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중독은 ‘질병’, WHO 방침에 논란 여전…치료는 어떻게?

입력 2018-11-25 18:31 수정 2018-11-26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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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 6월 공표 새 국제질병분류서 ‘게임 장애’ 포함…진단 등 연구 시작 단계

▲미국 시카고의 한 가정에서 10세 어린이가 게임을 하고 있다. 시카고/AP뉴시스
▲미국 시카고의 한 가정에서 10세 어린이가 게임을 하고 있다. 시카고/AP뉴시스
세계보건기구(WHO)가 올해 6월 온라인 게임 등에 빠져 다른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 게임 중독을 정신질환 중 하나로 분류했다.

게임 중독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규명하는 작업이 계속되는 가운데 논란도 여전하다고 25일(현지시간)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소개했다.

게임 중독을 질병으로 분류하는 것에 대해 ‘어떤 증상이어야 환자로 판명할 수 있는가’ ‘이를 증명할 수 있는 데이터는 있는가’ 등의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모친에게 이끌려 고베대학 부속병원을 방문한 고등학교 1학년 남학생은 게임 중독에 대해 “게임을 하는 것이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성적이 떨어지는 것은 게임이 나빠서가 아니라 공부 방식이 잘못 됐기 때문”이라고 항변했다.

이 학생 치료를 맡은 소라 이치로 정신과 교수는 “환자와 단 둘이 1시간 정도 이야기를 주고받으면서 치료의 실마리를 찾아간다”며 “환자도 이대로는 대학에 진학할 수 없을 것 같다는 본심을 이야기 했다. 약물 의존과 게임 중독은 비슷한 증상을 보인다”고 말했다.

WHO는 약 30년 만에 개정하는 국제질병분류(ICD)-11에 ‘게임 장애’를 도박과 같은 ‘중독성 장애’로 분류했다. ICD-11이 내년 5월 WHO 총회에 제출돼 승인되면 본격적으로 운용이 시작된다.

게임 장애는 지금도 의료 현장에서 문제로 인식되고 있지만 ICD에 정식으로 도입되면 병으로 진단하는 근거가 명확해지며 환자에게도 “질병이므로 공부나 일을 잠시 쉬고 치료에 전념해야 한다”고 말하기 쉬워지는 이점이 있다.

WHO는 △게임을 하는 시간과 빈도를 제어할 수 없고 △게임이 다른 관심사와 행동에 우선하며 △문제가 생겨도 계속하고 △개인과 가정, 학업, 직장 등에 중대한 지장을 주는 네 가지가 12개월 이상 지속하는 경우를 게임 장애로 본다.

2011년 일본 병원 중 처음으로 인터넷 의존 치료 부문을 세운 구리하마의료센터의 히구치 스스무 원장은 “특히 주목해야 할 것은 두 번째 경우”라며 “게임시간 확보를 최우선으로 해 생활이 흐트러지고 식사와 수면, 배설 등 살아가는 데 필요한 행위조차 뒷전이 되는 것은 단순히 게임을 좋아하는 것을 넘어서 게임 장애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소라 이치로 교수는 “병원을 찾아 진찰하는 환자들은 남자 중고생들이 많은데 ‘빙산의 일각’에 지나지 않는다”며 “일본에 수백 만 있는 알코올 중독자들처럼 많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반면 미국 게임 관련 업계에서는 WHO 방침에 반발하고 있다. 미국 엔터테인먼트소프트웨어협회는 “게임 장애를 정의하고 진단할 수 있을 만큼의 객관적 근거는 없다”는 성명을 내놓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정신질환 종류가 늘어나는 것은 새 시장을 찾는 제약업체들만을 기쁘게 할 뿐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신문은 온라인 게임 등을 계속하면 뇌의 구조와 기능에 약물 의존과 같은 변화가 나타나는 것인지 등에 대한 조사와 연구는 이제 막 시작됐다고 지적했다.

스페인 연구팀의 논문 데이터베이스 조사에 따르면 게임에 관한 의료 논문은 1990년대에는 연간 15개 안팎에 불과했지만 2015년은 350개를 넘었다. 그중 뇌신경과 게임 연관성을 논한 것이 116개로, 대부분 뇌 기능의 변화를 분석하는 내용이었다.

자기공명영상장치(MRI) 등을 통해 뇌의 혈류 변화 등을 바탕으로 기능 이상을 검사할 수 있다. 전두엽 피질 부분의 기능 저하와 게임 장애에 걸릴 위험과의 관계가 깊다는 것이 밝혀졌다. 그러나 뇌의 상태로 게임 장애 여부를 판정할 정도로 그 관계를 다 규명한 것은 아니라고 신문은 지적했다.

미국 정신과 의사가 1990년대 고안한 ‘인터넷 의존도’ 테스트를 실시하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이 결과도 어디까지 참고사항에 불과하다.

한편 신문은 게임 중독 치료 방법도 소개했다. 환자를 치료할 때에는 게임에서 멀리하게 하는 것은 물론 운동과 식사, 대화, 상담 등 여러 요법을 결합해야 한다. 구리하마의료센터는 숙박캠프도 운영하고 있다. 신경질적으로 격렬하게 폭력을 휘두르는 환자 등에는 입원을 권유한다. 히구치 원장은 “무엇보다 치료를 계속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른 정신질환이 없는지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다. 구리하마의료센터에서 게임 중독으로 치료를 받는 환자 중 약 20%는 ‘주의력결핍과다활동장애(ADHD)’ 증상도 보인다. 게임 장애 치료제는 없지만 ADHD 약물 치료를 하면서 ‘이성을 잃기 쉽다’ 등의 문제가 줄어드는 것도 보고돼 주목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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