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만 남은 금감원 변호사 채용비리

입력 2017-04-17 09:40 수정 2017-04-17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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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검찰’로 불리는 금융감독원이 변호사 채용비리 사건으로 내홍을 겪었다. 이 때문에 일부 간부가 사직하고, 일부는 검찰에 불구속 기소되는 등 건전한 신용질서와 공정한 금융거래관행 확립이란 설립 취지도 무색해졌다.

이른바 ‘채용비리 사건’은 2014년 금감원이 법률전문직을 채용하는 과정에서 시작됐다. 총 9명의 합격자 가운데 유일하게 A씨가 근무경력 없이 합격자 명단에 이름을 올린게 화근이었다. 당시 자격 조건에는 ‘대학(원)에서 다수의 금융법 과정을 이수한 자’ 항목이 포함돼 있었다. 이전 채용 자격 조건에는 없던 기준이었다. 감춰져있던 채용 특혜는 지난해 국정감사 때 이학영 의원(더불어민주당)이 문제를 제기하면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후 A씨의 부친이 전직 국회의원으로 최수현 전 금감원장과 행정고시(25회) 동기라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의혹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진실을 규명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금감원은 내부 감찰에 착수했다. 감찰 결과 서류전형에서 심사기준인 평가항목과 배점을 수 차례 변경했다는 정황이 포착됐다. ‘경력적합성 등급’을 임의로 상향 조정해 A씨를 합격시켰다는 것이다. 김일태 감사는 이 내용을 담은 조사결과를 전 직원에게 공개하기도 했다.

감찰 결과 전후로 이상구 전 부원장보(당시 총무국장)는 사의했다. 총무국 인사팀장을 지냈던 이수한 비서실장은 직위해제 조치를 받았다. A씨의 부친과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최수현 전 금감원장도 금감원 고문직에서 물러났다. 이 가운데 총무국 담당 임원이었던 김수일 부원장은 끝까지 무죄를 주장했다.

금감원은 윗선의 개입 여부를 밝히기 위해 지난해 12월 결국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그리고 4개월 만에 김수일 부원장, 이상구 전 부원장보가 불구속 기소되는 상황까지 확산됐다. 검찰은 김수일 부원장, 이상구 전 부원장보에 대해 업무방해,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를 적용했다.

이 사건을 두고 금감원 조직 내 뿌리박혀 있는 권역간 갈등이 근본적인 원인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금감원은 1999년 은행감독원, 증권감독원, 보험감독원, 신용관리기금 등 4개 감독기관이 합쳐져 설립됐다. 이후 검사·감독 업무 영역 등을 두고 보이지 않는 이기주의가 줄곧 발동했다. 이번 채용비리도 권역간 갈등이 내포돼 있다는 시각이다.

총무국을 담당하는 기획·경영 부원장보는 대부분 은행 출신이 맡아왔다. 김수일 부원장은 이러한 관례를 깨고 보험출신으로 기획·경영 부원장보를 맡았다. 이에 김수일 부원장에 대한 외부의 견제가 상당했다는 의견도 나온다. 당시 총무국장을 지낸 이상구 전 부원장보는 은행 출신이다.

감춰져있는 업권간 견제가 이번 비리 사건을 수면 위로 끌어올리기까지 시간이 걸렸다는 지적이다. 최수현 전 금감원장의 ‘밀어부치기식’ 통솔도 업권간 장벽을 낮추기는커녕 오히려 갈등을 유발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현재 기획·경영 업무는 증권감독원 출신인 이병삼 부원장보가 맡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기획·경영 부원장보에 증권 출신을 앉힌 것은 은행, 보험 출신이 맡았을 때 발생한 논란을 잠재우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며 “뿐만 아니라 업권간 영역을 두고 여전히 경쟁과 견제가 치열한데, 지금보다 유기적인 관계가 정착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금감원 노동조합 측은 인사관리규정상 징계 대상에 임원을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금감원 인사관리규정 제41조의 징계대상 중에는 ‘감독자로서 충분한 감독을 하지 아니하여 사고발생의 결과를 초래하게 한 자’가 포함돼 있다. 그러나 규정의 상벌 대상에 임원이 포함돼 있지 않아 규정에 따른 징계 조치가 어렵다는 것이다.

노조는 지난해 12월 자체 소식지를 통해 “김수일 부원장은 부정채용에 연루된 인사담당 직원의 상위 임원으로서 감독책임을 지고 용단하라는 직원들의 요구를 무시하고 있다”며 “경영진의 용퇴 요구에도 버틴다고 하니 직원들의 목소리를 듣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다른 금감원 관계자는 “특정인에 의해 발생한 문제라기보다 조직의 명예가 실추됐다는 것 때문에 (비리 의혹 발생 후) 조직 분위기가 좋지 않았다”며 “조속히 문제가 마무리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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