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 쿠바 시장서 패권 다툼…중국, 미국 대통령 88년 만의 쿠바 방문에 견제

입력 2016-03-21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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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중국, 이른바 주요 2개국(G2)이 쿠바 시장에서도 패권 다툼을 벌일 조짐이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현직 미국 대통령으로서 88년 만에 쿠바를 방문하면서 그동안 현지에 공을 들여온 중국에 도전장을 던진 셈이 됐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중국은 미국이 쿠바와 국교를 단절한 사이, 쿠바 시장에 진출해 경제 관계 구축에 힘을 쏟아왔다. 중국 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1~9월 자국의 대 쿠바 무역 규모는 16억 달러로, 이례적으로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던 전년 동기에 비해 57%나 증가했다. 쿠바 수도 아바나와 베이징을 연결하는 직항 노선도 지난해 12월부터 취항을 시작했고, 중국은 쿠바에서 인터넷 인프라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미국 전 외교관이자 UC샌디에이고와 브루킹스연구소에서 쿠바 경제를 연구하는 리처드 파인버그는 “중국의 영향력은 모든 분야에 이르고 있다”며 “쿠바는 아직 미국을 경계하고 있다”고 WSJ에 말했다.

중국은 쿠바에 2위 무역 상대국이다. 쿠바와 중국 간 합작 및 중국 직접투자는 여전히 소규모이지만 중국인 관광객을 위한 고급 숙박 시설 등 리조트용 부동산을 4억6000만 달러에 건설할 계획도 갖고 있다. 중국 정부계 싱크탱크인 중국사회과학원의 쿠바 전문가인 슈 시쳉은 WSJ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의 대 쿠바 투자는 앞으로도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며 “미국이 쿠바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면 쿠바는 세계 경제에 문호를 개방할 것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쿠바와 미국의 관계가 개선되고 규제가 완화되면 중국이 앞으로 쿠바에 투자할 때 유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WSJ는 세계 여러 지역에서 패권 경쟁을 벌이는 미국과 중국이 쿠바에서도 같은 상황을 연출할 가능성에 주목했다.

하지만 미국의 쿠바 시장 진입은 중국 만큼 순탄치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인 예가 통신시장 진출이다. WSJ에 따르면 AT&T 등 미국 대기업들은 오바마 대통령의 쿠바 방문에 맞춰 현지 시장 진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지난 17일 미 우정공사(USPS)가 50년 만에 처음으로 쿠바와의 우편물 직접 교환을 재개했다고 발표했다. 쿠바는 달러 환전에 부과되는 10%의 페널티를 철폐하기로 했다.

오바마 행정부는 통신회사에 대해 규제를 완화하고 특별 재량을 인정했지만 지금까지 거둔 성과는 미국 여행자의 로밍 서비스 정도다. 통신업계에는 미국과 쿠바 양국 정부 사이의 긴장이 아직도 강하게 남아 있다. 과거 미국이 통신을 이용해 쿠바 정부를 공격하려 한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 통신사에 쿠바에서의 영업을 승인했지만 쿠바 정부는 이를 거부하고 있다. 미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구글 등 미국 기업이 통신에 관한 제안을 해도 쿠바 측은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워싱턴에 있는 아메리칸대학 공공 정책학부 정치학 교수로 미국 쿠바 관계에 대한 저작권이 있는 윌리엄 레오 그랜드는 “과거의 일 때문에 쿠바는 미국의 하드웨어를 신뢰하지 못한다”고 꼬집었다. 앞서 미국은 ‘순수네오(ZunZuneo)’라는 쿠바인 전용 트위터를 만들어 쿠바 내 반정부 세력을 조직하려 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이는 쿠바 정부가 미국의 통신 기술을 신뢰하기 못하는 계기가 됐다.

그렇다고 해서 중국이 쿠바에서 재미를 톡톡히 보는 것도 아니다. 중국사회과학원의 슈는 “중국은 몇 년 전부터 쿠바에 투자하고 있지만 반드시 수익이 발생하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미국이 쿠바에 대한 금수조치를 실시하고 있기 때문에 중국 기업이 쿠바 공장에서 제품을 만들어도 현지에서 판매하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다. 또한 쿠바는 대내 투자를 제한하는 규칙을 마련해 중국 기업이 자유롭게 노동자를 고용하거나 본국으로 송금할 수 없는 처지다.

캘리포니아주립대학 도밍게즈힐스 캠퍼스의 래리 프레스 교수는 “중국이 쿠바에서 인터넷망 구축에 앞장서고 있지만 쿠바에서 도입 예정인 시스템은 이미 구식일 수도 있어 장래적으로는 미국 기업에 기회가 돌아올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쿠바는 올해 1월 아바나 구시가지에서 광대역 인터넷 연결을 제공하는 시험 프로젝트를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주민 뿐만 아니라 음식점도 중국의 화웨이테크놀로지의 광섬유 네트워크를 통해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게 된다. 지난해 쿠바 전역에서는 Wi-Fi(와이파이)가 가능한 곳(핫스팟)이 정비되면 화웨이의 기술이 사용됐다. 하지만 이용료는 시간당 2달러로 쿠바인에겐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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