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석] “엄마따라 봉사활동 간다~”

입력 2018-05-29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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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사 1층 일상 공간이 때아닌 행사장이 되어 신선한 소음으로 가득하다. 30명 남짓한 아이들이 부모님이 다니는 회사에서 모금한 동전을 나라별로 나누어 세는 봉사활동에 참여하기 위해 방문한 것이다.

수십 년간 이어오고 있는 사내 봉사활동이고, 최근 몇 년 전부터는 방학을 맞은 직원 자녀들도 참여해 부모와 함께 진행하는 프로그램이 됐다. 서툰 손으로 수십 개국에 달하는 갖가지 동전과 지폐를 나누고 정리하며 재잘재잘 수다까지 더해 즐거운 놀이시간 같기도 하다.

요즘 청소년 부모는 학업과는 무관한 일로도 분주함의 연속이다. 성적은 물론 다양한 분야의 활동 참여가 진로에 영향을 미치니 봉사활동 실적이 있고 없음도 무척 신경 쓰이는 부분이라고 한다. 뭐 어려운 일인가 싶다.

그런데 이들 스스로 봉사활동 프로그램을 정하고 참여하는 것은 어림도 없다는 일부 학부모들은 자녀가 최대한 덜 힘들이고 모양새도 갖춰진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도록 유료로 봉사활동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전문 단체를 찾기도 한단다. 돈을 내고 봉사활동의 경험을 사는 것이다.

개인의 목표의식과 가치관을 세우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시기인 청소년기에 내 이웃을 돕는 활동이 돈을 내는 경험에 그친다면 그 아이들이 자라난 미래에는 더 이상 ‘자원봉사’라는 단어의 의미가 없어지는 것은 아닐까 싶다. 너무 앞서간 기우일지 모르나, 유료 봉사활동 이야기를 처음 들었던 그때의 당황과 충격이 그만큼 큰 걱정을 만들기도 했다.

물질적인 것만이 재산이 아니다. 가족이 함께하는 모든 경험과 추억이 아이들에게는 큰 재산이 된다. 음덕양보(陰德陽報)의 시대는 아니라고 하더라도 내가 선심으로 참여한 활동에서 얻어지는 것이 무엇인지 아이들 스스로 깨우칠 기회는 주어야 하지 않을까.

구겨지고 냄새 나는 지폐와 동전들을 만지작거린 손을 비누 거품으로 씻어 내는 중에도 아이들은 서로 희귀한 나라 돈을 찾아낸 것을 자랑 삼아 떠들며 즐기는 모습이다. 모아진 기금이 세계 여러 나라, 많은 아이들의 건강과 교육, 삶의 질 향상에 큰 보탬이 되고 있다는 설명에는 한층 어른스럽게 고개를 끄덕인다. 평소 자신들이 참여하던 봉사활동에 아이와 함께해 보람 있는 추억을 쌓은 부모(직원)들의 함박미소는 두말할 것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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