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쏭語 달쏭思] 국치(國恥) ②

입력 2019-09-02 05:00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김병기 전북대 중문과 교수

부끄러움은 씻어내야 한다. 마냥 국치일(國恥日)에 대한 울분을 삭이고 있을 수만은 없다. 그런데 사실, 요즈음 막무가내로 덤벼드는 일본으로부터 또 상당한 치욕을 당한 면이 없지 않다. 분통이 터지는 일이다. 왜 이런 일이 반복될까? 근본적인 원인은 일본의 후안무치(厚顔無恥)함에 있겠지만, 우리의 힘이 아직 일본을 능가하지 못하는 것도 큰 원인이다. 이제, 일본의 후안무치는 탓할 필요도 없다. 아예 무시를 해버려야 한다. 대신 국치를 말끔히 씻어내고 앞으로 좁쌀만큼의 치욕도 당하지 않기 위해 힘을 길러야 한다. 조용한 가운데 쥐도 새도 모르게 힘을 길러야 한다.

중국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외교원칙을 제시해 왔다. 덩샤오핑(등소평·鄧小平)은 1989년에 도광양회(韜光養晦) 즉 “빛을 감춘 채 어둠 속에서 힘을 기르자”는 방침을 제시했고, 2003년에 후진타오(호금도·胡錦濤)는 ‘화평굴기(和平屈起)’ 즉 “평화로운 가운데 굽혔던 몸을 서서히 펴고 일어나자”는 지침을 내렸다. 최근 시진핑(습근평·習近平)은 ‘주동작위(主動作爲)’ 즉 “중국의 이익을 위해 주동적으로 행동하자”는 방침을 발표했다. 지난해 말에는 “중국은 이제 세계규칙의 추종자에서 제정자로 바뀌고 있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오늘날 중국이 이처럼 세계질서 형성의 주동자로서 큰 영향력을 갖게 된 것은 바로 개혁개방 후 14년 동안 죽은 듯이 엎드려 티내지 않고 힘을 길러왔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힘을 자랑하듯이 과장하여 드러낸 게 아니라, 서서히 있는 듯 없는 듯 드러냈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는 도광양회도 하지 않았고, 화평굴기도 하지 않았다. 약간의 힘이 생기자 그 힘을 과장하여 자랑하기에 바빴다. 그 결과, 불필요하게 세계의 시샘을 사기도 했고, 일본에 우리의 속을 다 내보인 점도 많다. 드러난 힘은 이미 힘이 아니다. 국치를 완전히 씻기 위해서는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게 조용히 힘을 기르고 모아야 한다. 국민의 단합이 절실히 필요한 때이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옷 어디서 사세요?…사용 만족도 높은 '패션 앱'은 [데이터클립]
  • "파도 파도 끝이 없다"…임영웅→아이유, 끝없는 '미담 제조기' 스타들 [이슈크래커]
  • 단독 김홍국의 아픈 손가락 하림산업, 6월 ‘논현동 하림타워’ 소집령 발동
  • 마운트곡스發 비트코인 14억 개 이동…매도 압력에 비트코인 ‘후퇴’
  • '최강야구' 니퍼트도 눈치 보는 김성근 감독?…"그가 화가 났다고 생각합니까?"
  • 나스닥 고공행진에도 웃지 못한 비트코인…밈코인은 게임스탑 질주에 '나 홀로 상승' [Bit코인]
  • 전세사기 특별법 공방은 예고편?…22대 국회 ‘부동산 입법’ 전망도 안갯속
  • 반도체 위기인데 사상 첫 노조 파업…삼성전자, 경영 악화 심화하나
  • 오늘의 상승종목

  • 05.29 장종료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94,129,000
    • -0.3%
    • 이더리움
    • 5,274,000
    • -1.77%
    • 비트코인 캐시
    • 652,000
    • +0.54%
    • 리플
    • 735
    • +0.55%
    • 솔라나
    • 234,400
    • +0.99%
    • 에이다
    • 638
    • +0.63%
    • 이오스
    • 1,134
    • +1.43%
    • 트론
    • 155
    • +1.31%
    • 스텔라루멘
    • 151
    • +0.67%
    • 비트코인에스브이
    • 87,100
    • +0.81%
    • 체인링크
    • 25,360
    • +0.28%
    • 샌드박스
    • 637
    • +3.07%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