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상승…한국경제에 득일까? 실일까?

입력 2016-03-15 21:32 수정 2016-03-16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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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유가가 상승세를 보이면서 국내 경제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5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국제유가가 오랜 하강을 끝내고 상승기류를 나타내고 있다. 두바이원유 현물 기준 지난 2월11일 배럴당 26.08달러로 2003년 4월 이후 12년 9개월 만에 최저점을 기록한 뒤 3월 둘째 주 평균 가격은 35.3달러까지 올라 상승세로 반전했으며 최근 40달러 선 회복을 눈앞에 두고 있다.

최근 유가 상승을 둘러싸고 경제 전문가들은 당장은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다만 이것이 경기 회복을 견인할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유가를 제외하고는 다른 거시경제지표에서 회복의 신호가 없는 탓이다. 세계 경제가 어떤 모습을 보이는 가가 국내 경기의 향방을 결정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론적으로 국제 유가 상승은 수입 원유 가격 상승에 의한 경상수지 악화와 기업의 투자 부진 등 국내 경제성장률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기업의 투자 부진은 생산 감소와 내수 부진을 일으킨다.

국제 유가 상승이 다른 국가의 제조 원가를 상승시키면 세계 경기 둔화의 요인으로 작용하고 이로 인해 국내 기업의 수출 둔화라는 악순환이 우려된다.

하지만 현시점에서의 국제 유가 반등은 긍정적 신호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장기간 유가가 낮게 머물러 있었던 탓이다.

한국 경제의 성장 엔진인 수출이 급격히 식고 있었던 데는 저유가가 오랜 기간 지속하고, 환율 상승 등으로 소비심리가 악화하고 글로벌 수요가 줄어든 탓이 크다.

유가 상승은 제조 원가 상승분만큼 수출 단가가 올라 단기적으로 수출 실적이 개선될 여지가 있다. 저유가로 국제 석유제품 가격은 뚝 내려갔었다.

또한, 산유국의 경제가 살아나면 플랜트나 선박 등 산유국들로의 수출이 회복될 수 있다.

특히 유가 상승은 국내 건설업계에 희소식이 되고 있다. 세계적인 저유가 추세로 인해 중동 산유국 발주처들이 재정난을 겪으면서 발주 물량을 축소하거나 발주 자체를 연기하면서 해외 수주 급감으로 이어졌던 데 따른 것이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유가 상승과 원자잿값 반등으로 인해 수출금액 증가가 예상돼 한국 경제에 호재로 보인다”며 “다만, 전체 수입에서 원자재 비중이 큰 한국 경제는 원자재 가격 상승을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정근 건국대 특임교수는 유가 상승이 한국 경제에 ‘양날의 칼’과 같다고 설명했다. 유가가 상승하게 되면 침체된 중동 수출에 반등 기회지만, 원유 수입에 따라 외화 소비가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또한 기업의 생산 비용이 증가하면 인플레이션 압력이 나타날 수 있다고 했다.

오 교수는 “유가 상승이 내수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는 지금 단계에서 예측하기 어렵다”며 “유가는 너무 낮아도 한국 경제에 부담이고, 너무 높아도 부담이므로 적정 수준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오 교수는 경기 하강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유가가 상승하면 정부의 경기 운용 여지가 줄어들게 된다는 점에서 우려를 표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워낙 오랫동안 유가가 낮게 머물러 있었기 때문에 (유가가) 조금 올라가는 것은 경제에 도움이 된다”고 말하고 다만 거시경제의 흐름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으로 진단했다.

성 교수는 “유가 상승은 특정 산업군과 관련돼 있고, 유가 이외에 다른 부분까지 회복되는 신호가 보이지 않기 때문에 전반적으로 경기 회복을 견인할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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