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 마크롱 시대] 올랑드 레거시·분열된 사회 통합...과제 산적한 최연소 대통령

입력 2017-05-10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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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새 시대를 연 중도 신당 에마뉘엘 마크롱. 앞으로 일주일간 대통령직 인수 작업이 진행되며, 14일부터 프랑스 대통령으로서 업무를 시작한다. 그러나 선출직 경험이 전무한 마크롱이 창당 1년이 겨우 넘은 신생 정당을 기반으로 국정을 운영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프랑스 역사상 최연소인 39세에 대통령에 취임하는 마크롱이 저성장과 고실업의 늪에 빠진 프랑스병을 고칠 수 있을지 세계의 관심이 집중된다.

◇의석 ‘제로’...마크롱은 전진할 수 있을까

마크롱은 의회 기반이 전혀 없다는 점에서 취임 초반 여소야대 국면으로 국정 운영에 어려움을 겪을 전망이다. 그 첫 번째 고비는 6월 11일과 18일 치러지는 총선이다. 이 총선에서는 제5공화국 제15차 하원의원 577명이 새로 선출된다. 마크롱이 이끄는 중도 성향 신당 ‘앙 마르슈!(En Marche·전진)’가 총선에서 다수당 지위를 차지하려면 최소 과반인 289석을 얻어야 한다.

마크롱 역시 이 점을 보완하고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6월 총선에서 다수당 지위를 확보하고자 이미 본격적인 행보에 나섰다. 마크롱은 후보자 절반을 정치권 경험이 풍부한 원로들 중에서 물색하고 있다. 사회당과 공화당, 좌파와 우파를 불문하고 폭 넓은 의원들에게 갈아탈 것으로 촉구하고 있다. 이미 프랑수아 올랑드 정권에서 총리를 지낸 마뉘엘 발스(중도 좌파 사회당)를 영입하는 한편 중도 우파인 공화당에서도 유력 후보를 물색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자신이 소속된 앙마르슈를 정당 등록하고, 이름을 ‘공화국 전진(REM)’으로 고치기로 했다. 발스 전 총리는 9일 프랑스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사회당은 죽었다. 마크롱이 국정을 운영할 수 있도록 폭넓고 일관성 있는 (의회) 과반을 줘야 한다”며 6월 총선에서 REM 후보로 출마할 뜻을 표명했다.

마크롱은 총선 준비와 함께 14일 이후에 발표될 새 내각 인선을 진행하고 있다. 새 총리는 남부 포의 시장을 지낸 중도 성향의 프랑수아 바일이 유력하며,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도 물망에 오르고 있다.

◇마크롱에 남겨진 ‘올랑드 레거시’

마크롱 정권 출범과 함께 올랑드 대통령은 5년간의 임기를 마치고 최근 프랑스 역사상 ‘가장 인기없는 대통령’이라는 불명예를 안고 엘리제궁을 떠난다. 그의 지지율이 형편없는 건 2012년 취임 당시에 한 경제를 부활시켜 실업률에 제동을 걸고 공공 지출을 억제한다는 공약을 이루지 못했기 때문이다.

막상 뚜껑을 열어보면 올랑드가 남긴 경제적 레거시는 그의 지지율을 이처럼 초라하게 만들 정도는 아니라는 평가다. 프랑스 경제는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속도는 둔하지만 꾸준히 성장했다. 다만, 독일 영국 미국 같은 다른 선진국에 비해 크게 뒤진 것이 문제였다. 올랑드의 임기 막바지인 지난해 경제 성장률은 1.1%로 그의 재임 기간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결정타는 서민 생계와 직결되는 고용문제를 해결하기 못한 것이다. 올랑드는 2012년 대선에서 취업 기회를 늘려 실업률을 낮추겠다는 공약으로 승리를 거머쥐었다. 그러나 재임 중 실업률은 계속 올라 최근 10%를 돌파했다. 이에 올랑드는 ‘경제 비상사태’라고 명명하고 고용문제 해결에 총력을 기울였다. 이미 인건비에 대한 세액 공제를 도입한 올랑드는 2016년에는 인력 채용과 해고를 쉽게 만드는 고용 관련 법안을 밀어붙였다. 주 35시간 노동제는 지키면서 직업 훈련 기회와 직장에 복귀할 경우의 인센티브도 늘렸다.이러한 대책은 일련의 효과를 거둬 실업률은 지난 1년간 약간의 개선을 보였다.

하지만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좌파의 반발을 잠재우진 못했다. 지난해 신규 채용의 86.4%는 임시직, 그 중 80%는 계약 기간이 1개월 미만이었다. 그 한편에서 장기 실업률은 높은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프랑스 실업자의 43%는 1년 이상 일이 없어 이 통계가 시작된 2003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에 육박하고 있다. 프랑스 청년 실업률은 영국의 약 2배로 대부분의 선진국에서 나타나는 하락 경향과는 대조적이다.

◇분열된 사회 통합도 과제

마크롱에 있어서 올랑드가 남긴 경제적 레거시를 청산하는 것도 급선무이지만 그러기 위해선 의회의 협력과 분열된 사회를 통합하는 게 먼저다. 특히 이번 대선 결선 투표에선 마크롱의 한계가 여실히 드러났다.

유권자는 사전 선거인 명부에 등록해야 하는데, 이번 결선 투표에서 등록을 마친 유권자의 약 25%가 기권했다. 이는 1969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또한 무기명 투표도 10%를 넘어섰는데, 이 역시 전례없는 수준이다. 이는 결선에서 맞붙은 마크롱과 르펜 모두 공화당과 사회당 등 프랑스의 양대 정당에 소속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에 기존 거대 정당을 지지해 온 유권자의 지지를 얻지 못했다는 방증이다.

중도 성향인 마크롱의 모호한 정치 색깔도 걸림돌이다. 마크롱은 사회당 출신으로 올랑드 정권에서 경제장관을 지냈지만 대선에서 내건 정책은 신자유주의적인 느낌이 강했다. 좌파와 급진 좌파 후보를 지지해 온 유권자에게 극우 르펜의 대항마로 부상한 게 중도의 신자유주의자인 마크롱이었던 만큼 그의 정책에 동의하지 못한 유권자도 적지 않았다는 것이다.

마크롱은 당선 직후 연설에서 “많은 유권자가 보여준 분노와 불안, 의심에 진지하게 마주하는 것이 나의 책임”이라며 분단된 프랑스의 통합을 약속했다. 루브르 박물관 연설 당시 무대에 등장할 때는 일부러 베토벤의 ‘환희의 송가’를 틀기도 했다. 이 곡은 유럽의 통일을 상징하는 것으로 마크롱은 이를 통해 프랑스 사회 통합의 염원을 내비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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