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디지털통화에 투자하겠다”…컴퓨터뱅크 설립하는 자산운용사 피델리티

입력 2017-05-24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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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비가일 피델리티 최고경영자(CEO). 사진=피델리티
▲아비가일 피델리티 최고경영자(CEO). 사진=피델리티

디지털 통화가 세계 금융 1번지 월가의 비즈니스 방식에서도 영향력을 넓혀가고 있다.

그 중심에는 미국 대형 자산운용사 피델리티 인베스트먼트가 있다. 이 회사의 아비게일 존슨 최고경영자(CEO·55)는 23일(현지시간) 디지털 통화 자산운용의 선구자가 되겠다며 비트코인 등 가상통화 수용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임을 선언했다. 이 회사가 연금과 저축 등 전통적 금융상품에 강점을 가진 회사라는 점에서 월가에 시사하는 바가 상당하다는 평가다.

이날 뉴욕에서 비트코인 정보업체인 코인데스크가 주최한 콘퍼런스에 참석한 아비게일 CEO는 피델리티의 주종목인 뮤추얼펀드나 연금설계 대신 비트코인과 블록체인 기술에 대해 열변을 토했다. 평상시 공식 석상에서 연설하는 것을 꺼리는 아비게일 CEO가 지난해 회장직을 겸하게 된 이후 첫 공개연설이라는 점에서 월가의 관심도 쏠려 있는 터였다. 피델리티는 미국 2대 뮤추얼펀드로 운용자산 규모는 2조2000억 달러에 달한다. 약 2600만 명, 2만3000개의 회사의 연금과 저축 계좌를 관리하고 있다.

아비게일 CEO는 “누군가는 내가 여기에 왜 왔는지 궁금해할 것”이라면서 “내가 이것을(가상통화) 좋아하기 때문에 여기 왔으며 이것은 미래가 가질 수 있는 모든 것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아비게일의 이러한 확신에 찬 표현은 월가에서는 상당히 이례적인 발언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평가했다. 특히 연금과 저축 등 전통적 금융상품에 강점을 가진 자산운용사로서는 파격적이라는 평가다.

그도 그럴 것이 2009년 비트코인이 만들어진 이후 가상통화에 대한 대중적 관심이 점점 높아지고 있지만, 보수성이 짙은 월가에서는 비트코인과 같은 가상통화의 장점과 혜택에 대해 여전히 회의론이 크다. 특히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등 가상통화 태생 자체가 금융시장이 아니라 IT 업계, 즉 경제학과는 거리가 먼 괴짜 컴퓨터 프로그래머의 손에 개발됐다는 점에서 이에 대한 거부감과 경계감도 작용한다. 하지만 최근 월가에서도 아비게일처럼 비트코인과 블록체인에 대해 재평가하는 분위기다. 3년 전 비트코인을 “가치로서는 최악”이라고 평가했던 JP모건체이스의 제이미 다이먼 CEO도 블록체인 기술을 옹호하기 시작했다.

▲비트코인. 사진=블룸버그
▲비트코인. 사진=블룸버그

아비게일 CEO는 월가의 비트코인 선구자로서 그 시작은 직원들의 비트코인 사용 독려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피델리티는 비트코인 플랫폼인 코인베이스와 제휴를 맺고 구내식당에서 직원들이 식대 결제를 비트코인으로 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조만간 피델리티 웹사이트에서도 비트코인 자산 추이를 볼 수 있도록 표시할 계획이다. 여기에 회사는 비트코인을 채굴하기 위한 복잡한 알고리즘을 다루는 컴퓨터뱅크 설립도 준비하고 있다.

아비게일은 “내 컴퓨터가 20만 사토시를 채굴했다”면서 전문적인 용어까지 써가며 비트코인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사토시’는 비트코인 창시자 나카모토 사토시 이름에서 따온 가상통화 단위로 1비트코인의 1억분의 1을 뜻한다. 아비게일은 “기술 발전으로 인해 우리 업계는 혼란에 빠져 있다”면서 “앞으로 개방형 플랫폼에서 거대한 새로운 시장과 제품이 구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가상통화가 가지는 한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는 여전히 높다. 주요국의 금융당국은 비트코인이 통제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범죄에 악용될 소지를 우려하며 여전히 경계하고 있다. 아비게일도 비트코인이 규제와 보안, 기술적 문제 등으로 아직 주류가 되지 못하고 있다며 한계를 인정했다. 최근 전 세계를 혼란에 빠트린 ‘워너크라이’ 랜섬웨어도 해킹 피해자에 300달러어치의 비트코인을 요구하기도 했다. 아비게일은 블록체인 기술이 사용자 친화적이며 보안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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