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무 회장은 왜 존경 받았을까

입력 2018-05-21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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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 회장은 회장 취임해인 1995년 대학생 해외탐방 프로그램인 ‘LG 글로벌 챌린저’를 실시토록 했다.2006년 6월 LG글로벌챌린저 발대식에서 구 회장이 대학생들과 깃발을 흔들고 있다(사진제공=LG그룹)
▲구 회장은 회장 취임해인 1995년 대학생 해외탐방 프로그램인 ‘LG 글로벌 챌린저’를 실시토록 했다.2006년 6월 LG글로벌챌린저 발대식에서 구 회장이 대학생들과 깃발을 흔들고 있다(사진제공=LG그룹)

“재벌 갑질과 거리가 먼 인간적인 오너.” 구본무 LG그룹 회장이 20일 오전 숙환으로 별세했다. 73세. 1945년 2월 경남 진주에서 태어난 구 회장은 구자경 LG 명예회장의 장남이자 고 구인회 LG 창업주의 장손이다. 그는 LG그룹을 세계적인 기업의 반열에 올려놓은 탁월한 경영인이었다. 구 회장은 연 매출 30조 원이던 내수기업 럭키금성을 연 매출 160조 원의 글로벌 기업 LG로 키웠다. 구 회장 타계 소식에 네티즌들을 비롯해 각계각층의 추모가 이어지고 있다.

다른 재벌들과 달리 그는 존경받는 기업인이 된 건, ‘노블레스 오블리주(사회 지도층의 사회적 책임)’를 실천해온 대기업 오너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의 진가는 경영 성과 못지 않게 ‘정도 경영’과 ‘사회적 책임의 실천’에서 잘 나타난다. 그는 그룹을 이끌면서도 이렇다 할 스캔들에 휘말린 적이 거의 없었다. 다른 국내 대기업들이 크고 작은 오너리스크로 흔들렸지만 LG그룹은 예외였다. 기업 경영에서 ‘정도(正道)’를 실천한 결과다. “편법·불법을 해야 1등을 할 수 있다면 차라리 1등을 안 하겠다”는 게 고인의 지론이었다.

평소에는 상대에 대한 존중과 배려에서 우러나오는 리더십을 발휘했다. “신용을 쌓는 데는 평생 걸리지만 무너지는 건 한순간”이라는 말을 자주 했던 그는 사소한 약속이라도 꼭 지켰다. 공식 행사든 사적 약속이든 늘 20~30분 정도 먼저 도착, 상대방을 기다린 것으로 유명하다. 아무리 바빠도 자신의 승용차가 갓길을 운행하거나 적당히 위반하는 것도 용납하지 않았다.

▲구 회장은 직원들과 똑같이 행사로고가새겨진 티셔츠를 입고 함께 어울렸다.2002년 5월 구 회장(가운데)이 직원들과 대화를 나는 모습(사진제공=LG그룹)
▲구 회장은 직원들과 똑같이 행사로고가새겨진 티셔츠를 입고 함께 어울렸다.2002년 5월 구 회장(가운데)이 직원들과 대화를 나는 모습(사진제공=LG그룹)

정상국 전 LG그룹 부사장은 고인을 이렇게 기억했다.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 “칭찬 받은 기억보다 야단 맞은 기억이 훨씬 더 많지만 한번도 억울하다거나 이른바 ‘재벌의 갑질’이라는 식의 생각을 한 적이 없다. 화를 내고 나선 시간이 지난 다음, 쑥스러워하며 이런저런 방법으로 은근히 미안하다는 마음을 표현했다”고 전했다. 또 “구 회장은 나대거나 잘난 척하는 사람을 ‘별로’로 여겼다. 부하 직원에게라도 ‘혹시 내가 인간적으로 잘못하고 있지나 않은지’ 언제나 세심하게 신경 쓰고 걱정하시던, ‘인간적인, 그야말로 인간적인’ 분”이라고 구 회장을 떠올렸다. 최근 대한항공을 비롯해 갑질로 사회적 지탄을 받는 재벌이 많은 가운데, 고인의 인간적인 면모는 존경받기 충분했다.

온화한 성품이지만 소신은 굽히지 않았다. 구 회장은 평소 임원 회의에서 “어떠한 상황에서도 정도 경영만이 우리의 살 길임을 명시해 달라”(1999년 임원 세미나), “어려운 상황이라고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미봉책이나 편법을 동원하는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에 빠져서는 안된다”(2001년 임원세미나) 같은 당부를 자주 했다. 구 회장의 소신 있는 태도는 2016년 12월 최순실 국정농단 청문회에서도 볼 수 있다. ‘미르 재단’에 출연금을 낸 일로 청문회에 참석한 구 회장은 바른미래당 하태경 의원의 “명분만 맞으면 앞으로도 돈 낼 것이냐”는 질책에 “연금이나 불우이웃 돕기 같은 일에는 앞으로도 지원을 하겠다”고 답했다. 하 의원이 “앞으로 정부에서 (재단에) 돈을 내라고 하면 이런 자리에 또 나올 것인가”고 재차 묻자 “국회가 입법을 해서 막아주십쇼”라고 말했다. 구 회장의 당당한 태도와 답변은 당시 ‘사이다 발언’으로 화제가 됐다.

직원을 아낀 인재 경영은 구 회장의 철칙 중 하나였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대규모 적자가 났을 때도 “어렵다고 사람을 내보내면 안 된다”면서 인위적 감원을 하지 않았다. 고인이 취임한 뒤 LG그룹에서는 ‘노사 분규’라는 단어가 생소해졌다. 대신 노경 문화가 LG 노사를 대표하는 용어가 됐다. 그는 협력업체 대해 “우리는 ‘갑을 관계’가 없다”고 선언했다. 특히 구본무 회장이 제정한 ‘LG 의인상’은 노블리스 오블리제의 표본이다. ‘사재 출연’ 하면 흔히 부실기업의 대주주가 책임을 지기 위해 본인 돈을 내 놓는 경우가 많지만, 그는 상을 주기 위해 개인 재산을 내놨다.

구 회장은 더 나은 고객의 삶 만들겠다는 일념으로 한발 앞서 △자동차부품 △OLED 등 차세대 디스플레이 △에너지 △바이오 등 신사업 육성과 미래준비에도 힘 쏟았다. ‘럭키금성’을 글로벌 시장에 맞는 ‘LG’라는 이름으로 바꾼 것도 구 회장의 의지였다. LG그룹의 매출은 1995년 구 회장 취임 당시 30조 원대에서 2017년 160조 원대로 5배 이상 늘었다. 특히 해외매출은 10조 원에서 약 110조 원으로 10배 이상이 됐다. 최근에는 서울 강서구 마곡산업단지에 4조 원을 투자해 국내 최대 규모의 융복합 연구단지인 ‘LG사이언스파크’를 건립하며 LG의 미래를 이끌어 갈 첨단 연구개발(R&D)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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