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워드로 보는 경제 톡] 한국 맥주가 맛없는 건 ‘세금’ 때문입니다

입력 2016-05-23 17:46

(출처= 롯데주류 '클라우드' 광고)
(출처= 롯데주류 '클라우드' 광고)

“한국 맥주는 대동강맥주보다 맛없다.”

영국 경제주간 ‘이코노미스트’에서 한국 특파원으로 일했던 다니엘 튜더(Daniel Tudor)의 4년 전 비평입니다. 소규모 양조장에 대한 과잉규제를 지적한 글이었지만, ‘맛이 싱겁다’는 1차원적 의미로 해석되며 국내 맥주업체들에게 큰 굴욕을 남겼죠. 이태원 경리단길에 있는 그의 작은 맥줏집에 연일 손님들이 몰린다고 하니 생각보다 공감하는 사람이 많나 봅니다.

수입 맥주가 인기를 끈 것도 이즈음부터입니다. 대형 할인점에서 수입 맥주를 고르고 있으면 “술맛 좀 아네”라는 인정(?)의 눈빛이 쏟아졌죠. 한국 맥줏값과 별 차이 없는 ‘4캔에 1만원’이란 가격도 소비자들 발길을 잡기 충분했습니다. 지난해 벌어진 ‘맥통법’ 해프닝도 같은 맥락이고요.

“물 타지 않았다.”

롯데주류의 ‘클라우드’ 광고 카피입니다. 발효원액을 그대로 담아 맛이 깊고 풍부하다고 강조합니다. ‘한국 맥주=싱겁다’는 편견을 깨려는 노력이 엿보이네요. OB맥주의 ‘프리미어OB’ 역시 독일 황실의 양조장 ‘바이엔슈테판’ 효모를 사용해 태생부터 남다르다고 홍보하죠. “땀 흘린 뒤 벌컥벌컥 마시는 맥주가 제맛”이라는 원샷족들을 위해 하이트진로는 목 넘김이 좋은 신상품을 내놨습니다.

이 처럼 손맛 좋은 한국에서 왜 유독 맥주만 굴욕을 겪는 걸까요? 전문가들은 맥아(엿기름) 비율에 대한 오해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주세법에 따르면 한국은 맥아 비율이 10%만 넘어도 ‘맥주’라고 말합니다. 반면 독일은 그 비율이 100%여야만 ‘맥주’란 이름을 얻을 수 있죠. 독일이 500년간 종주국 타이틀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도 ‘맥주순수령(맥주 품질을 지키고자 1516년 공포한 법령)’ 덕이었습니다.

국내 맥주 업체들이 억울해하는 게 바로 이 부분입니다. 사실은 맥아 비율을 70%대까지 끌어올려 최대한 ‘진하게’ 만들고 있지만, 사람들은 법만 보고 ‘재료비 아껴 얼마나 더 벌려고 그러냐’며 타박하거든요. 호주, 일본 등 일부 수입 맥주의 맥아 비율도 70% 정도인데 말이죠.

이 때문에 3년 전 맥아 비율을 상향 조정(10→70%)하는 내용의 주세법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일부 업체들 반대로 무산됐습니다.

(출처=윤호중(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출처=윤호중(더불어민주당) 의원실)

‘맥줏값, 3년 만에 오른다’

‘아주머니 떡도 싸야 사 먹지’란 속담처럼 사람들이 한국 맥주를 더 싱겁게 느끼는 이유는 가격 때문입니다. 오늘 이투데이에 게재된 기사인데요. 자세히 살펴볼까요? 국내 맥주 시장 2위(점유율)를 달리고 있는 오비맥주가 내부적으로 가격 인상을 검토하고 있다고 합니다. 인상률은 5~6%로 알려졌습니다. 오비맥주가 가격을 올리면 하이트진로ㆍ롯데주류의 도미노 인상은 불가피하다는 게 관계자들 말입니다.

문제는 체감 인상률은 이보다 더 높다는 겁니다. 한국 소비자단체협의회에 따르면 출고가가 5% 인상될 경우 음식점에서 파는 맥주 가격은 세 배가 더 뛴다고 합니다. 현재 4000원에서 4616원으로 오른다는 얘기입니다. 끝자리를 500원, 1000원 단위로 끊은 관행을 고려하면, 앞으로 식당에서 맥주 한 병 마시려면 5000원을 내야 할지도 모릅니다.

“3년간 버텼는데 더 이상은 무리예요.”

업계 관계자들 하소연입니다. 올해 1분기 하이트진로ㆍ롯데칠성의 실적 부진 이유는 바로 ‘맥주’ 때문이었습니다. 수입 맥주에 밀려 판매량이 급감했죠. 가격인상을 반대하는 사람들이 ‘세금부터 손봐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기도 합니다.

맥주 세율이 얼마나 되는 줄 아십니까? 72%나 됩니다. 과실주ㆍ청주 등 발효주 가운데 가장 높죠. 이 세율은 제조원가와 이익이 합쳐진 출고가를 기준으로 산정하는데요. 예를 들어 △제조원가: 1000원 △판매관리비: 300원 △이윤: 200원이라고 가정하면, 한국 맥주는 이를 모두 더한 1500원에 대해 세금을 뗍니다. 반면 수입 맥주는 ‘제조원가 1000원+관세 15% = 1150원’에 대해 세금을 매기는데요. 수입가격을 낮춰 신고하면 주세는 더 내려갑니다.

(출처=신한금융투자 리서치센터)
(출처=신한금융투자 리서치센터)

물론 맥주 업체들의 가격 인상을 두둔하는 건 아닙니다. ‘맥주 민주화’ 외침 속에서 사람들의 시선이 ‘세금(규제)’보다 ‘가격’에만 쏠리는 게 아쉬울 따름이죠. “한국 맥주 맛없다”고 말한 다니엘 튜더의 일침도 같은 맥락입니다. 퇴근 후 집에서 즐기는 치맥도 이제 ‘큰맘을 먹어야 한다’고 생각하니 월요병이 더 깊어지네요.

*친절한 용어설명: ‘맥통법’이 뭔가요?
수입 맥주의 할인판매를 제한하는 제도를 말합니다. 지난해 기획재정부가 국내 맥주 업체들의 고충을 들은 뒤, 수입 맥주 가격경쟁을 규제하는 데 힘써주기로 했다는 게 발단이 됐습니다. 이 말은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 이른바 ‘단통법’에 빗댄 말인데요. 단어에서부터 개운치 않은 기운이 느껴지네요. 기재부는 당시 “검토한 적 없다”고 공식 부인했지만, 논란은 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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