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뻔뻔한 사외이사 선임 백태…16년 재직자ㆍ하청업체 대표 선임

입력 2016-04-06 09:29 수정 2016-04-06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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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철강ㆍKCC건설ㆍ아모레퍼시픽 등 부적격 사외이사 선임 논란

올해 대기업 주주총회에서 사외이사제도의 본질을 흐리는 뻔뻔한 이사 선임이 만연했다. 십 수년간 회사에 재직한 사람 또는 협력사의 임원을 사외이사로 선임하는가 하면 사외이사 재임기간 출석률이 0%인 사람을 재선임한 경우도 많았다.

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한국철강은 지난달 25일 정기주주총회를 열고 회사 경리팀장 출신 박효주씨를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박 신임 이사는 한국철강에 약 16년간 근무한 것으로 알려졌다.

KCC건설도 회사 상무 출신 최창렬 사외이사를 재선임했다. 최 사외이사는 지난해 44회에 걸쳐 열린 이사회에서 모든 의안에 찬성표를 던졌다.

상법 제382조 제3항은 사외이사는 해당 회사의 상무에 종사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사외이사제도가 회사의 경영진과 최대주주를 견제하고 감시하도록 하는 취지임을 명확히 한 것이다.

이에 2년 이내에 회사의 상무에 종사한 이사나 집행임원, 피용자는 사외이사로 선임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해당 회사의 모회사나 자회사는 물론이고 거래관계나 중요한 이해관계에 있는 법인의 이사·감사·집행임원·피용자 등이 사외이사로 선임되면 이사직을 상실한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법망을 교묘히 피해 회사 측 ‘거수기’에 불과한 사외이사들이 선임되고 있다. 박 신임이사도 한국철강 퇴직 후 2년간의 결격사유 기간이 지나 선임돼 법상으로는 문제가 없지만 그가 십 수년간 일한 회사에 대해 독립적이고 비판적인 행보를 보일 것이라고는 기대하기 어렵다.

아모레퍼시픽그룹과 로엔은 협력사의 임원을 사외이사로 앉혔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지난달 18일 정기주주총회를 통해 이옥섭 현 바이오랜드 부회장을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했다.

바이오랜드는 아모레퍼시픽에 화장품 원재료를 공급하는 협력사다. 아모레퍼시픽의 지난해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바이오랜드를 포함한 원재료 협력사 4곳에서의 매입액은 총 1473억7200만원이다. 단순 평균으로도 바이오랜드가 아모레퍼시픽에서 얻는 매출은 368억원 수준이다. 이는 지난해 바이오랜드의 연결 기준 매출액 809억원의 45%에 달한다.

로엔은 최대주주 회사인 카카오의 협력사인 컨텐츠큐브 홍이찬 대표와 모네상스 강신장 대표를 새 사외이사로 각각 선임했다. 컨텐츠큐브는 카카오와 이모티콘 CP계약을 맺고 ‘카카오프렌즈 컵위의 피규어’를 납품하고 있고 모네상스 역시 카카오와 제휴를 맺고 고전문학 관련 영상 ‘고전5미닛’을 서비스 중이다.

이밖에 한국콜마는 사외이사로 재직하는 동안 단 한번도 이사회에 출석하지 않았던 최한곤 한양대 약대 교수를 재선임해 이사회 역할에 대한 의지가 있는지 의문을 갖게 했다.

전일 한국기업지배구조원(CGS)이 발표한 ‘2016년 1분기 정기주주총회 의안분석 결과’에 따르면 검토 대상 237사에서 나온 949건의 임원선임 안건 중 244건(25.7%)에서 부적격 사유가 발견됐다. 대부분이 회사와 특수관계에 있는 사외이사 선임, 장기 연임, 낮은 출석률 등의 문제였다.

윤진수 CGS Proxy팀 팀장은 “사외이사와 감사위원은 경영진과 회사와 독립적인 위치에서 견제·감독해야 할 의무가 있음에도 여러 이해관계나 장기 연임 등으로 독립성에 의문이 있는 후보를 선임하는 관행이 이어지고 있다”며 “해당 후보들에 대해 반대투표를 권고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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