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총수 주말 줄조사, 대통령 조사 위한 사전 조치… 입건 가능성 낮아

입력 2016-11-14 09:28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검찰이 12~13일 기습적으로 대기업 총수들을 줄소환한 것은 박근혜 대통령을 조사하기 위한 사전 작업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검찰이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에 지급된 대기업 출연금을 뇌물로 보기에는 조사가 촉박하게 진행돼, 이번 조사로 기업 총수들이 피의자로 입건될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는 13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손경식 CJ그룹 회장, 구본무 LG그룹 회장,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했다. 전날에는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김창근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이 검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이번 조사는 지난해 이뤄진 대통령과 기업 총수 간 면담 내용을 규명하고, 재단 출연금을 낸 경위를 파악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을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우선 대기업 총수들이 기금 출연을 빌미로 박 대통령에게 구체적인 민원을 언급했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만일 총수들이 기업마다 처해있는 경영환경 개선을 위해 민원을 전달한 후 출연금을 냈다면 이는 대가성이 있는 ‘뇌물’이 된다. 기업들이 대가를 바라고 돈을 건넸다면, 박 대통령은 제3자 뇌물수수 혐의로, 기업 총수들은 뇌물공여 혐의로 처벌받을 수 있다.

하지만 만일 대기업들이 낸 돈을 뇌물로 보고 대가성을 규명하려고 했다면, 총수 소환에 앞서 문제가 되는 회사들을 압수수색하는 등의 선조치가 이뤄졌을 것이라는 게 검찰 안팎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따라서 이번에 조사받은 기업 최고 책임자들은 참고인 신분으로 진술하는 데 그치고, 뇌물 공여자가 될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검찰이 박 대통령에게 수뢰죄가 아닌 직권남용 혐의를 적용한다면 기업 관계자들은 처벌받지 않을 확률이 높다.

실제 검찰은 현재까지 대기업 출연금을 뇌물로 보고 혐의를 적용하는 데 부정적인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뇌물로 보려면 대략적이라도 재단에 지급된 돈이 청탁과 함께 전달됐다는 ‘대가성’이 입증돼야 하는데, 아직까지는 별다른 실마리가 없다는 것이다. 법조계에서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포괄적 뇌물죄’ 적용도 법리를 구성하기가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다. 검찰 조사에 응한 총수들도 재단 출연금 지원을 협조하는 과정에서 정부 정책을 구체적으로 언급하는 등 대가성 여부에 관해서는 부인하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부영그룹의 경우 세무조사 무마 청탁이 언급돼 사안을 달리 판단할 수 있는지 검토 중이다.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은 세무조사가 진행되던 올해 2월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당시 안종범 청와대 수석, 정현식 K스포츠 전 사무총장 등을 만나 재단 출연 문제를 논의하는 자리에서 “저희가 부당한 세무조사를 받게 됐는데 이 부분을 도와주실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삼성전자는 재단 설립금 출연 방식이 아닌 최순실(60) 씨 모녀에게 직접 280만 유로(35억여 원)를 건넸기 때문에 별도의 혐의가 구성될 수도 있다.

권오준 포스코 회장의 경우도 최 씨의 최측근인 차은택(47) 씨가 포스코 계열사 지분 강탈을 시도한 사건이나 안종범(57) 전 청와대 수석이 현대차 임원에게 차 씨의 회사 ‘플레이그라운드’가 광고를 수주하도록 압박한 부분에 깊숙이 관여한 것으로 알려져 대기업 총수들과 별도로 다뤄질 예정이다.

한편 검찰은 의혹 규명 못지 않게 이번 사건 수사로 인해 국가 경제에 미치는 파급을 최소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기업 관계자들 수사에 관해 “가장 효율적이고 합리적 방식을 선택하겠다”면서도 “쇼잉(showing)을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실제 12~13일 이뤄진 기업 총수들에 대한 조사는 철저한 비공개로 이뤄졌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황재균·장성우 아닌 박상원이 사과…KT 감독 "고참으로서 역할 잘한 것"
  • 교감 뺨 때리고 침 뱉은 초등 3학년생 '금쪽이'…엄마 반응은?
  • 작년 로또 번호 중 가장 많이 나온 번호는 [데이터클립]
  • [르포] "등잔 밑이 어둡다"…서울 한복판서 코인 OTC 성행
  • 단독 영업비밀인데…‘원자로 설계도면’ 무단 유출 한전기술 직원 적발
  • 예상보다 더한 법인세 급감…올해도 '세수펑크' 불가피
  • [오늘의 뉴욕증시 무버] 엔비디아, 시총 3조 달러 첫 돌파…애플 추월
  • 유튜브서 봤던 그 게임 '라스트워: 서바이벌', 좀비보다 사람이 더 무섭네? [mG픽]
  • 오늘의 상승종목

  • 06.05 장종료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98,402,000
    • -0.06%
    • 이더리움
    • 5,290,000
    • -0.6%
    • 비트코인 캐시
    • 687,000
    • +0.73%
    • 리플
    • 725
    • -0.55%
    • 솔라나
    • 236,900
    • -1.37%
    • 에이다
    • 635
    • -0.63%
    • 이오스
    • 1,092
    • -2.24%
    • 트론
    • 159
    • +0.63%
    • 스텔라루멘
    • 146
    • -1.35%
    • 비트코인에스브이
    • 87,150
    • -1.58%
    • 체인링크
    • 24,190
    • -1.39%
    • 샌드박스
    • 654
    • +0.77%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