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유소 상표표시제 폐지, 得 or 失?

입력 2008-06-11 08:36 수정 2008-06-11 08:41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정부가 고유가 대책의 일환으로 주유소 상표표시제(폴사인제)를 폐지하겠다고 한데 대해 정유업계의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상표표시제는 주유소가 SK에너지나 GS칼텍스, 에쓰오일(S-OIL), 현대오일뱅크 등 특정 정유사의 상표를 내걸고 해당 정유사의 석유제품만을 판매하는 제도로, 주유소에서 파는 제품품질을 해당 정유사가 책임진다는 취지로 1992년 도입됐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정유사-대리점-주유소'로 수직계열화돼 있는 석유제품시장의 경쟁을 촉진하고 유통구조를 개선한다는 방침아래 상표표시제를 폐지하기로 했다. 또 정유사-주유소간 배타적 공급계약을 금지하며, 대리점과 정유소간 수평거래를 허용하고 수입 개방폭을 대폭 확대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주유소는 자체 상표나 여러 정유회사의 상표를 내걸면서 서로 다른 정유회사의 제품을 섞어서 판매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정유업계는 정부가 현 난국을 돌파하기 위해 추진하는 정책에 대해 비판하기 어렵다며 극도로 말을 아끼면서도 우려의 시각을 감추지 않고 있다.

◆사라진 소비자 선택권

정유업계는 우선 상표 표시제가 폐지되면 결국 소비자들의 선택권도 사라지는 것이라는 주장이다.

현행 체제에서는 SK에너지,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등 소비자가 주유소에서 파는 석유제품에 대한 정보를 알고 선택할 수 있다.

하지만 상표표시제가 폐지되면 언제든지 석유제품이 섞일 수 있어 소비자는 결국 불확실한 석유제품에 대한 정보만을 접할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또 소비자가 자신이 원하는 석유제품을 선택할 수 있어야 하지만 상표표시제가 폐지되면 주유소에서 일방적으로 공급하는 석유제품을 쓰게 돼 선택권도 보장 받을 수 없다.

소비자시민모임 관계자는 "소비자가 주유소에서 파는 석유제품에 대한 정보를 알고 선택할 수 있어야 하는데 이에 대한 보완장치를 마련하지 않고 상표표시제를 폐지하면, 소비자는 어떻게 섞은 기름인지도 모른 채 구입하게 되는 등 소비자 알권리와 선택권을 보장받을 수 없게 된다"고 말했다.

◆탈세의 '온실'될 수도

또한 혼유에 대한 품질 문제도 제기됐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주유소에서 여러 정유사의 기름을 섞어 팔면서 석유제품 품질에 문제가 발생할 경우 누가 책임을 질 것이냐"고 반문했다.

현재는 품질문제에 대해서는 우선적으로 소비자에 대해서는 상표표시를 하고 있는 정유사에서 책임을 지며, 향후 정유사와 주유소간 책임 소재를 따지고 있다.

하지만 상표표시제가 폐지돼 혼유에 의한 차량사고가 발생했을 때 누구한테도 책임을 물을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탈세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주유소간 석유제품 교환이 가능해지면서 '무자료 거래' 등 소득세를 탈루할 수 있는 여건이 커지게 된다.

또 품질에 대한 보장이 되지 않는 상황에서 최근 기승을 부리고 있는 가짜 경유처럼 일부 값이 싼 기름을 섞어 팔아 부당이익을 챙길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정말 가격 인하될까?

주유소업계는 이번 상표표시제 폐지로 과점체제로 굳어져 있는 정유사간 경쟁이 촉발되면 주유소에 공급하는 석유제품가격도 인하될 것이고 그러면 주유소 판매가격도 자연스럽게 떨어져 결과적으로 소비자에게 가격인하 혜택이 돌아갈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정유업계는 자사 브랜드를 홍보할 수 없는 상황에서 포인트 제도, 신용카드 할인제도 등 마케팅을 현행대로 유지하기 힘든 만큼 재검토가 불가피해 소비자 혼란이 가중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한 정유업계 관계자는 "정유사간 경쟁으로 석유제품가격이 인하될 수 있지만 보너스카드 등 주유 할인카드에 대한 재검토로 인해 실제 가격인하가 일어날 수 있을지 좀 더 비교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소비자시민모임 관계자도 "상표표시제를 폐지한다고 휘발유 가격이 내려갈지도 의문"이라며 "차라리 현재 주유소마다 경쟁적으로 제공하고 있는 값싼 경품을 먼저 없애는 등 부대비용 거품을 빼는 게 우선"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다른 시민단체 관계자는 "정부가 상표표시제 폐지 방침을 내건 만큼 주유할인 카드 문제 등을 매끄럽게 풀어 소비자들이 실질적인 기름값 인하 효과를 볼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민희진 "음반 밀어내기 권유 사실…하이브에 화해 제안했다"
  • "제발 재입고 좀 해주세요"…이 갈고 컴백한 에스파, '머글'까지 홀린 비결 [솔드아웃]
  • 부산 마트 부탄가스 연쇄 폭발…불기둥·검은 연기 치솟은 현장 모습
  • "'딸깍' 한 번에 노래가 만들어진다"…AI 이용하면 나도 스타 싱어송라이터? [Z탐사대]
  • BBQ, 치킨 가격 인상 또 5일 늦춰…정부 요청에 순응
  • 트럼프 형사재판 배심원단, 34개 혐의 유죄 평결...美 전직 최초
  • “이게 제대로 된 정부냐, 군부독재 방불케 해”…의협 촛불집회 열어 [가보니]
  • 비트코인, '마운트곡스發' 카운트다운 압력 이겨내며 일시 반등…매크로 국면 돌입 [Bit코인]
  • 오늘의 상승종목

  • 05.31 장종료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94,520,000
    • -0.53%
    • 이더리움
    • 5,276,000
    • +1.23%
    • 비트코인 캐시
    • 638,500
    • -1.24%
    • 리플
    • 725
    • +0.28%
    • 솔라나
    • 232,500
    • +0.09%
    • 에이다
    • 627
    • +1.13%
    • 이오스
    • 1,141
    • +1.24%
    • 트론
    • 157
    • +0.64%
    • 스텔라루멘
    • 149
    • +0%
    • 비트코인에스브이
    • 86,300
    • -0.17%
    • 체인링크
    • 25,810
    • +3.36%
    • 샌드박스
    • 606
    • -0.82%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