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대우인터내셔널, 파푸아뉴기니의 삶을 바꾸다

입력 2007-10-22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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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는 ‘중동 건설붐’을 타고 많은 한국 기업들이 진출한 시절이었다. 그 당시 여러 한국 기업들은 현지화에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수많은 사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해내 ‘대한민국’이라는 국가 브랜드를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40여년 가까운 세월이 흐른 지금, 그 당시의 열정으로 시장을 개척하는 한국 기업들은 사실상 많지 않다. 주요 선진국 위주로 안정된 사업을 펼치거나 투자가치가 높은 신흥 시장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그런 가운데 대우인터내셔널의 파푸아뉴기니 발전소는 기업의 수익성뿐 아니라 ‘민간 외교관’으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어 주목할 만하다. 대우인터내셔널과 두산중공업(당시 한국중공업)이 지난 1999년부터 가동하기 시작한 파푸아뉴기니 발전소 법인의 공식 명칭은 한중 파워(Hanjung Power Pty Ltd). 현재 파푸아뉴기니의 수도인 포트모스비 지역 전력 공급량의 43% 가량을 책임지는 기업으로 자리 잡았다.

(사진 설명)대우인터내셔널이 운영 중인 파푸아 뉴기니 발전소

파푸아뉴기니는 호주와 가까운 동남아시아 국가로, 한국과의 시차는 1시간에 불과하다. 그러나 한국에서 파푸아뉴기니로 가는 직항 노선이 없기는 발전소 설립 당시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인천공항에서 싱가폴 창이공항으로 5시간가량 날아간 후, 다시 이곳에서 반나절을 기다린 끝에 6시간을 날아가면 파푸아뉴기니의 수도 포트모스비에 도착한다.

발걸음이 결코 쉽지 않은 이곳에 대우인터내셔널이 눈길을 돌린 때는 199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현지 정부 산하의 공기업인 파푸아뉴기니 전력청이 실시한 국제 경쟁입찰에서 해외 경쟁업체들을 따돌리고 민간 발전 사업권을 따냈던 것. 그러나 문제는 투자자금 조달이었다. 저개발국이며 산업 기반 시설이 취약한 이 나라에 어느 누구도 선뜻 투자하기 꺼려한 탓이다.

결국 대우인터내셔널은 수출보험공사의 신용보험을 활용해 수출입은행의 3천675만 달러의 투자를 이끌어 냈고, 대우인터내셔널 771만8천 달러, 두산중공업 803만2천 달러의 자본금을 합쳐 1997년 발전소 건립에 들어갔다. 사업 시작 이후 외환위기를 겪으면서도 순조롭게 공사를 이어간 끝에 1999년부터 발전소가 돌아갔고, 이후 파푸아뉴기니의 수도는 ‘삶의 질’이 달라졌다. 툭하면 끊기는 전기로 고통 받았던 현지인들이 반색한 것은 물론이다. 하루 전력 생산량은 24.6MW(메가와트) 규모.

“대우인터내셔널은 수많은 해외 플랜트 사업 경험이 자산입니다. 저희도 안정적인 사업 운영을 지속한 덕분에 2005년 회계연도 기점으로 투자 자본금을 모두 회수하고 본사에 이익 배당금을 계속 송금해주고 있지요.”

파푸아뉴기니 발전소 이상하 법인장의 설명이다. 현지 체류 7년째인 이 법인장이 어깨에 힘을 줄 만한 실적인 셈이다.

(사진 설명) 발전소 브리핑을 하는 대우인터내셔널 이상하 법인장(왼쪽)과 두산중공업 안진환 소장

▲현지 사업을 성공으로 이끈 비결은?

사실 파푸아뉴기니는 대우인터내셔널의 해외 법인 중 ‘오지’로 분류되는 지역이다. 단순히 외진 곳이라서 오지가 아니라 사업 기반 시설 등 여러 분야에서 개척할 곳이 많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끈 것은 대우인터내셔널의 수많은 해외 사업 경험과 치밀한 계산이 밑거름이 됐다.

우선 파푸아뉴기니 전력공사(현재 PPL로 사명을 변경)와의 협상을 통해 발전소 부지 장기 무상 임대 약속을 받아냈고, 법인세 일정 기간 면제와 발전소 생산 전력의 장기 판매 계약도 보장받았다. 사업의 안정성을 초기부터 확보해 나간 덕분에 이후 사업은 순풍을 타기 시작했다.

물론 위기도 적지 않았다. 90년대 말 1달러당 1키나(Kina)였던 환율이 2002년 한때 1달러 당 4.8키나까지 평가절하되기도 한 것. 달러와 현지화 변동을 적극 반영한 덕분에 이를 극복하는 한편 시장 연료가격을 전력대금에 반영하며 디젤 발전소의 취약점을 보완해 나갔다.

부족들이 토지를 공동 소유하는 이 나라에서 사업 부지를 확보하는 것도 걸림돌이었으나 부지 확보를 파푸아뉴기니 정부에 일임하면서 이를 해결하기도 했다. 또한 현지인을 적극 채용해 호감을 산 것도 순조로운 사업의 플러스 요인이 됐다.

이 발전소에는 디젤 엔진 2개가 쉴 새 없이 돌아간다. 올해 가동률은 93.2%로, 정기 보수 기간을 제외하면 사실상 100%에 가까운 셈이다. 엔진 하나를 점검해도 다른 하나로 충분히 전력을 공급할 수 있어 아무 문제가 없다고. 아직도 간혹 전력공급이 끊기는 것은 파푸아뉴기니 정부가 더 많은 전력을 사가면 해결되는 문제다.

▲시장은 넓고 개척할 곳은 많다

대우인터내셔널은 이곳 파푸아뉴기니 발전소 법인의 운영 성과를 바탕으로 ‘신개척지’를 물색 중이다. 그 대상은 베트남과 아제르바이잔, 인도네시아, 몽골, 카자흐스탄 등지다. 이들 나라에서 매년 100MW~300MW(메가와트) 규모의 발전소를 건립한다는 계획이다.

이 회사는 지난해 하반기에 국내 기업들과 컨소시엄을 이뤄 세계 3위의 니켈 광산 매장지인 아프리카 마다가스카르의 암바토비 광산 발전소 사업권을 따냈다. 2010년 가동을 목표로 향후 3년간 3조5천억원이 투입될 니켈 정련/제련소 플랜트 건설 사업의 첫 단계인 화력발전소 사업이 바로 그것. 불과 몇 달 간의 입찰 준비로 이뤄낸 성과여서 의미가 남다르다.

현재 운영 중인 파푸아뉴기니 발전소의 계약 기간은 2014년까지다. 그 이후는 재계약을 하거나 파푸아뉴기니 정부가 566만 달러에 사들이도록 되어 있다. 2003년 520만 달러의 배당금을 받은 것을 시작으로 2004년 570만 달러, 2005년 430만 달러, 지난해 400만 달러의 배당금을 받은 실적으로 봐서 협상 전망은 밝은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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