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칼럼] 규제 샌드박스가 가져온 변화

입력 2019-10-21 16:00 수정 2019-10-22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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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석 차지인(車之人) 대표

올해 초, 정부의 ‘규제 샌드박스’ 허가에 도전했다.

어디서나 쉽게 콘셉트만 찾으면 전기차를 충전할 수 있는 ‘과금형 콘센트’를 앞세웠다.

공동주택이나 대형마트에서 주인 몰래 전기를 사용하는 것이 아닌, 내가 충전한 만큼 비용을 지급하는 시스템이다.

전기차를 오래 타며 느꼈던, 충전소 부족문제를 해결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을 안고 시작한 사업이었다.

혹시나 하며 접수했던 ‘규제 샌드박스’는 다행히 임시허가 1호로 통과됐다. 그러나 그 과정은 글로 표현하기 어려울 만큼 어렵고 힘들었다.

규제 샌드박스는 한 마디로 이전의 틀을 벗어내고 규제를 완화하는 기회다.

최종 심사 회의에 산업부 장관은 물론 각 부처 차관들까지 다 모인다. 함께 규제 샌드박스를 심사받은 안건 중에는 현대자동차의 ‘수소 충전소’도 있었다.

이제야 허가가 나왔지만 과금형 콘센트 개발은 일찌감치 시작됐다.

지난해에는 이 시스템이 “전기 판매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총리실 산하 규제 개혁위원회가 ‘상용 불가’ 판정을 내렸다.

이후 재도전을 위해 관련 법규를 면밀하게 살폈다. 담당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와 다른 기관 전문가, 민간 전문가까지 셀 수 없이 많은 전문가를 만났다. 그렇게 회의와 개발을 반복하며 까다로운 심사를 준비했다.

결국 올해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임시허가를 받고 나니 묘한 감정이 엇갈렸다.

생각해보면 규제 샌드박스는 작년까지 불법이었던 사업을 “올해부터 임시 허가하겠다”는 방식이다.

이들 대부분이 임시 허가를 해줘도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없는 항목들이다. 나아가 언젠가는 우리 사회가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항목들이 대상이다.

물론 쉬운 일이 아니다. 수십 년 동안 고집처럼 남아있던 규제를 풀고, 새로운 영역에 도전하는 것 자체가 정부부처와 사업자 모두에게 도전이고 모험이다.

이 과정을 거치면서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작은 변화도 느낀다.

재도전 때 담당 공무원들과 수십 차례 전화하고, 자정을 넘긴 시간에도 내용 확인을 위해 서로 연락하는 등 밤잠을 줄이며 준비했다. 그 과정에서 공무원 역시 무언가 확실히 달라졌다는 것을 느꼈다. 기업 입장에서 문제를 해결해보겠다는 의지를 보여줬기 때문이다.

가장 먼저 업무 추진 과정이 달라졌다. 2018년도에는 모든 공무원이 “어렵다”를 전제로 회의를 시작했다. 그러나 올해는 “해결해보자”라는 목적을 가지고 회의에 들어왔다.

작년까지 많은 신사업에 대한 정부의 유권해석은 '불가'였다. 반면 올해 들어서는 '규제 없음'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의식 변화에서 시작했다.

반면 어렵게 얻어낸 임시허가는 당장 회사의 수익을 끌어올리지는 못한다. 이제부터가 시작인 셈이다.

규제는 사업 추진 과정에서 어려운 요소 가운데 하나일 뿐, 사업의 결과는 결국 시장과 고객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규제 하나가 없어진다고 갑자기 없던 시장이 활성화될 수도, 사업의 성과가 나올 수도 없다.

까다로운 임시허가 조건에 맞춰 제품을 다시 수정하고 개발해야 한다. 과금형 콘센트 역시 보완작업이 6개월 넘게 이어지고 있다. 개발을 마치면 새 기술을 검증하는 과정도 남아있다.

다만 정부와 사업자 모두 결과를 만들어 보려고 노력하고 있으니 느리지만 뚜렷한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믿는다.

갖가지 규제를 앞세워 철옹성을 쌓아왔던 정부부처가 이제 변화의 시기를 맞고 있다는 점은 반가운 일이다.

작은 일조차 책임지기 싫어했던 담당 공무원은 물론, 정해진 틀에서 벗어나기를 두려워했던 관계부처의 자세가 새로운 변화에 맞춰 더욱 달라지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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