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연시 롯데ㆍ동부ㆍ동양ㆍ하이트-진로 후계 '꼼수'

입력 2008-01-30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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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수 ‘세금 덜내기’, '덜 손해 보기' 초점, 미심쩍은 ‘떳떳한 대물림’ 선언

지난 연말과 올해 초는 대선에 이어 정권교체 작업으로 어수선한 분위기다. 이런 때를 노려 일부 재벌그룹들의 후계 작업이 발 빠르게 이뤄졌다.

그룹들은 어떻게 하면 증여세 등 관련세금을 덜 내고 총수일가의 이익을 극대화 하느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롯데, 동부, 동양, 하이트-진로 등 몇몇 재벌가들이 그 예다. 조세포괄주의가 도입되면서 상속증여 관련 과세요건이 비슷하면 세무당국은 사후에라도 세금을 물릴 수 있게 됐다. 따라서 재벌그룹들이 후계구도 과정에서 탈세하기가 더 어려워진 게 사실이다.

그러나 재벌가 사람들은 법망을 빠져나가는 새롭고 다양한 방법을 개발, 적극 활용하고 있다. 이번에도 예외가 아니었다. 연말연시 재벌가들의 후계작업 뒷면을 들춰봤다. <편집자주>

현행법상 상속증여세는 기본적으로 배우자가 있는 경우 10억원 이하는 과세에서 제외된다. 다만 30억원이 넘을 땐 총액의 50%를 세금으로 내야한다. 최근 법에 따라 세금을 내며 ‘떳떳한 대물림’을 선언하는 재벌총수들이 늘고 있다.

그러나 그 속으로 파고들면 재벌가들의 상속과 증여 행태가 보다 교묘해지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저마다 ▲세금납부 예외 대상 및 한도 내 증여 ▲총수 가족회사 이익 몰아주기 ▲협력사 인수 뒤 계열사 편입시키기 등 다양한 수법이 동원되고 있었다.

◆ 롯데, 세금 어떻게 하면 안 내나

최근 재벌가의 편법증여의혹과 관련해 집중조명을 받는 곳은 단연 롯데그룹이다.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은 지난해 12월 하순 2000억원 상당의 주식을 계열사 네 곳에 무상증여했다.

신 회장이 증여한 주식지분은 롯데미도파 1716억원, 롯데브랑제리 133억원, 롯데알미늄 50억원, 롯데후레쉬델리카 43억원 상당이다. 증여주식 평가액대로라면 현행법상 전체 금액의 50%가 증여세로 부과될 경우 과세액이 900억원을 넘어선다. 하지만 이 업체들이 결손법인이라 증여세를 물지 않아도 된다. 또 신 회장 자녀들이 대주주로 참여하고 있는 회사라는 점에서 파문이 일고 있다.

신 회장의 주식을 증여받은 롯데미도파와 롯데브랑제리, 롯데알미늄의 최대주주는 롯데쇼핑이다. 롯데쇼핑은 신 회장의 차남이자 신동빈 한국롯데 부회장이 14.59%, 장남인 신동주 일본롯데 부사장이 14.58%의 지분을 가져 최대주주로 돼있다. 롯데후레쉬델리카의 개인 최대 주주는 신 회장의 장녀인 신영자 롯데쇼핑 부사장과 막내딸 신유미씨다.

시민단체 경제개혁연대 관계자는 "신 회장은 법망을 피해 증여세를 내지 않고 자녀들을 지배회사에 퍼주기 지원을 통해 이익을 극대화 시키려 했다. 이는 편법증여"라고 밝혔다.

롯데그룹은 이번 증여가 롯데미도파 등의 누적결손금을 줄여 취약한 계열사의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유통업계 맞수인 신세계그룹 및 현대백화점그룹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지난해 신세계는 2세 경영인인 정용진 부회장에게, 현대백화점은 역시 2세인 정지선 회장에게 경영권을 넘겨주는 등 후계 작업을 마무리 지으며 세법규정에 따라 증여세를 냈다. 정 부회장은 증여세 3500억원을 냈다. 또 정 회장도 2003년 이후 1700억원의 증여세를 나눠 냈다.

