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선으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여상규 자유한국당 의원은 2일 "망국적 정치현실을 바꾸거나 막아낼 힘이 제게 더 남아있지 않다"며 총선불출마를 선언했다.
표면적으로는 지난 연말 개혁법안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처리라고 밝혔으나, 그 과정에서는 한국당 지도부의 무기력을 강하게 질타했다.
여 의원은 이날 오전 입장문을 통해 "국익을 무시한 채 오직 당파적 이익만을 쫓기 위해 온갖 불법과 탈법을 마다 않는 작금의 정치현실, 나아가 오직 내 편만 국민이라 간주하는 극심한 편가르기에 환멸을 느꼈다"며 이 같이 밝혔다.
여 의원은 "특히 연동형 비례대표제 선거법과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처럼 정권과 특정 정파만을 위한 악법들이 날치기 강행처리되는 모습을 보며 법사위원장으로서 참담함을 금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처럼 법치와 협치, 국익을 포기한 국회에 더 이상 제가 설 자리는 없다"며 "제가 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후진에게 기회를 열어주는 것 뿐이다. 21대 국회는 오직 국가와 국민을 위한 국회로 다시 태어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여 의원은 이후 기자들과 만나 “(패스트트랙 법안 처리를) 당 지도부가 막아냈어야 한다. 결단했어야 한다. 그런데 당 지도부는 몸으로 막아야 할 국회의원에게 전혀 용기를 북돋워 주지 못했고 국회선진화법 위반을 걱정하는 마당에 ‘걱정하지 말라. 내가 책임지겠다’는 지도부는 한명도 없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여 의원은 “집권여당의 폭정을 막아내기 위해 자유주의 진영에서 ‘빅텐트’를 통해 통합이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당 지도부는 아무것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황교안 당 대표의 사퇴를 염두에 둔 것이냐는 질문에는 “자유진영이 코너로 내몰리는 판국에 자리가 무슨 의미가 있나. 저는 당 대표 포함해서 우리 한국당 전 의원까지도 자리에 연연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모든 것 내려놓고 빅텐트를 다시 쳐서 그 안에서 충분하게 다 모여서 의논하고, 당명까지도, 당 진로도 거기서 결정하고 하나가 될 때 집권여당의 폭거를 막아낼 수 있고 21대 총선에서도 승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