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이 한ㆍ미 주식시장에 제출한 엇갈린 공시로 곤욕을 치루고 있다. 미국 뉴욕 주식시장의 공시에서 CJ헬로비전 인수합병 무산 가능성을 언급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자, 국내 증시에도 우리말 번역본을 뒤늦게 추가했다.
SK텔레콤은 10일 금융감독원 정정 공시를 통해 미국 뉴욕 증권거래소에 제출한 2015년 사업보고서 번역본을 추가하고, 원문 보고서를 게시한 자사 영문 홈페이지 주소의 오류도 수정했다.
국내 상장사는 외국 증권거래소에 제출한 사업보고서를 국내에 신고할 때 한글 번역본을 첨부하게 돼 있다. 하지만 SK텔레콤은 지난 2일 금감원 신고에서 이 번역본을 누락했다. 또 자사 홈페이지 주소마저 잘못 신고하기도 했다.
업계에선 SK텔레콤이 CJ헬로비전 인수합병과 관련해 공정거래위원회의 심사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일부러 합병심사에 불리한 내용을 게재하지 않은 것 아니냐는 추측을 내놓고 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처음부터 한글 보고서를 실수로 첨부하지 않았다”며 “CJ헬로비전 인수합병 무산 가능성이 담긴 내용을 의도적으로 감추려는 것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미국에서 공시하는 사업보고서에는 모든 위험 요소를 언급해야 하는 만큼 아주 작은 요소들까지 의례적으로 나열하게 돼 있다”며 “한반도 내 북한과의 전쟁 가능성, 전자파, 환율변동 등 상상 가능한 최악의 상황을 모두 포함했다. 투자 위험을 줄이기 위한 것일 뿐, 공식적으로 실패 가능성을 언급한 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앞서 SK텔레콤은 지난달 29일 뉴욕 증권거래소에 제출한 사업보고서에 처음으로 CJ헬로비전 인수합병과 관련해 무산 가능성을 언급했다. SK텔레콤은 보고서에 CJ헬로비전 인수합병과 관련해 정부의 승인을 받지 못할 수 있고, 이렇게 되면 계획대로 인수합병을 완료하지 못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는 지금까지 SK텔레콤의 공식 입장과 차이가 있다. SK텔레콤은 그동안 CJ헬로비전 인수합병이 무난하게 통과할 것으로 전망해왔다. 업계에선 SK텔레콤이 CJ헬로비전 인수합병에 대한 정부 심사가 장기화되면서 인수합병 무산 가능성을 염두해 두고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지난해 12월 1일부터 시작된 공정거래위원회의 SK텔레콤-CJ헬로비전 인수합병 심사는 이날 기준으로 162일을 맞았다. 이미 방송통신 분야에서 역대 최장 기간 심사인 SK텔레콤의 신세기통신 심사기간(145일)을 훌쩍 넘기면서 인수합병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