롯데후레쉬델리카는 롯데그룹 신 회장의 증여와 관련, 세금을 내야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럼에도 정당하게 세금을 내지 않아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이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후레쉬델리카는 신 회장의 특수관계인이 주요 주주로 있어 4억원 정도의 증여세를 내야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 밖의 3개 사는 롯데쇼핑이 대주주임에 따라 특수관계인 문제에 저촉되지 않아 과세 대상에서 제외 된다"고 설명했다.

◆ 동부, 증여세 줄이기·가족회사 힘몰아주기

지난해 말 ‘후계구도를 완성했다’는 평을 받는 동부그룹도 예외가 아니다. 증여세 줄이기와 총수일가 가족회사에 힘 몰아주기가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지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11월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은 자신이 가진 동부CNI 주식지분 36.24% 중 11%를 외아들인 남호 씨에게 증여해 지분율을 5.68%에서 16.68%로 높여줬다. 딸 주원 씨에게도 주식을 넘겨 지분율을 2.27%에서 10.27%로 높여줬다. 4.99%는 그가 이사장직을 맡고 있는 동부문화재단에 출연했다.

1990년대 중반부터 이뤄진 김 회장의 주식 지분 증여 후 남호씨는 현재 동부화재의 지분 15%, 동부CNI 16.68%, 동부정밀화학 21.14%를 갖고 있고 주요 계열사 지분을 장악하고 있다. 이로써 동부그룹은 남호 씨→동부CNI→동부정밀화학→동부제강·동부건설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완성해 냈다.

이 과정에서 지난 11월 증여 때 동부문화재단에 동부CNI 지분 4.99%를 넘긴 것은 세금 안내기 차원에서 이뤄졌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현행법상 공익법인으로 증여세 납부 제외 주식지분 상한선은 5%다. 김 회장이 세금납부를 피할 수 있는 최대 지분을 출연한 셈이다. 남호 씨가 김 회장에 이어 재단이사장직을 맡게 될 것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이런 가운데 가족회사 덩치 키워주기 의혹도 나오고 있다. 동부CNI는 김 회장, 남호 씨, 주원 씨, 동부문화재단이 44.19%를 보유해 그룹계열사 중 총수일가 지분율이 가장 높은 회사다.

김 회장의 지분 증여가 있기 바로 전달인 지난해 10월 동부정밀화학은 주식지분 21.58%(86만 3000여 주·약 163억 원어치)를 동부CNI에 넘겼다. 이는 김 회장의 동부CNI 보유 지분 증여에 앞서 지주회사 역할을 할 계열사에게 '이익 몰아주기' 의도에서 비롯됐다는 시각이 많다.

올해 34세인 남호 씨는 미국 뉴욕대학에서 경영학 석사(MBA)과정을 밟고 있어 그룹업무엔 관여하지 않으나 곧 경영권을 물려받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게 재계 사람들의 관측이다.

동부그룹 관계자는 “김 회장이 왕성하고 남호 씨도 학업에 열중하고 있어 후계구도를 논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 동양, 총수 일가 손해 최소화 선회

동양그룹은 후계구도작업을 총수일가의 손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자본잠식 상태의 비상장사 중심에서 찾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동양그룹은 지주회사의 밑그림을 주력 계열사인 ‘동양메이저로 할 것이냐’ 비상장사인 ‘동양레저로 할 것이냐’를 두고 고심해 왔다. 최근 움직임을 보면 동양레저를 통한 후계구도해법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동양레저는 지난해 12월 28일 장내매수를 통해 동양메이저 주식지분 3.49%를 추가 매입해 보유지분율을 15%로 높였다. 동양레저는 그룹의 금융부문 지주사 격인 동양종금증권 지분도 14.1%로 늘려 동양캐피탈을 제치고 최대주주 자리에 올라섰다.

