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우의 지금여기] 재계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입력 2017-03-13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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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1부 차장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봄이 왔지만 봄 같지 않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파면이 결정되던 지난 10일,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의 주문 낭독 직후 재계 관계자의 읊조림이다. 공교롭게도 이날은 올해 들어 가장 포근한 날씨를 보였다. 그는 헌법재판소의 박 전 대통령 파면 결정을 존중하면서 어느 정도 예상했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라는 긴 터널의 끝을 예단할 수 없는 탓일까. ‘봄은 아직 멀었다’는 아쉬움을 숨기지 못했다.

재계는 당장 본격화할 대통령 선거 레이스에서의 ‘경제 민주화’라는 격랑을 우려하고 있다. 유력 대선주자들이 재벌 개혁과 경제 민주화에 목소리를 높일 경우, 올 게 왔다는 체념 속에 속수무책으로 피해 상황을 지켜볼 수밖에 없는 처지이다. 지난 2012년 대선 과정에서 불거졌던 ‘경제 민주화 바람’이 올해 대선 과정에서 다시 한 번 불 경우 재계엔 ‘재앙’이 될 수 있다.

가장 관심인 사안은 검찰 수사이다. 헌재가 뇌물 혐의는 언급하지 않은 채 “미르·K스포츠 재단 설립이 기업 재산권과 경영상 자유를 침해했다”고 판단했지만 마냥 안도할 순 없다. 민간인 신분이 된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가 본격적으로 이뤄지면 ‘삼성’에 초점이 맞춰졌던 수사는 다른 대기업들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재계 일각에서는 우병우 수사에 쏠리는 시선에 부담을 느낀 검찰이 차기 정권을 향한 메시지로 ‘SK·롯데·CJ그룹’ 등 대기업 수사에 사력을 다할 것으로 점치고 있다. 뇌물죄의 공범이란 굴레를 뒤집어쓰고 검찰 수사를 받아야 할 상황이 기정사실(旣定事實)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이다. 삼성과 유사한 과정을 거쳐 자금을 내고 면세점 특혜, 경영승계 특혜 등의 이익을 받은 정황도 있다. 우리 사회의 재벌에 대한 인식은 아직도 사정의 칼바람과 맹추위 속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이유이다.

경영권을 위협하는 상법 개정안이 국회에 줄줄이 계류돼 있는 것은 또 다른 복병이다. 재벌 개혁을 외치는 차기 정부가 들어서고 거대 야당으로 구성된 현재의 국회가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 경우 경제민주화의 제어키는 사실상 유명무실하게 된다. 오는 6월 임시국회에서 경영권을 옥죄는 ‘상법개정안’이 대거 통과될 가능성은 어느 때보다 높다.

앞서 주요 기업들은 기부금 집행 투명성 강화와 대관 업무 축소 등 정경유착 단절을 위한 쇄신안을 내놓은 바 있다. 권력으로부터 독립해 자생적인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투명경영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보였지만, 갈 길이 멀다.

최순실 사태와 관련해 정권에 돈을 건넨 ‘뇌물공여죄’ 혐의로 낙인찍힌 재계이다. 이는 정권이 말을 잘 듣는 기업에는 호의를 베풀지만, 그렇지 않으면 혹독한 대가를 치렀던 역사를 통해 얻은 학습 효과이다. 정경유착은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헌정 사상 처음으로 현직 대통령 탄핵 인용을 계기로 반세기에 걸쳐 끈질기게 이어진 정경유착의 연결고리가 하루아침에 무 자르듯이 끊어질 수는 없을 것이다. 다만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으로 드러난 정경유착 비리로 인해 또 다시 사회적 비난의 대상이 됐다는 사실에 대한 책임감 있는 반성이 그 시작을 알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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