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지멘스-프랑스 알스톰 철도사업 합병, EU 거부로 무산

입력 2019-02-07 09:54 수정 2019-02-07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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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반독점 당국 “철도 운임 상승에 유럽 소비자 피해 우려”

▲프랑스 벨포트의 알스톰 TGV 공장에서 근로자들이 작업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6일(현지시간) 독일 지멘스와 알스톰의 철도사업 합병을 거부했다. 알스톰/로이터연합뉴스
▲프랑스 벨포트의 알스톰 TGV 공장에서 근로자들이 작업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6일(현지시간) 독일 지멘스와 알스톰의 철도사업 합병을 거부했다. 알스톰/로이터연합뉴스
세계 2위 철도차량 제조업체인 독일 지멘스와 3위 프랑스 알스톰의 철도사업 합병 계획이 유럽연합(EU)의 거부로 무산됐다.

6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EU 반독점 당국은 이날 지멘스와 알스톰 철도사업 합병을 불허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마르그레테 베스타게르 EU 경쟁담당 집행위원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합병이 이뤄지면 승객 안전에 관련된 철도 신호시스템과 차세대 초고속 열차 가격이 더 올라가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충분한 구제 대책이 없는 이번 합병은 선택을 제한하고 운임을 상승하게 해 궁극적으로는 유럽 승객들에게 피해를 줄 것”이라며 “양사는 경쟁에 관한 우리의 심각한 우려를 완화할 방안을 내놓지 않았다”고 거부 이유를 설명했다.

이에 지멘스와 알스톰 모두 합병 계획을 백지화하기로 했다. 철도 분야에서 세계 선두인 중국의 중궈중처(中國中車·CRRC)에 대항하는 것을 목표로 했던 유럽 거대 기업 탄생 프로젝트는 결국 허무하게 끝나게 됐다.

EU 반독점 당국은 중국 업체들이 당분간 유럽에서 철도 차량을 판매할 가능성이 낮다는 판단으로 이런 결정을 내렸다고 FT는 전했다.

지멘스와 알스톰은 10년간 지멘스의 고속열차 기술을 라이선스 형태로 다른 기업에 제공하고 일부 신호기 사업을 매각하는 등의 방안을 제시했지만 EU의 완강한 거부 의사를 꺾지는 못했다.

FT는 이번 결정으로 EU 회원국들 사이에서 국가의 지원을 받는 중국 기업들과 경쟁할 수 있도록 반독점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더욱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독일과 프랑스는 EU의 엄격한 경쟁 규정이 과거 시대의 유물이라고 비판했다. 중국 경쟁사들이 정부 지원금과 공격적인 산업 정책, 자국시장에 대한 보호 등의 혜택을 받는 동안 EU는 유럽 기업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것이다.

브루노 르메르 프랑스 경제재정부 장관은 “베스타게르의 결정은 정치적 실수”라며 “EU 집행위원회(EC)의 역할은 유럽의 경제적 이익을 보호하는 것이다. 알스톰과 지멘스 합병을 거부한 것은 중국의 경제와 산업적 이익에 도움을 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페터 알트마이어 독일 경제에너지부 장관은 대형 인수·합병(M&A)을 용이하게 하려면 EU 경쟁 규정을 개정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그러나 영국과 스페인, 네덜란드와 벨기에 정부는 EU의 거부가 정당하다고 옹호했다. 영국 철도규제청(ORR)은 “우리는 이번 합병이 영국의 승객과 화물 고객, 납세자들에게 나쁜 거래였음을 처음부터 분명히 했다”고 밝혔다.

벨기에 싱크탱크 브뤼겔의 매튜 하임 연구원은 “유럽 경쟁법의 기능은 유럽의 챔피언을 키우는 데 있지 않다”며 “보호주의에 의지하지 않고 글로벌 경쟁의 맥락에서 번영할 수 있는 유럽 기업을 육성하려면 일관된 계획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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