래미안 CF만 비호감?

입력 2007-11-20 09:19 수정 2007-11-20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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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건설사의 TV CF를 두고 말들이 많다. 이른바 '비호감'이라는 것. 일부 상류층을 연상케하는 TV속 모습이 불만스럽다는 것이다. 바로 삼성건설의 TV CF가 그 이유다.

'연인'편과 '초대'편 등 두 가지 에피소드로 이뤄진 이 CF에서 말썽이 된 부분은 이렇다. 결혼을 약속한 듯한 커플이 여자친구의 집으로 인사를 가는 길. "집이 어디야?"라고 묻는 남자친구의 질문에 여자 친구가 "저기야, 저 집이야"라고 대답하며 래미안 로고를 보여주는 장면이 문제가 됐다. 여기서 여자친구는 자랑스러워 하는 빛을 얼굴에 보였다는 점에서 일부에서는 '서민층의 열등감을 자극했다'고 반발하고 있는 것이다.

유치원 커플이 상상되는 초대편도 마찬가지다. 남자아이가 여자아이의 환심을 사려고 "우리집에 갈래?"라면서 여자아이를 래미안이라는 화려한 아파트에 데려간다는 내용이다.

삼성건설은 지난해 제작한 종전 CF에서도 불륜을 연상하는 듯 한 컨셉을 제공, 입방아에 오르기도 하는 등 CF마다 구설수에 올랐던 좋지못한 기억을 갖고 있다.

삼성그룹은 예전 삼성카드가 '당신의 능력을 보여주세요'라는 광고 카피를 사용했다가 시청자들의 비판을 된통 받은 바 있다. 이 같은 점에서 삼성그룹 계열사들의 광고는 조그마한 문제가 있을 때 마다 지적사항이 발생하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불륜을 연상케 한 점은 공공방송의 도덕성상 잘못된 것은 틀림없지만 최고 아파트를 강조하는 것까지 문제를 삼는 것은 지나치다는 의견도 나온다.

실제로 삼성건설은 래미안에 집을 가진 여자친구와 남자아이를 통해 자랑스러워한다는 뜻을 밝혔을 뿐 그 아파트가 비싸다는 내용은 조금도 비치지를 않았다. 이에 따라 '삼성의 CF'라는 점에서 무조건적인 안티가 발생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더욱이 래미안 CF가 조성한다는 위화감은 타 아파트 브랜드 CF에 비하면 '새발의 피'에 불과하다.

최근 건설업계의 브랜드 마케팅 전략은 차별화, 고급화다. 이에 따라 업체들은 저마다 자사 아파트가 최고급 아파트임을 강조하는데 주저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오히려 몇몇 업체는 더욱 노골적으로 마치 부유층들만이 자사 브랜드 아파트에 살 수 있는 것처럼 TV CF 등 광고를 쏟아내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지난해 '힐스테이트'라는 새 브랜드를 런칭한 현대건설. 이 회사의 경우 부유층을 연상시키는 광고카피를 노골적으로 담고 있다.

'세상을 가치 있게 사는 방법' 이라는 컨셉을 갖고 출발하는 이 CF에서는 '결혼기념일에 인도여행가기', '집안에 나만의 아틀리에 꾸미기' 등 서민 생활과는 분명한 차별을 두는 멘트를 무차별 난사하고 있다. 여기에 한술 더떠 캠핑카를 가진 가족이 해변에서 즐거운 놀이를 보내는 모습을 담고 있어 누가봐도 재벌2세 쯤의 가족을 연상케한다. 더구나 이들 가족의 경우 서민이 아니라 중산층이라도 내집마련에 바빠야할 30대 후반 가장 세대에 불과하다.

래미안에 사는 것을 자랑스러워하고 그런 친구를 보며 부러워하는 모습을 보인 것 정도가 서민과의 위화감을 조성한다면 힐스테이트 CF는 위화감 조성을 넘어 부유층 전용 타겟 마케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다른 건설회사의 CF도 마찬가지. 대부분의 건설업체는 고급화 전략을 '유럽 본뜨기'에 촛점을 맞춰가고 있다. 대부분의 CF에서는 중세기 유럽 영주나 근세기 유럽 귀족의 저택을 보여주는 듯한 영상이 화면 위를 흐르고 있다.

유럽의 건축문화가 우리나라에 비해 대단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들 CF에서 보여주는 유럽건축은 바로 영주와 귀족이라는 1%에나 해당하는 특권 계층이 누리는 문화다. 이들의 주거문화를 보여주는 것 역시 서민과 중산층의 주택문제와는 아무런 상관없는, 그저 '위화감'을 조성하는 데 불과하다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래미안의 CF가 문제가 된다면 다른 업체들의 CF 역시 도마 위에 올릴 수 있을 것"이라며 "문제는 고급화, 차별화로 치닫는 건설회사들의 광고 및 상품 전략"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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