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학중의 가족이야기] 가정폭력을 ‘예방’하자

입력 2017-02-02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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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연휴에도 집을 나가 술을 마시고 온 남편이 보기 싫었다. “맨날 술만 마시고 돌아다니냐”라고 한 소리했더니 남편이 아내의 뺨을 때렸고, 화가 난 아내는 주방에서 흉기를 들고 와 휘둘렀다. 담배 좀 끊으라는 형의 잔소리에 말다툼을 하다 형제가 칼부림까지 한 일도 있었다. 그런가 하면, 외도를 했다고 끊임없이 의심하는 아내의 차에 불을 질러버린 남편도 사회면을 장식했다. 이 모두가 이번 설 연휴에 벌어진 가정폭력 사건이다.

경찰청의 ‘명절 연휴 가정폭력 112 신고 현황’에 따르면 매년 신고 건수가 증가하고 있다. 2015년 8491건이 2016년에는 1만622건으로 25%나 증가했다. 평소에 쌓였던 갈등이나 서운함, 분노가 폭발해서 생긴 불행한 일이다. 시댁이나 처가와의 마찰이나 명절 음식 준비, 재산 문제, 부모 부양 등이 싸움의 주된 원인이다. 오랜 시간 함께 있다 보니 사소한 말 한 마디에도 감정이 상한다. 음식 준비와 장시간 운전으로 피곤하다 보니 예민해지고, 술까지 한 잔 들어가면 감정 조절이 되지 않아 폭발해 버리는 것이다. 밤 10~12시, 새벽 0~2시, 그리고 저녁 8~10시에 일어나는 가정폭력이 50%에 가까운데 술에 취해서 벌어지는 사건이 많다고 한다.

척박한 세상살이에 위로가 되는 건 가족밖에 없다면서 설을 기다린다. 하지만 명절에 벌어지는 가정폭력은 ‘예방’해야 한다. 칼부림이나 몸싸움은 아니라 할지라도 모진 말로 상처를 주고 명절에 왕래조차 하지 않는 불상사를 막기 위해서도 지혜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평소 갈등을 잘 관리해야 한다. 한 지붕 밑에서 사는 가족이, 늘 왕래하지 않으면 안 되는 가족이 갈등이 없을 수 없다. 그러나 그때그때, 자신의 생각이나 감정을 부드럽게 전달하면 상대방을 이해하게 되고 가정폭력을 예방할 수 있다. 얼굴을 맞대고 하기 어려운 얘기는 문자나 메일로 나누는 것도 방법이다.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을 즐기며 아름다운 추억을 쌓는 기회를 늘려 보자. 명절에 온 가족이 모이기만 하면, 즐겁고 행복해지는 것이 아니다. 왕래가 없고 관계나 호칭도 잘 모르는 사람끼리 명절에 만나면 불편하고 어렵다. 좋은 일이 있을 때 축하해 주고 슬프고 어려운 일이 있으면 위로의 말이나 도움의 손길을 먼저 내미는 가족 간의 유대가 그래서 중요하다. 가족 간의 사랑이나 믿음이 바탕이 되면 설사 기분 나쁜 일이 생겨도 이해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된다.

명절에 만날 때 말조심해야 한다. 생각 없이 건넨 말로 상처를 받고 관계가 악화하기 때문이다. ‘내가 이런 말을 하면 상대방 기분이 어떨까’를 한 번만 생각해도 말로 인한 상처를 줄일 수 있다. 결혼이나 취업, 성적 얘기도 그렇지만 사는 형편이 서로 비교되거나 누군가의 열등감을 자극하는 주제는 피하는 것이 좋다. 자녀를 비교하거나 정치나 종교 문제로 논쟁하는 것도 위험하다. ‘술이 원수’라고, 기분 좋아 마신 술이 독이 될 수 있으니 절제하면서 즐겁고 기분 좋게 마시는 모범을 어른부터 보여야 한다.

명절이 가족 모두에게 즐거운 날이 되려면 내가 먼저 사과하고 내가 먼저 화해의 손길을 내미는 태도가 필요하다. 다 지난 일, 새삼스럽게 연락을 하자니 쑥스럽기도 하고 내가 왜 먼저 사과해야 하느냐는 억울함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잘잘못을 따지기에 앞서 자녀들에게 부끄러운 부모가 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지금 당장 어른인 나부터, 아랫사람인 내가 먼저 손을 내밀어 보자. 그리고 진심 어린 감사와 사랑도 말하자. 모두가 즐겁고 행복한 명절은 저절로 굴러 들어오는 것이 아니고 누가 가져다주는 것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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