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좀 주소! 목마르오~ ] 지금 삼성이 해야 할 일은

입력 2016-03-16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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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승택 生테크연구소장

“아들아! 세상은 바뀌어도 사람은 안 바뀐다! 역사학과로 가라!”

이 말은 삼성 이건희 회장이 대학 진학을 하는 이재용 부회장에게 해준 충고라고 필자는 들었다. 인간사의 흐름과 역사를 통해 세상의 흐름에 깊은 통찰을 보였던 이 회장은 우리나라 경제의 안테나 같은 존재였다. 지금 우리나라에는 그런 큰 어른이 없다.

TV에서 꽤 유명한 스님이 이런 말을 했다. “알고 싶은 것은 많은데 내가 무엇을 모르는지를 모르겠다”고. 그분이 모르는 것은 단 한 가지다. 곧 ‘자신이 알고 싶은 것에 대한 개념’을 잡지 못한 것이다. 개념이 없으면 패러다임도, 전략도, 시스템도, 기업문화 창조도 다 불가능해진다.

‘업(業)의 개념’이란 그렇게 주춧돌과 같은 존재다. 이건희 회장의 인사 스타일은 독특한데, 비서실에서 각사 사장단 후보를 정해 이 회장께 보고를 올리면 그는 마음에 드는 사람이 리스트에 올라올 때까지 결재를 하지 않는다. 며칠이 걸려도 그렇다고 한다.

그렇게 1993년 삼성증권 회장에 현 삼성생명 회장 이수빈씨가 임명된다. 1992년 ‘삼성 신경영’ 당시 그룹의 최고 어른이었던 그는 ‘질 경영’으로 상징되는 ‘삼성 신경영’에 “아직은 양이 중요합니다”라고 했다고 한다. 회장이 테이블 위로 집어던진 티스푼 소리에 사장단 모두가 깜짝 놀랐다지만 이 회장은 이수빈씨에게 다시 말없이 증권업의 중책을 맡긴 것이다. 소위 깨달은 사람들의 ‘할(喝)‘ 이다.

이수빈씨를 통해 ‘신의 한 수’를 놓았던 이 회장은 또 상황을 지켜보기만 했다. 왜일까? 그 이유는 이렇다. 중진국에서 선진국이 되기 위해서는 각 분야에서 벌어지는 ‘업에 대한 개념’이 꼭 필요하다. 그러나 선진국에서 초일류국가가 되려면, 그동안 알고 있던 업이라는 ‘개념의 타파’가 다시 필요하다. 그것이 깨달은 사람들의 세계다.

깨달음은 말로 되지도, 글로 되지도 않는다. ‘생각 좀 하며 세상을 보자’라는 이 회장의 말 없는 말을 아직도 알아듣는 사람이 삼성그룹 내에 존재하지 않는 것 같아 불안하다. 지금까지는 삼성이 곧 한국이기 때문이다. 싫어도 할 수 없고 미워도 할 수 없다.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보면 대한민국에서 삼성의 위치는 그렇다.

그럼 삼성은 어떻게 해야 하나? 지금이라도 중국 경제를 살릴 방안을 찾아야 한다. 중국이 살아나야 한국이 살아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중국을 살려야 우리가 산다. 중국 제품과 경쟁하는 것은 중진국에서 선진국으로 갈 때뿐이다. 중국은 길을 잃고 있다. 중국의 ‘자치통감’ 193편에 이런 말이 있다. ‘중국여본근사이(中國如本根四夷) 여지엽피중국이봉사이(如枝葉疲中國以奉四夷)’. 중국의 본래 뿌리는 동이(東夷)를 비롯한 사이(四夷)다. 중국은 가지나 잎이므로 마땅히 四夷를 받들어야 한다. 다시 말해 한국은 뿌리이고 중국은 나무 몸통이라는 소리다.

그렇다면 뿌리가 할 일은 무엇인가? 몸통이 살 수 있도록 중국을 도와야 한다. 중국이 잠들었던 동안 보관했던 중국 문화를 돌려주면서 30여 년간 같이 성장했듯이 지금 한류 화장품 전기 전자 등 모든 기술을 더 고급화시켜 개발해 중국에 전해 주어야 한다.

증권회사들이 중국을 대상으로 돈 버는 것을 넘어서 한국 기업들이 길을 찾아줘 중국 기업을 더 발전시키고 그 과정에서 한국 사람 1000만 명 정도는 중국 기업인들이 자동으로 모셔 갈 수 있는 패러다임을 만들어야 한다.

한국 증권회사들도 우리의 성장과정에서 겪은 ‘실패라는 자산’을 중심으로 중국과 중국 기업들이 실패하지 않도록 도와주면 우리에게도 많은 일자리가 생겨 목마른 국민들이 살길이 열리는데, 여전히 시세차익과 수익률을 자랑하며 국민 도박장 역할에 만족하는 증권업계가 슬플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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