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자의 우리술 이야기] 이론적으로 가능한 우리 술의 종류는?

입력 2016-07-07 10:40 수정 2016-07-07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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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대영 송현경제연구소장

요즘 막걸리를 중심으로 우리 술이 조금씩 다양해지고 있지만 술집 등에서 사서 마실 수 있는 선택의 폭은 아주 제한되어 있다. 대부분 식당에서는 1~2종의 막걸리와 2~3종의 소주, 그리고 다른 술 몇 가지 중에서 골라야 한다. 대형 슈퍼마켓이나 백화점 등을 제외하고 일반 가게의 경우 우리 술의 종류는 몇 가지 안 된다. 오히려 수입 맥주나 와인의 종류가 더 많다. 서양의 포도주와 맥주, 중국 백주, 일본 사케 등의 다양성을 생각할 때 우리 술의 종류는 너무 적다. 우리 술은 원래 몇 가지 안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다. 이론적으로 만들어 마실 수 있는 우리 술의 종류를 알아보는 것은 흥미 있는 일이다. 우리 전통주의 기본인 쌀, 누룩, 물로만 만드는 술을 기준으로 살펴보자.

먼저 쌀의 종류, 즉 찹쌀이나 멥쌀, 흑미 등에 따라 술의 맛과 향, 색 등이 크게 다르다. 쌀의 품종에 따라 맛이 다르고, 일본과 같이 쌀을 얼마나 깎아내느냐에 따라서도 다른 술이 된다. 또 우리 술의 발효제인 누룩은 만드는 방법이 특별해 종류가 아주 많다. 누룩은 일반적으로 밀 등의 생곡식을 분쇄하여 공기 중의 곰팡이와 효모를 자연 접종시켜 만든다. 곰팡이 속의 효소가 전분을 당으로 변화시키고, 효모가 당을 알코올로 바꾼다. 이 과정에서 곰팡이와 효모의 종류와 구성에 따라 술의 맛과 향, 알코올 도수 등이 달라진다.

따라서 누룩을 만들 때 사용한 밀 보리 쌀 녹두 등의 재료, 누룩을 띄운 지역과 시기, 띄우는 방법에 따라 누룩 속의 곰팡이와 효모가 달라진다. 술맛을 다르게 할 수 있는 누룩의 종류는 너무 많다. 여기에 물도 술에 크게 영향을 준다. 물맛 자체가 술맛을 다르게 하는 것은 당연하다. 또한 술을 만들 때 물을 얼마나 넣느냐에 따라서도 술맛과 향, 알코올 도수 등이 달라진다. 물을 적게 넣으면 달고 향이 강한 술이 된다. 반대로 어느 정도까지는 물을 많이 넣으면 알코올 도수가 높고 강한 술이 된다. 그리고 물의 양이 더 많아지면 알코올 도수가 떨어지고 술맛이 밍밍해진다.

마지막으로 우리 술은 빚는 방법에 따라서도 여러 종류가 있다. 한 번 만에 빚어 마시는 단양주, 두 번 빚는 이양주, 세 번 빚는 삼양주가 있다. 기록에는 구양주까지 있고 이론적으로는 더 있을 수 있다. 여러 번 빚는 술의 경우는 밑술, 덧술의 재료, 즉 고두밥, 범벅, 떡 등에 따라 맛이 다를 뿐 아니라 밑술과 덧술의 비율과 시기 등에 따라서도 맛이 달라진다.

이렇게 보면 쌀, 누룩, 물만으로 빚을 수 있는 우리 술의 종류는 아주 많다. 바둑의 경우 수보다는 적을지 몰라도 한국의 성인 인구 수보다는 많을 것 같다. 서양의 포도주는 몇 안 되는 포도 품종, 그렇게 많지 않은 효모의 종류를 갖고도 엄청난 다양성을 유지하고 있다. 그리고 자신만의 포도주를 만드는 사람도 꽤 있다. 와인에 비해 우리 술은 다양성의 기반이 훨씬 넓다. 뜻있는 사람들은 자신의 술을 만들어 차례나 혼례 등에 사용해보자. 마을과 지역에서도 공동체를 위한 독특한 술을 만들어 보자. 한국의 술 문화가 훨씬 풍성해지고, 나아가 경제에도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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