 닛케이)이 3일 보도했다.

지머레이 변호사는 도주 후 첫 언론 인터뷰로 일본 최대 경제지인 닛케이를 선택했다. 그는 닛케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도망한 이유는 일본에서 공정한 재판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신뢰를 완전히 잃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도망 자체가 위법이 아니냐”는 질문에는 “맞다. 하지만 (일본의) 재판관, 검찰도 법의 정당성을 지키지 않을 것이라고 나는 느낀다”고 말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곤 전 회장은 자신의 재판 중 하나가 2021년 4월로 연기된 사실을 알게 된 후 도주를 결심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게 사실이라면 앞으로 1년 이상을 더 감옥에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지머레이는 레바논과 프랑스에서 재판을 받을 가능성에 대해서는 “의혹에 답변하고, 무죄를 증명하고 싶다. 다만, 언제 어디에서 실시할지를 말하는 건 시기상조”라고 답했다.

곤 전 회장은 레바논, 브라질, 프랑스 3개의 국적을 갖고 있지만, 도주처로는 레바논을 선택했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곤 전 회장의 부인이 사는 나라다. 국민도 당국도 지금까지 지지해주는 등 호의적이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일본으로의 신병 인도는 프랑스도 레바논도 하지 않을 것”이라는 견해를 나타냈다.

일본의 사법제도에 대해서는 “일본을 존경하지만, 민주주의 국가에 걸맞지 않는 제도를 갖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프랑스에서는 테러리스트에게조차도 조사할 때 변호사를 동석시키는데, 일본에서는 그럴 수 없다”고 덧붙였다.

경영진의 잇단 교체 등으로 흔들리는 닛산·르노의 경영에 대해서는 “전 회장으로서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고 했다.

곤 전 회장의 도주 경로와 협력자 등에 대해서는 답변을 거부했다. 곤 전 회장은 오는 8일 기자회견을 열 것으로 알려졌지만, 거기서도 도주 방법 등 자세한 내용은 언급하지 않을 것이라고 로이터통신은 보도했다. 그의 도주를 도운 조력자들에게 법적 불이익이 가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다.

NHK에 따르면 곤 전 회장의 해외 도피를 둘러싸고 최대 쟁점은 여권을 변호사에게 맡긴 상태에서 어떻게 도주가 가능했는지다. 곤은 프랑스에서 2통의 여권을 발급받았고, 이 중 1통을 법원의 허가를 받고 열쇠가 달린 상자에 넣어 휴대하고 있었다.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에 있는 카를로스 곤 전 닛산자동차 회장 소유의 집에 1월 2일(현지시간) 정체불명의 사람들이 나타나자, 대기하고 있던 취재진이 우르르 몰려들어 취재 경쟁을 벌이고 있다. 베이루트/AFP연합뉴스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에 있는 카를로스 곤 전 닛산자동차 회장 소유의 집에 1월 2일(현지시간) 정체불명의 사람들이 나타나자, 대기하고 있던 취재진이 우르르 몰려들어 취재 경쟁을 벌이고 있다. 베이루트/AFP연합뉴스
이와 관련해 곤 전 회장은 가족의 관여 여부를 강하게 부정했다. 그는 이날 미국 대변인을 통한 성명에서 “가족은 이번 도주극에 관여하지 않았고, 모두 혼자서 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곤 전 회장은 “아내 캐럴과 다른 가족이 일본에서 출발할 때 도왔다는 소문이 언론에 나오고 있다”며 “이런 소문은 전부 부정확하고 허위”라고 주장했다.

곤 전 회장의 측근 중 한 명은 로이터에 “곤은 부인 캐럴과 만나는 것도, 대화도 할 수 없게 된 걸 마음 아파했다”며 “크리스마스에도 캐럴과 만나거나 대화를 요청했지만 보석 조건에 따라 거부됐다”고 했다. 또 일본 검찰 당국이 12월 상순 미국에서 딸과 아들과 면담한 사실을 알고는 자백을 이끌어 내려고 당국이 가족에게 압력을 가했다며 속상해했다고 한다.

한편 터키 당국은 곤 전 회장이 비밀리에 터키를 거쳐 레바논으로 출국한 것과 관련, 민간 항공사 조종사 7명을 구속해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스탄불의 지방자치단체는 2일 “곤 전 회장이 불법적인 방법으로 이스탄불 아타튀르크 공항을 통해 레바논으로 도망했다는 정보에 의거해 수사를 시작했다”고 발표했다. 터키 언론은 경찰이 아타튀르크 공항에 설치된 방범 카메라 영상을 분석하고 있다고 보도, 곤 전 회장이 터키를 통해 레바논으로 향한 구체적인 방법을 공개할지 주목된다.

같은 날 레바논 당국은 국제형사경찰기구(ICPO), 인터폴에서 국제 수배 신청서를 접수한 것으로 밝혀졌다. 레바논 사법 관계자는 로이터통신에 “당국이 수령한 건 곤의 신병 구속을 요구하는 ‘적색수배서’”라며, “과거 사례에서는 적색수배서로 신병은 구속되지 않지만, 여권이 압수되거나 보석 결정이 이뤄졌다”고 말했다.

또 다른 공안 당국자는 “곤에게 사정 청취를 위한 출두 명령이 내려질지는 불분명하지만, 레바논 정부는 자국민을 해외로 넘기진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큰 손 美 투자 엿보니 "국민연금 엔비디아 사고vs KIC 팔았다"[韓美 큰손 보고서]②
  • 실리냐 상징이냐…현대차-서울시, GBC 설계변경 놓고 '줄다리기'
  • 강형욱, 입장 발표 없었다…PC 다 뺀 보듬컴퍼니, 폐업 수순?
  • “바닥 더 있었다” 뚝뚝 떨어지는 엔화값에 돌아온 엔테크
  • 항암제·치매약도 아닌데 시총 600兆…‘GLP-1’ 뭐길래
  • 한화 에이스 페라자 부상? 'LG전' 손등 통증으로 교체
  • 비트코인, 연준 매파 발언에 급제동…오늘(23일) 이더리움 ETF 결판난다 [Bit코인]
  • '음주 뺑소니' 김호중, 24일 영장심사…'강행' 외친 공연 계획 무너지나
  • 오늘의 상승종목

  • 05.23 11:11 실시간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95,800,000
    • -0.7%
    • 이더리움
    • 5,191,000
    • -0.33%
    • 비트코인 캐시
    • 703,000
    • -0.64%
    • 리플
    • 729
    • -1.22%
    • 솔라나
    • 245,400
    • +0.29%
    • 에이다
    • 668
    • -1.62%
    • 이오스
    • 1,173
    • -1.51%
    • 트론
    • 165
    • -3.51%
    • 스텔라루멘
    • 152
    • -1.94%
    • 비트코인에스브이
    • 91,450
    • -3.38%
    • 체인링크
    • 22,670
    • -2.28%
    • 샌드박스
    • 632
    • -1.71%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