동양레저의 지분은 동양캐피탈이 50%, 현재현 회장이 30%, 현 회장 외아들인 승담 씨가 20%를 갖고 있다. 동양캐피탈은 동양메이저의 100% 자회사인 까닭에 동양레저는 사실상 현 회장 부자의 회사인 셈이다.

동양그룹의 지배구조는 현 회장을 정점으로 '동양레저→동양메이저→동양캐피탈→동양레저'와 '동양레저→동양종금증권'으로 짜여 동양레저가 주축을 이룬다.

따라서 승담 씨는 현 회장 지분 30%만 넘겨받으면 동양메이저와 함께 동양종금증권 등 사실상 그룹전체의 지배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동양레저는 2006년 말 현재 자본총계가 마이너스 382억원을 기록하며 자본잠식 상태다. 현 회장이 지분을 팔더라도 매각가는 액면가 밑이 될 확률이 높다. 따라서 현 회장과 승담 씨로선 후계구도 완성에 따른 비용이 크게 들어가지 않을 전망이다.

하지만 동양레저를 지주사로 한 구도는 정부는 물론 시민단체들까지 '편법승계 도구'란 따가운 눈초리를 받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동양그룹은 한동안 주력 계열사인 동양메이저를 중심으로 한 지주회사체제를 택하려 했다. 문제는 총수일가의 취약한 자금력이다. 현 회장 일가가 가진 동양메이저 지분은 1620만주로 전체의 약 37%다.

이 중 85%가 담보로 잡혀 있어 일가 지분을 승담 씨에게 몰아주면 지분이 낮아져 적대적 기업 인수합병(M&A) 위협을 받을 수밖에 없다. 동양그룹은 결국 힘 을 안들이면서 총수일가가 손해도 안보는 방법을 쓸 것으로 보인다.

올해 28세인 승담씨는 미국 유학 중 귀국, 지난해 6월부터 동양메이저 차장으로 근무하며 사실상 경영수업을 받고 있다.

◆ 하이트-진로, 협력사 인수가 첫 단추

하이트-진로그룹은 협력회사의 계열사 편입을 통한 후계구도작업에 들어갔다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해 12월 28일 박문덕 회장의 장남인 태영 씨는 하이트-진로그룹 협력사인 삼진이엔지의 주식지분 75%(5만260주)를 인수, 최대주주가 됐다. 태영 씨의 지분인수로 협력사였던 삼진이엔지는 하이트-진로그룹의 스물두 번째 계열사로 들어갔다.

삼진이엔지는 하이트맥주 지분 15만주(0.7%)를 갖고 있다. 태영 씨는 이번 지분인수로 하이트맥주의 지분까지 갖게 된 것이다. 태영 씨는 이전까지 그룹계열사들 지분을 전혀 갖고 있지 않았다.

하이트맥주는 진로의 최대주주로서 지분 41.85%를 갖고 있다. 하이트산업, 하이트주정, 하이트주조 등을 100% 자회사로 두는 등 그룹의 사실상 지주회사다.

재계는 태영 씨가 삼진이엔지의 최대주주가 된 게 후계구도작업을 위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영국에서 유학중인 태영 씨가 어떤 경로로 돈을 마련해 삼진이앤지 주식지분을 얼마에 인수했는지 하이트-진로그룹은 공개하지 않고 있어 궁금증을 더해준다.

삼진이엔지는 맥주냉각기 제조 및 판매업체로 하이트맥주와 연계, 안정적인 수익기반을 갖고 있는 회사다. 2006년엔 매출 82억원, 순이익 5억원을 기록했다. 이 같은 회사규모를 볼 때 태영씨 지분인수액은 수십억원대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올해 29세로 학생신분인 태영 씨 지분인수가 장기 관점의 후계구도일 수 있겠으나 박 회장 역시 젊어 이를 논하긴 너무 이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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