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골프 안돼”…펀드매니저-증권사 ‘불건전 영업’ 막는다

입력 2016-05-30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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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투자업계 준법감시인’ 워크숍…자산운용사 자정 요구

“본인 돈 쓰더라도 업무 관련성 있는 사람과는 해외 골프 가지 마십쇼.”

올해 금융투자회사의 불법행위 중점검사에 나선 금융감독원이 최근 열린 자산운용사 준법감시인과의 워크숍에서 금감원은 김영란법 시행과 더불어 불법행위에 해당할 수 있는 구체적 사례를 이 같은 ‘골프’를 들어 제시했다. 행사를 주최한 금감원은 일명 ‘김영란 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시행에 앞서 자산운용사 임직원의 불건전 영업행위와 자기매매를 철저히 단속해 달라고 주문했다.

이번 워크숍은 지난 27일 서울 강서구 메이필드호텔에서 ‘2016년 상반기 집합투자업계 준법감시인협의회 워크숍’으로 금감원과 금융투자협회가 함께 마련했다. 자산운용사 준법감시인 70여명이 참석한 이번 행사는 자산운용사들의 내부통제 모범사례를 공유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그러나 준법감시인들은 업계 모범사례 발표 전 있었던 금융감독원의 브리핑에 대해 더 열띤 반응을 보였다.

이날 행사장에서 제공된 금감원 발표자료에 따르면 이익수령 한도는 금융투자회사에서 자체적으로 정할 수 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용인되는 ‘사회적 상규’를 벗어날 수 없다고 제한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1박2일 골프, 해외 골프는 사회적 상규에 반하는 예로 제시했다. 골프행사에서 봉사료가 당일 소요비용의 20%를 초과하는 경우에도 문제가 된다.

발표를 맡은 김진국 금감원 금융투자준법검사국 팀장은 “준법감시인들은 회사 임직원이 업무 관련성 있는 사람과는 1박2일 여행이나 해외 골프를 가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사비를 들여 간다는 사람도 있는데 업무상 관계자와 그런 식의 친밀관계를 유지할 필요가 있을까 싶다”고 지적했다.

금감원은 이익 수령에 대해 개인 신분상 제재와 더불어 소속 회사에 대해서도 과태료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거래 관계 회사가 주최하는 단순 ‘고객 대상 세미나’명목의 해외 골프는 물론이고 임직원 개인의 비용으로 해당 행사에 참여하는 행위도 비위행위에 포함될 수 있다고 제시했다.

김 팀장은 “1박2일이나 해외 골프와는 달리 국내-당일 골프는 사회 상규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는 것이 중론”이라며 “다만 국내 골프도 대부분 이익의 실질이 3만원을 초과하기 때문에 무조건 준법감시인에게 신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개인의 자유를 크게 제한하면서까지 금감원이 골프 등 접대 척결에 강한 목소리를 낸 데는 지난해 적발된 불법 채권파킹 거래 등 끊이지 않는 유착 사례가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6월 서울남부지검은 맥쿼리투자신탁운용(옛 ING자산운용) 채권 펀드매니저들과 7개 증권사 채권 중개 임직원 사이의 불법 거래를 포착하고 재판에 올렸다. 이들은 자산운용사가 채권을 바로 사지 않고 증권사에 잠시 보관했다가 채권 값이 오르면 정식으로 사들이는 ‘채권 파킹거래’를 한 혐의를 받았다.

중개수수료 등 영업 수익을 위해 펀드매니저가 필요한 증권사 직원은 파킹거래를 맺는 대가로 펀드매니저들에게 수년간 각종 향응을 제공했다. 회당 1000만원이 넘는 펀드매니저의 가족여행 경비 전액을 증권사 직원이 대납하거나, 유흥업소 종업원들을 동반하고 골프 여행을 가는 등의 사례가 드러나 충격을 줬다. 장부에는 증권사 채권중개 임직원 30~50명이 참석하는 세미나를 개최하는 것처럼 가장했다.

당시 증권업계에서는 ‘터질 것이 터졌다’는 평과 함께 수년간의 적폐를 발견하지 못한 것은 회사 내부통제 시스템이 실패했다는 것이라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왔다. 금융당국이 지난해부터 당국의 검사보다 회사 자체의 통제 시스템 강화로 방향을 선회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에 준법감시인들은 이날 김 팀장의 발표가 끝나자마자 약 한시간에 가깝게 질문을 쏟아냈다. 불법 유착관계를 막자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현실적으로 내부통제 과정에서 권한과 기준이 불명확해 업무에 지장이 크다는 것이다.

A운용사 준법감시인은 “금감원이나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회가 펀드매니저의 비위사실을 적발할 때 노하우를 공유했으면 좋겠다”며 “매니저들이 의도적으로 숨기거나 자진 신고하지 않으면 준법감시인은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B운용사 준법감시인은 “거꾸로 향응 제공자 측이 유도해서 펀드매니저가 수락하는 예도 다반사인데 자산운용업계뿐 아니라 양쪽 다 강하게 규제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김 팀장은 “문제의식에 공감한다”며 “운용업계에 비교적 엄격한 기준이긴 하지만 그것을 지킴으로써 더욱 자정효과가 빨라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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