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금융 마중물 부어 ‘제2 벤처 붐’ 일으키겠다지만… 투자 안 살면 헛물

입력 2017-11-03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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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산업 생태계 조성 계획… 3년간 20조 자금 수혈·세제지원… “민간자본 유입 필수인데 유인책 부족” 우려

소득 주도 성장과 함께 양 날개 성장전략인 혁신성장을 추진하려는 정부가 혁신산업 생태계 조성에 시동을 걸었다. 30조 원 규모의 재정 정책금융과 세제 혜택 등을 마중물로 민간 중심의 혁신창업을 활성화해 제2의 벤처 붐을 일으켜 보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 대책엔 여전히 ‘벤처정책은 정부가 주도하겠다’라는 전제가 깔려 있어 민간자본의 자발적 유입과 민간 주도의 자생적 벤처 생태계 전환을 실질적으로 이끌어낼 수 있을지에는 의문부호가 붙는다. 자칫 1990년대 말과 2000년대 초 ‘묻지마 식 벤처 투자’ 열풍의 전철을 밟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마저 흘러나온다.

정부가 2일 발표한 ‘혁신산업 생태계 조성 방안’은 앞으로 3년간 10조 원 규모의 ‘혁신모험펀드’를 조성해 기술혁신형 창업기업에 투자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정부는 이를 위해 매년 1조 원의 돈을 조성해 3년간 3조 원을 종잣돈으로 내놓고 이를 토대로 민간에서 7조 원을 끌어올 방침이다.

여기에 신용보증기금과 기술보증기금이 20조 원 규모의 대출 프로그램을 만들어 혁신모험펀드가 투자하는 기업 등에 자금을 공급한다. 혁신기업 육성에 총 30조 원이 투입되는 셈이다.

다양한 세제지원책도 눈길을 끈다. 혁신기업에 핵심인재를 유치하려고 벤처 스톡옵션 비과세 특례를 11년 만에 부활, 이익의 2000만 원까지 비과세 혜택을 주고 벤처기업에 창업자금을 대는 대가로 주식을 받는 엔젤투자의 소득공제를 확대하는 등 세제지원 4대 패키지도 마련했다.

또 내년부터 민간이 선정하고 정부가 지원하는 ‘팁스(TIPS)’ 프로그램을 통해 5년간 1000개의 혁신창업 기업을 발굴하고 이 중 20개 우수기업을 선발해 집중적으로 지원키로 했다. 우리나라에서도 기업가치 10억 달러 이상의 스타트업을 뜻하는 ‘유니콘 기업’을 만들어내겠다는 구상도 나왔다.

벤처캐피털업계와 전문가들은 일단 수출 대기업의 고용창출 능력이 현저히 떨어진 상황에서 혁신창업 활성화를 통해 성장의 핵심동력을 찾고 일자리를 창출하려는 정책 방향은 올바르다고 평가했다. 벤처 활성화를 위한 정부의 대규모 자금 투입 결정에 대한 기대도 크다. 하지만 과감성과 혁신성이 부족한 탓에 그 실효성에는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김형수 벤처캐피탈협회 전무는 “장기적 벤처 생태계 구축에는 정부 재정뿐만 아니라 민간자본 유입이 필수”라며 “하지만 이번 대책을 보면 정부가 10조 원을 쏟는다는데 과연 민간 자본이 10조 원을 매칭할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이정민 혁신벤처연구소 부소장도 “연못에 물(재원)이 말라 정부에서 재정을 투입하는 것은 환영하지만, 중장기적으로 자생적 생태계로 전환하기에는 부족하다”면서 “민간자본이 올 수 있는 과감한 유인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벤처창업 생태계를 구축한다며 ‘뭉칫돈’을 쏟아붓지만 정작 적은 세제 혜택을 늘리는 데는 미온적이라는 지적도 있다. 이정민 부소장은 “이번에 부활한 스톡옵션 비과세 한도는 2000만 원에 불과하다”며 “삼성전자에 다니는 대기업 인재들이 고임금을 버리고 벤처로 올 만큼의 유인책인지 의구심이 든다”고 지적했다.

회수시장 정책에 대한 보완책 주문도 잇따랐다. 김형수 전무는 “펀드를 많이 만들어 놨으면 자금 회수 쪽도 신경을 써야 하는데 이번 대책으론 부족하다”며 “대기업 중심의 경제 구조를 가진 우리나라는 인수합병(M&A) 시장이 단시일 내 활성화하기 어려운 구조인 만큼 코스닥 시장의 문제점부터라도 과감하게 고쳐나가야 한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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