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쏭語 달쏭思] 로마의 폭설(暴雪)

입력 2018-03-06 11:07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포클레인 몇 대만 산이나 강에 들여 놓으면 수개월 안에 원래 하늘이 만들었던 자연의 모습을 깡그리 바꿔 그야말로 ‘상전벽해(桑田碧海)’가 된다. 사람이 달나라에도 갔다. 화성의 비밀도 알아내고 토성의 비밀도 캐고 있다. 뿐만 아니라, 컴퓨터를 발명하고 인터넷을 구축하여 전 세계를 손바닥 안에 들여 놓고 보게 되었으며, SNS(Social Network Service)라는 관계망을 설정하여 지구촌의 모든 사람이 다 친구가 되었다.

인류(人類)가 참 위대한 존재로 보인다. 그래서 어떤 부류의 사람들은 인류를 무척 잘난 존재로 인식하며 이미 자연을 다 정복이라도 한 듯이 호기를 부리기도 한다. 그러나 아직은 어림없다. 자연의 위력 앞에서 여전히 꼼짝 못하는 게 인간이다.

로마에 폭설이 내린 날 필자는 그곳에 있었다. 밤새 내린 눈이 약 20cm의 적설량을 기록했다. 아침이 되자, 로마 시내가 온통 난리였다. 모든 학교에 휴교령이 내리고 관공서도 휴무를 용인했다. 거리엔 버스도 택시도 없고 오직 지하철만이 유일한 교통수단 역할을 했다. 눈이 내렸다고는 하지만 내가 느끼기엔 날씨가 그다지 춥지 않아 내린 눈이 벌써 녹고 있어서 차량을 운행하는 데에 거의 어려움이 없어 보였지만 거리엔 자동차가 거의 눈에 띄지 않았다.

한국에서는 이 정도 눈이라면 눈으로 치지도 않을 성싶은데 로마는 내리면서 이미 녹고 있는 ‘물 눈’ 앞에서 그렇게 쩔쩔매고 있었다. 10년도 훨씬 넘게 안 오던 눈이 내리자 사람들이 그렇게 당황한 것이다. 물론 모처럼 만의 설경을 만끽하며 사진을 찍고, 때아닌 ‘징글벨’을 노래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말이다.

아직은 사람이 자연을 이길 수 없다. 아니 영원히 이기지 못할 것이다. 이제 인류는 자연을 파괴하는 개발 능력을 과시할 게 아니라, 자연과 더불어 사는 지혜를 터득해야 한다. ‘물 눈’ 앞에서 쩔쩔매는 미약한 존재임을 자각해야 하는 것이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민희진 "음반 밀어내기 권유 사실…하이브에 화해 제안했다"
  • "제발 재입고 좀 해주세요"…이 갈고 컴백한 에스파, '머글'까지 홀린 비결 [솔드아웃]
  • 부산 마트 부탄가스 연쇄 폭발…불기둥·검은 연기 치솟은 현장 모습
  • "'딸깍' 한 번에 노래가 만들어진다"…AI 이용하면 나도 스타 싱어송라이터? [Z탐사대]
  • BBQ, 치킨 가격 인상 또 5일 늦춰…정부 요청에 순응
  • 트럼프 형사재판 배심원단, 34개 혐의 유죄 평결...美 전직 최초
  • “이게 제대로 된 정부냐, 군부독재 방불케 해”…의협 촛불집회 열어 [가보니]
  • 비트코인, '마운트곡스發' 카운트다운 압력 이겨내며 일시 반등…매크로 국면 돌입 [Bit코인]
  • 오늘의 상승종목

  • 05.31 장종료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94,653,000
    • -0.48%
    • 이더리움
    • 5,303,000
    • +0.7%
    • 비트코인 캐시
    • 642,500
    • -0.85%
    • 리플
    • 727
    • +0.14%
    • 솔라나
    • 233,700
    • +0.13%
    • 에이다
    • 625
    • -0.16%
    • 이오스
    • 1,127
    • -0.44%
    • 트론
    • 157
    • +0.64%
    • 스텔라루멘
    • 149
    • +0.68%
    • 비트코인에스브이
    • 85,800
    • -0.98%
    • 체인링크
    • 25,840
    • +3.32%
    • 샌드박스
    • 605
    • -0.17%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