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7대 어젠다]우버도 불법이 되는 한국, 기업규제 ‘OECD 15위’

입력 2018-10-10 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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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도소 담장 위에 선 기업가들…소득수준·혁신역량 선진국 수준인데 규제대응·정책 투명성은 하위권

“국회에 쌓여 있는 규제 개혁 법안들이 다 악법이고 가치가 없는 건가요? 기업인들이 허탈감과 무력감을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

20대 국회 들어서만 9번째 국회를 찾은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이 기자들과 만나 한 장탄식이다. 박 회장은 “마흔 번 가깝게 (규제 개혁) 과제를 말했지만 아직 상당수가 해결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엄살이 아니다. 실제 현장에서 만난 기업인들은 과도한 ‘규제’로 손발이 묶였다며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A기업 관계자는 “신기술을 개발하고 사업을 추진하려고 관련 법을 살펴보면 안 되는 것투성이”라며 “규제로 인해 접은 사업이 한두 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B기업 관계자는 “우버와 같은 혁신 기업이 한국에서는 불법이다. 세계적인 혁신 기업이 나오지 않는 이유가 있다”며 ”4차 산업 업종임에도 규제 잣대는 전통 제조업 기준으로 이뤄지고 있는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규제가 많다 보니 “기업인들이 교도소 담장 위에 선 것 같다”는 말까지 나온다.

◇정부, 기업 규제 완화 추진하지만… “갈 길 멀다” = 새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매번 불필요한 기업 규제의 완화를 외친다. 그러나 여전히 한국은 기업경영환경 등에 있어 규제가 심한 국가로 꼽힌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지난해 프레이저 인스티튜트(Fraser Institute)’ 자료를 분석한 결과 한국의 기업 규제 자유도는 전체 159개국 중 31위·OECD 조사대상 국가 27개국 중 15위를 기록했다. 2008년과 비교해 모든 규제 분야에서 순위가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의 경제 효율성을 가늠할 수 있는 총요소생산성(TFP) 평가에서도 한국은 OECD 35개국 중 하위 25%에 포함됐다. 산업연구원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한국은 자본시장 발전, 노동시장 효율성, 제도 변수가 하위 25%에 머물렀다. 특히, 제도 변수 21개의 세부항목 중 상위 25%에 들어가는 항목은 단 하나도 없었다.

미흡한 항목은 정책, 신뢰, 규제, 재산 권보호 등이 거론된 가운데 규제 부담이 하위 25∼50%, 규제 대응과 정책 투명성이 하위 25%를 기록했다.

소득 수준과 혁신 역량은 선진국 수준이지만 정부 정책의 일관성, 투명성이 떨어지고 잦은 규제로 규제 대응력이 낮아 TFP가 낮게 나타나는 것이란 분석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정부는 규제 완화와 관련해 뚜렷한 ‘시그널’을 보내지 않고 있다. 오히려 공정거래위원회가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강화하고 공익재단의 의결권을 제한하는 내용의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발표하는 등 규제 강도를 높이는 상황이다.

◇최저임금·법인세 인상 등 부담… “기업 활동 위축 우려” = 재계는 △최저임금 인상 △법인세 인상 △집단소송제 △징벌적 배상제 △청년고용의무 확대 등을 대표적인 규제 법안으로 꼽고 있다. 또한 근로자 이사제 도입, 집중투표제 의무화 등을 담은 ‘상법 개정안’과 자사주 의결권을 제한하는 내용의 ‘자사주 규제 법안’도 부담스럽다는 입장이다.

이 중 기업인들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최저임금 인상과 관련한 개정안이다. 고용노동부는 최저임금 준수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실제 근로시간에 주휴시간까지 합산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입법예고한 상태다. 개정안에 따르면 사용자는 일주일에 40시간을 일한 근로자에게 평균 한 번 이상 유급휴일을 줘야 한다. 근로자는 주 40시간씩 월 174시간 일하지만 주휴수당으로 인해 실제 급여는 209시간에 해당하는 시간급을 받는다.

전문가들은 개정안이 시행되면 △일한 시간당 최저임금 격차 40%(7530~1만516원) 확대 △유급휴일이 많은 대기업 근로자의 추가 임금 인상 등으로 이어져 최저임금 고율인상(2년간 29.1%)과 함께 중소·소상공인의 부담을 가중시키는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추광호 한국경제연구원 일자리전략실장은 “최저임금은 현행대로 ‘실제 일한 시간’에 대해서만 지급해야 한다”면서 “이번 개정안은 산업현장에서 ‘최저임금 추가 인상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법인세 최고세율 인상도 기업 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다고 우려한다. 올해 법인세 인상 등으로 대기업이 추가로 부담해야 할 세금은 3조7000억 원에 이를 것이란 전망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정부가 말로는 규제 완화를 외치고 있지만 막상 기업들은 정부의 규제 의지를 강하게 느끼고 있다”며 “20대 국회 들어 내놓은 기업 관련 법안 대부분이 규제 법안이라는 점이 이를 방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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