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철 동원그룹 창업주의 '아름다운 퇴진'

입력 2019-04-16 15:08 수정 2019-04-16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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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양어선 한 척으로 사업 시작해 국내 최대 수산업체로 도약...50년만에 스스로 물러나

▲김재철 동원그룹 창업주가 창립50주년 기념식에서 퇴진의사를 밝히고 있다.
▲김재철 동원그룹 창업주가 창립50주년 기념식에서 퇴진의사를 밝히고 있다.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이형기 ‘낙화’)

김재철(84) 동원그룹 회장이 창립 50주년 기념식이 열린 16일 시의 한 구절처럼 아름다운 퇴진을 택했다. 그동안 창업 세대가 스스로 명예롭게 자진 퇴진한 사례가 많지 않아 김 회장의 전격적인 퇴진은 이날 재계의 주목을 받았다.

1969년 자신이 창업한 회사를 반세기동안 이끌어온 김재철 회장은 임직원들에게 “여러분의 역량을 믿고 물러나서 활약상을 지켜보며 응원하겠다”며 퇴진 의사를 밝혔다. 그는 과거에 안주하기보다 미래를 만들라는 말로 자신이 세운 과거를 뛰어넘는 동원의 다음 반세기를 이끌어달라고 당부했다.

김 회장은 몇 명 남지 않은 국내 1세대 창업주다. 배 한척으로 동원산업을 시작한 그는 50주년 기념식에서 창업 당시를 회고하기도 했다.

그는 “인류가 달에 첫 발을 디딘 1969년 동원은 바다에서 사업을 시작했다”며 “달과 바다의 갭이 크지만 그동안 동원은 1, 2, 3차 산업을 아우르는 6차 산업을 영위하며 장족의 발전을 이뤘다”고 말했다. 배 한척으로 시작한 동원산업은 반세기가 지난 지금 물류, 유통, 식품, 금융을 아우르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김 회장은 50년 만에 무거운 짐을 내려놨다. 그는 “‘인생의 짐은 무거울수록 좋다. 그럴수록 인간은 성장한다’라는 말을 가슴에 새기며 실천하고자 노력했다”며 지난 세월 동원을 이끌어온 자신의 경영철학을 드러내기도 했다.

김 회장이 동원을 이끌어온 반세기는 도전의 연속이었다. 한 척의 배로 국내 대표 수산기업으로 도약한 동원산업은 1982년 국내 최초의 참치 통조림인 ‘동원참치’를 출시하며 식품으로 영역을 넓혔다. 동원참치는 출시 이후 현재까지 한 줄로 늘어놓았을 때 지구 12바퀴 반을 돌 수 있는 양인 62억캔이 넘게 팔리며 국민식품으로 사랑 받고 있다.

1982년 한신증권을 인수하며 증권업에 진출했고, 이후 사명을 동원증권으로 바꿨다. 지금의 한국투자금융그룹의 모태가 바로 동원증권이다.

참치로 시작해 양반김, 양반죽, 양반김치 등 다양한 식품 브랜드를 론칭한 동원은 유가공, 건강기능식품, 온라인 유통부문까지 사업영역을 확대해왔다. 여기에 동부익스프레스를 인수하며 유통 인프라인 물류 사업을 강화했다. 동양의 작은 회사였던 동원은 2008년 미국 최대 참치브랜드인 스타키스트를 인수하며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에 나섰다. 지난해 동원그룹은 연매출 7조 2000억 원 규모로 성장했다.

김 회장은 임직원들에게도 도전을 두려워하지 말고 뛰어넘을 것을 주문했다. 그는 “오늘날의 급격한 변화는 과거를 자랑하고 있을 여유가 없으며 기업경영은 언제나 새로운 도전을 받고 이겨내야 한다”며 “4차 산업혁명, 인공지능 등 새 바람이 불어오고 있지만 동원이 가진 잠재력과 협동정신이 발휘되면 능히 극복할 수 있다”며 임직원들을 격려했다.

김 회장은 퇴임 후 필요한 때에만 그룹 경영의 경륜을 살려 조언해줄 것으로 보인다. 재계 원로로서 한국 사회를 위해 기여하는 방안도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동원그룹은 “회장님이 그간 하지 못한 일, 사회에 기여하고 봉사하는 일도 해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앞으로 동원그룹은 김 회장의 차남인 김남정(46) 부회장 체제로 운영된다. 장남 김남구(56) 부회장은 금산분리로 계열 분리한 한국투자금융그룹을 이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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