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효진의 이슈通] 불신만 키운 성과연봉제

입력 2016-08-17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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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시장부 차장

금융권 성과연봉제로 인한 갈등이 좀처럼 진정될 기미가 없다. 오히려 금융당국과 사용자 측, 노동조합의 반목과 불신이 만연하고 있다.

성과연봉제의 노정은 시작부터 순탄치 않았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2월 금융개혁 과제의 일환으로 금융권 성과중심 문화 확산 방향을 발표했다. 금융공공기관이 성과연봉제 도입에 모범을 보여 민간 금융회사까지 이를 확대하려는 목표도 제시했다.

이러한 취지를 살려 기획재정부의 권고안보다 강화된 성과연봉제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성과연봉제 도입 대상이 준정부기관(예금보험공사, 자산관리공사, 주택금융공사, 신용보증기금, 기술보증기금)과 기타공공기관(산업은행, 기업은행, 수출입은행, 예탁결제원)이지만 공기업 기준을 적용했다.

성과연봉제 비중은 올해 20%에서 내년에 30% 이상까지 끌어올리도록 했다. 최고·최저 등급 간 차등 폭은 최소 2배 이상을 유지할 것을 권고했다. 차하위 직급(4급)에도 기본연봉 인상률 격차를 적용하고, 최고·최저 간 전체 연봉 격차를 20~30%(간부직) 이상 유지하라고 했다.

금융위는 임금체계 개편이 노사 합의 사항인 만큼 대화를 통해 풀어나갈 것을 권고했다. 대신 성과연봉제를 조기에 도입할 경우 추가 인센티브를 주고, 연내 미도입하면 예산 삭감 등 페널티를 부과하는 ‘당근’과 ‘채찍’ 카드를 꺼내 들었다.

초반 분위기는 좋았다. 금융위는 최대 20%까지 주는 2015년 경영 성과급 추가 인센티브 효과와 경영평가 반영 영향으로 금융공공기관의 전향적인 자세를 예상했다.

그러나 정반대의 상황이 벌어졌다. 금융산업노조를 중심으로 성과연봉제에 대한 반발이 컸다.

34개 금융회사, 금융기관을 회원사로 두고 사측을 대변하는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는 2010년 출범 이래 처음 무더기 탈퇴 사태가 벌어졌다. 노사 간 임금 및 단체협약은 파열음을 내며 결렬됐다.

예상이 빗나가자 금융위는 금융공공기관을 압박했다. 결국 대화로 풀겠다던 금융공공기관들은 지난 5월 노조와의 협상이 아닌 이사회 의결이라는 초강수로 성과연봉제 도입을 강행했다.

후유증은 만만치 않았다. 산업은행, 기업은행 등은 노조가 경영진을 고발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야당이 진상조사단을 꾸리는 등 파장은 더욱 커졌다. 무엇보다 노사 간 불신을 조장하는 일대 사건이었다.

민간 금융사들은 후폭풍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성과연봉제 이사회 의결에 대한 정당성이 노동법의 유권해석에 따라 인정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최근 제정된 금융회사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 일정 자산 규모 이상의 금융사에 성과보수체계 도입을 의무화한 조항이 사실상 성과연봉제를 의미한다는 시각이 확산되면서 혼란만 가중되고 있다.

금융위는 금융회사의 연차보고서 작성 사항인 보수 체계를 정의한 것일 뿐 성과연봉제를 지칭한 것이 아니라고 해명했지만, 수긍하는 은행권 인사는 드물다.

비슷한 시기에 전국은행연합회가 발표한 가이드라인도 성과연봉제 도입을 위한 퍼즐 조각일 뿐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성과연봉제는 반드시 노사 간 대화를 통해 풀어야 한다. 금융권에 불신만 키운다면 엄연히 실패한 금융개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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